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신의 외모가 타인에게 어떻게 비칠 지에 대해 한 번도 걱정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특히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할 사회인이라면, 외모에 대한 걱정을 다들 조금씩은 지니고 있을 것이다.

외모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체중'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날씬한 몸매가 미의 표준이 된 지 오래이며, 평범하거나 과체중에는 그리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몸이 비대한 사람은 날씬한 사람보다 더 느리고, 능력이 부족하다는 편견이 팽배하다. 이런 연유로 지금도 주린 배를 움켜쥐고 음식 냄새를 애써 참는 다이어터들이 있다.

무턱대고 식사량을 줄이는 데는 여러 위험이 따른다. 먼저, 계획적이지 않은 갑작스러운 단식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의 배고픔은 생각보다 강렬하며, 결국 우리는 짧은 저항 후 백기를 들게 된다. 또한 짧은 단식 중에는 체내에 아직 남아있는 저장된 열량들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체중 감소에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그리고 체중 변화 외에 단식 중에 나타나는 심한 감정 기복, 우울감, 짜증 등은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식사는 감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억압해놓은 식욕이 탈억제(disinhibition) 되는 순간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과한 섭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겨우 줄여 놓은 체중이 야속하게도 금세 원래의 눈금으로 돌아가는 경험이 있을 테다. 이른바 요요 현상이다.

 

♦ 무턱대고 굶기만 하면 된다? 다이어트의 핵심은 '잘 아는 것'

우리는 왜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걸까? 여러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그 원인 중 하나는 먹는 행위 자체가 자동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식사를 그리 계획적이거나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다. 식사는 오히려 자동적인 행위에 더 가깝다. 적당한 때 음식이 앞에 놓이면, 다른 이성적인 이유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입으로 밀어 넣는다. 한참 음식을 먹은 후에야 '아, 나 다이어트 중이었지' 하며 머쓱해지는 경우도 있다. 무의식에서 촉발된 자동적 행동은 이성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개 음식을 먹는 행위를 배고픔에서 이어지는 단순한 차원의 행동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섭식 행위는 여러 촉발 요인, 감정, 생각들이 연결된 복잡한 결과에 가깝다. 이를테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튜브에서 스쳐 지나간 먹방이 섭식 충동에 큰 영향을 주었거나, 최근 시작된 프로젝트로 인해 발생한 스트레스가 배고픔을 조장하여 식사를 부추겼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다이어트는 기존에 하던 행동을 통제하려는 시도다. 그러므로 평상시의 식습관을 잘 헤아리고, 섭식 행동과 관련된 촉발 요인들을 잘 통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다이어트를 단순히 '밥을 좀 적게 먹고, 운동하면 되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고, 체중 감량을 위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또, 평소의 습관을 역전시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잖은가. 
 

사진_픽셀


♦ 음식을 먹도록 부추긴 범인은 누굴까? - 먹는 행위를 분석하기

다이어터들은 무수한 실패를 맛본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시작하는 거'라며 아침에 결심한 체중 감량 계획을 야식을 마주함과 동시에 날려버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몇 주간 식사량을 줄이며 꾹꾹 참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치킨 냄새에 식욕의 빗장을 풀어버리는 이도 있다.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지 않을까? 더 문제는, 이러한 충동적 행동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음식을 먹도록 부추긴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다이어트에 뛰어들게 된다면, 끝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생각없이 좇아가는 것과 같다. 

자신이 다이어트와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면 자신의 먹는 행위를 잘 분석해보자. 최근 다이어트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무엇이 자신을 음식 앞에 무릎 꿇게 했는지 찾아보자.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심리적인 부분이다. 인간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에 따른 반응으로 체내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스트레스 시에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중 하나인 코티솔(cortisol)은 섭식 중추를 자극하여 음식을 먹도록 부추긴다. 또 어떤 이가 심리적으로 만성적인 공허감을 느끼고 있다면, 음식을 먹어 이를 채우려는 무의식적 욕구가 발현되기도 한다. 이 또한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원인도 찾지 못한 채 다이어트가 끝나게 된다. 

심리적인 부분 외에도 드러나지 않은 촉발 요인은 다양하다. 손만 뻗으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거나, 무의식적인 식욕을 자극하는 영상이나 문구 등도 다이어트를 가로막는 요인일 수 있다.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이러한 촉발 요인들을 잘 헤아리는 것이 첫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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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행위의 촉발 요인을 통제하는 5가지 tip

1) 방아쇠 요인(trigger factor)이 되는 음식은 무엇인가? - 멈출 수 없는 음식의 목록을 만들자

어떤 행동을 촉발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요인을 방아쇠 요인(trigger factor)이라 한다. 자동적인 먹는 행위로 진입해 들어가는 데 있어 그 시작점이 되는 것이 무언인지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치맥(치킨+맥주)이 '다이어트 폭망'의 시작이었다면, 이를 의도적으로 피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 과자류나 아이스크림 같은 달콤한 고칼로리 음식을 시작으로 식욕이 늘어났다면, 마트에서 장을 볼 때 해당 코너는 눈을 질끈 감고 지나가야 한다. 다이어트의 주적 목록을 작성하고, 이를 마음에 새겨보자.


2) 자주 먹는 음식을 시선의 바깥에 두기

있으면 먹는, 하지만 없으면 찾아서 먹지 않는 음식이 분명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면 자동적으로 손을 뻗어 입에 넣게 되는 음식이 있다면, 가능한 한 멀리 치워두라. 일부러 찾아서 먹기 귀찮은 정도로 깊은 곳에 숨겨놓는 것도 좋다. 우리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서 주변에 있는 사소한 주전부리의 파괴력은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다이어트를 실패한 데는 그런 이유가 있진 않았는지 생각해보자. 


3) 주방을 깔끔하게 유지하라 

한 연구에 따르면, 지저분한 부엌은 불량하고 통제 불능의 식습관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 너저분한 환경은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위에서 언급했듯 스트레스는 식욕을 부른다. 또, 지저분한 주방은 정성스러운 음식을 준비할 의욕을 떨어뜨리고, 결국 고열량의 패스트푸드를 주문하게 한다. 


4) 냉장고를 다이어트하자

맛난 것들이 가득 차 있는 냉장고는 다이어터들에게 재앙이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고열량의 음식들에 대한 접근성(accessibility)을 줄이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고열량의 음식들은 가능하면 냉장고의 구석에 위치시키고, 냉장고에 자주 채워두었던 음식들 중 식욕을 복돋아 주거나, 폭식을 조장하는 음식들을 줄이는 것이 좋다. 특히 맥주, 소주와 같은 주류는 순간적인 감정과 행동의 탈억제를 유발해 폭식을 조장하는 경우가 있어, 다이어트 기간에는 조심해야 한다. 


5) 내 감정을 잘 들여다보자 

접근성이나 방아쇠 요인 외에도, 보이지 않는 장애물들을 조심해야 한다. 성공적인 다이어트는 실패를 잘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자신이 과거에 늘 다이어트에 실패했던 이면에 도를 넘은 감정들이 숨어있진 않았을까? 마음 안의 슬픔, 공허감에 대한 보상으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먹게 되거나, 잦은 불안감에 달콤한 음식을 먹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을지도 모른다. 섭식 행위는 감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으로 괴로워하고 있다면, 다이어트를 선택하기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먼저 노력할 필요가 있다. 

 

* 참고자료
How to Set Up Your Environment to Help You Lose Weight, Susan Biali M.D , Psychology Today, August 13 2018(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prescriptions-life/201808/how-set-your-environment-help-you-lose-w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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