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로 인해 생기는 병을 크게 2가지로 보면 간헐적 폭발성 장애인 '버럭병'과 우울증에서 신체증상이 동반된 변이형태인 '화병'이 있다. 이 2가지는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은 완전히 다르지만, 그 뿌리는 같은 데서 왔다고 할 수 있다. 화를 못 참느냐 또는 너무 참느냐의 차이, 즉 화라는 공통점을 가진 동전 양면의 모습 같은 느낌이다. 다시 말해서, 이 2가지는 똑같은 무언가가 모자라 생긴 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건 바로 나를 인정해주고 품어주는 '사랑'이다. 이 두 경우의 사람들은, 사실은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아주 크다. 간단한 예만 들어도, 전자는 날 무시하는 것을 못 견뎌 폭발하고, 후자는 날 나쁘게 보고 사랑해주지 않을까봐 계속 참는 식의 악순환인 것이다.

이런 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배가 고프면 먹을 것을 주면 되고, 사랑이 고프면 관심을 가져주면 된다.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게 안 되면 친구가, 또 그렇게 안 되는 상황이면 이웃이... 그 모든 게 안 된다면 마지막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그 역할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버럭병'도 '화병'도 사랑을 오랜 시간 동안 충분히 받게 되면, 언젠가는 후회와 미안함의 눈물 그리고 후련함과 갈등 해소의 눈물을 분명히 경험하게 될 거라 믿는다. 이것은 그 어떤 약보다도 효과적이고 완전한 치료제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져서 상대방도 그리고 결국엔 자기 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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