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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중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10.26 00:05

[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는 성공한 중년의 사업가입니다. 경쟁심이 강하여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지만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친구들과 가끔 카드를 하곤 했는데 최근 들어서 판돈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돈을 따는 적이 있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손해를 보는 더 많았습니다. 최근 들어 A는 밤에 늦게까지 도박을 하느라 낮에는 피곤해서 업무를 보기 힘들었습니다. 점차 도박에 대한 생각이 많아져서 돈을 잃었던 게임, 돈을 크게 땄던 게임, 어떤 식으로 플레이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합니다. 가끔 돈이 모자라면 급한 마음에 회사 돈을 쓰고 되돌려 놓는 일이 있기도 합니다.

 

문제성 도박가(problematic gambler)의 사례로서 향후 도박 중독(pathological gambler)으로 진행이 우려되는 환자의 사례입니다. 도박 중독은 짧은 시간에 심한 중독 상태로 진행합니다. 멀쩡하던 직장인이 1-2달 만에 하루 종일 도박만 생각하는 도박중독자로 진행합니다. 더 진행하면 불과 1-2년 만에 완전히 타락할 수 있고 일상 활동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도박중독은 일부 계층에서 자주 발생하던 질환이었습니다. 성격문제가 있고 충동적인 사람들이 노름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변의 흔한 직장인, 가정주부, 중년 여성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문제가 되는 질환입니다. 

왜 이런 도박 중독이 발생할까요? 도박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운 이유는 어떤 것일까요?
 

사진_픽사베이


도박 중독의 심리(psychological dependency)

도박은 재미있습니다. 스릴이 있고 치열한 승부를 통하여 돈을 땄을 때는 쾌감을 느낍니다. 이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서 계속 도박장을 방문하는 것이 초기 심리적인 의존입니다. 일상 활동에서 도박을 하는 것만큼 빠르게 시간이 가고 집중되는 일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취미 활동, 여가 활동이 적은 사람들, 사는 것이 재미가 없는 사람들은 도박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도박 외에는 다른 재미있는 대안 활동을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쾌감(심리적인 의존)은 도박 문제가 진행하면 다른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즐거워서 도박을 했지만, 점차 도박장에 가지 않으면 머리 속에 도박에 대한 생각들이 반복됩니다. 이유 없이 사는 것이 재미가 없고 뭘 해도 우울하고 집중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도박의 금단 증상(withdrawal sx.)은 주로 우울감, 불쾌감, 집중감소, 반복되는 도박생각, 무기력 등으로 나타납니다.

도박 문제가 심각해지게 되면 자신의 판단이나 주변의 만류로 도박을 일정기간 중단합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재미 삼아 적은 돈을 걸고 다시 도박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면 판 돈은 예전만큼 커져있고 많은 돈을 손해 봅니다. 잃어버린 사회-가정-경제적인 비용을 메우기 위해서 더 큰돈을 배팅을 하게 됩니다. 크게 배팅한 마지막 한판이 꼭 승리해야 하는데 패배를 하게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희망이 사라지게 됩니다. (chasing : 잃은 돈을 메꾸기 위해 더 큰돈 배팅을 하는 것)

 

도박 중독의 뇌과학적 해석

도박 중독에 대한 뇌과학적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제는 도박의 심리적인 의존에 대하여 뇌과학적인 이해가 가능해졌습니다.

도박을 하게 되면 뇌의 특정 부위에 도파민의 분비가 자극됩니다. 도파민이 뇌의 특정부위에서 갑자기 증가하게 되면 즐거움, 다행감, 행복 등의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경험은 마약성 물질을 복용하였을 경우와 유사합니다.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지만 금단증상, 의존성을 가져오게 됩니다. 또한 도박을 하면, 뇌의 변연계라는 부위의 특정 회로가 활성화됩니다. 이는 긍정적인 기억으로 오랫동안 각인되게 합니다. 도박을 했을 때 강렬한 즐거움이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시 떠오르게 만듭니다. 오랜 기간 단도박을 했지만 다시 도박을 시작하게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도박을 통해 경험하는 즐거움은 즉각적인 방식입니다. 도박에서 승리하면 강한 쾌감이 즉시 옵니다. 사실 장기간 노력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인생에서 더 중요한 즐거움입니다. 예를 들면 오랜 연구를 통해 성과를 내고 보상을 받는 경우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도박을 장기적으로 하다 보면 단기적인 보상만을 바라봅니다. 즉각적인 보상만을 바라고 오랜 기간 꾸준한 노력을 요하는 활동을 하지 못합니다. 즉각적인 만족을 줄 수 있는 활동에만 몰입하게 되고 도박에 대한 갈망(craving)을 심하게 느낍니다. 

장기간 도박을 하던 사람이 도박을 그만두게 되면 도파민 체계의 혼란이 오게 됩니다. 도파민은 각성, 집중, 즐거움과 관련된 뇌 호르몬(신경전달물질)입니다. 도박을 하면 도파민 분비가 증가하는데, 도박가가 도박을 그만두면 도파민 결핍에 시달립니다. 금단증상으로 우울감, 불쾌감, 집중 감소 등과 같은 증상 등을 보이게 됩니다. 도박중독자들은 일상에서의 이러한 불쾌감을 피하기 위하여 도박장 방문을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

심리적으로 초기 도박의 즐거움, 이후로는 금단증상, 말기에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단도박을 어렵게 합니다. 심리적인 원인과 더불어서 뇌과학적인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기질적인 문제가 도박중독의 원인으로 제기됩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아도 극복하기 어려운 질환이 도박중독입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고통은 커지고 해결은 더욱 어렵습니다.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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