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화·분노
화난 사람 그냥 두기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10.15 15:43

화가 나 있는 건 불길에 휩쌓인 것과 같다. 분노를 화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다. 이쪽에서 시작된 불이 나를 태웠고, 상대에게 난 불이 나도 태운다. 그렇다고 불을 억지로 누르려다보면 폭발이 일어난다. 세상엔 엄연히 나쁜 사람이 있고, 그들을 향해 화를 내는 건 정당한 일이다.

용서를 하는 건 농사를 짓는 것과 같다. 분노로 인해서 다 타버린 땅에 씨를 뿌리고, 적당히 물도 주고 잡초도 뽑아내면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었어도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게 없다. 용서가 행복을 가져다줄지, 평안을 가져다줄지, 오히려 자괴감과 실망을 가져다줄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함부로 용서를 권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화가 나 있는 사람에게 용서를 권하는 건 가혹한 일이다. 집이 불타고 있고 옷이 불타고 있는데 불타는 텃밭에 들어가서 씨를 뿌리고 사랑으로 화초를 다듬으라는 말이다. 화난 사람에게는 그저, 따뜻한 차를 한잔 대접하거나 평소에 먹지 못하는 좋은 음식을 권하는 게 낫다. 다친 사람에게 네가 잘못해서 다친 거라고 말하는 것만큼 바보같은 일이다.

특히, 부글부글 끓으면서 분노로 타고 있는 사람은 그냥 두는 게 낫다. 화를 내면 화내게 두고 남탓하면 남탓하게 두고, 억울해하면 억울해하게 두고, 스스로를 불쌍해하면 스스로 불쌍해하게 두어야 한다.

상처입은 사람에게 화낼 권리 정도는 주어야 한다. 화내라. 태워라. 마음을 다 태워버리고 눈물도 흠뻑 흘려라. 용서는 나중 일이다.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yoonreply@naver.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2
전체보기
  • 미리 2018-10-22 12:20:13

    그러네요 하소연을 하면서도 결국엔 듣고싶은말은 그렇구나하고 이해해주는거였습니다 너무 화가나고 분노하는데
    거기에다 니가 이해하고 나중에라도 용서해하는 말들 대화로 풀어봐 이런것들
    그런말을들으면 차라리 일기나 쓸걸이라는 후회까지 들더군요 이글을 읽으면서 위로가됐습니다   삭제

    • 김가 2018-10-16 09:18:09

      그렇습니다...

      결과에 대한 용서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책임과 그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며
      인내를 새롭게 배워야 겠지요.

      그러는 동안 신께서 우리의 영혼과 행동을 변화시켜주시길
      간절히 바라고 믿으면서 말이죠...

      감사합니다^^   삭제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인터넷신문윤리강령이메일무단수집거부CONTACT
      (주)정신건강연구소  |  정신의학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105-87-08929  |  등록번호 : 서울, 아03874  |  등록일자 : 2015년 8월 25일  |  발행·편집인: 박소연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하문로 17길 보광빌딩 12-10  |  대표전화 : 070-7557-9104  |  팩스 : 02-320-60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우
      Copyright © 2019 정신의학신문-의사들이 직접 쓰는 정신 & 건강 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 Back to Bot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