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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다스리기, 내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부터!
김영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10.09 00:27

[정신의학신문 : 김영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감정 다스리기, 내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부터 시작하자

최근 우리를 놀라게 했던 엽기적인 살인 사건, 폭력 사건들의 말미에는 가해자가 '분노 조절 장애'를 앓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곤 한다. '분노 조절 장애'는 정신의학과 심리학에서 정식적으로 통용되는 말은 아니지만, 이러한 진단이 전면에 등장한 배경을 생각해 보면 그만큼 현대인들이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기 어려워한다는 말이 될 것이다. 

격앙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폭발시키거나, 상대방에게 내질러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유 모를 무기력감이 온몸을 휘감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날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감정, 기분, 느낌이라는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지만, 실상은 자신이 현재 마음 안에서 느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과연 이 순간의 내 감정을 잘 알고 있는가? 현 상황에서 감정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다. 오히려, 현재의 벌어지는 상황이나 상대방에 더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작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여 이에 반응하는 것은 나 자신이지 않은가.

감정은, 현재 상황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할 것인지에 대한 일종의 신호(sign)다. 우리가 스스로 감정을 잘 알아차리는 습관은 자신의 생각, 감정, 행동을 잘 파악하고 대처하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다.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선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감정을 인식할 수 있다면, 그 순간 우리는 감정을 조금은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다. 또, 객관적으로 감정을 볼 수 있다면, 감정과 관련된 여러 현상과 생각을 적절하게 다룰 수 있게 될 것이다. 

감정을 인식하는 데는 단 두 단계만 기억하면 된다. 하나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고, 또 하나는 감정에 점수를 매기는 일이다.
 

사진_픽셀


♦ 1 단계 : 감정을 분류하고, 이름 붙이기

감정을 조절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부정적' 감정을 분류하여 이름을 붙이고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물론, 기쁨, 즐거움, 행복감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도 익숙해지면 분류, 수치화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일차적 목표는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여 일을 그르치지 않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우선 부정적 감정에 대해 돌아보자.

대개 부정적 감정을 1) 슬픔, 2) 불안, 3) 분노 세 가지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한글에는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수십 가지 표현이 등장한다. 하지만, 대개는 세 가지 카테고리에 다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초조감은 불안의 범주에, 짜증이나 기분 나쁨은 분노의 범주에 넣는 식이다. 세 감정이 겹치는 부분도 있고, 분류하기 미묘한 부분도 분명 있으나 최대한 분류 카테고리는 단순화시키는 것이 좋다. 감정은 마음에 떠오른 순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좀 더 쉬운 분류를 사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정에 이름 붙이기(emotional labelling) 혹은 꼬리표 붙이기(tagging)이라 부른다. 감정 안에서 상황을 보는 것이 아닌, 감정을 벗어나 거리를 두고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distancing).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 therapy)를 비롯한 여러 심리치료에서 변화를 위해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 2 단계 : 감정에 점수를 매기기

그 다음 할 일은 감정에 점수를 매기는 일이다. 10점 척도든, 100점 척도든 상관없다. 0점은 감정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편안한 상태를, 최고점은 자신이 겪었던 가장 격렬한 감정 상태를 상정한다. 현재의 감정은 0과 100이 양쪽 끝에 적힌 수평선의 중간, 어느 지점에 위치할 것이다.

오늘따라 감정이 격렬하게 나타남을 느낀다면, 가만히 눈을 감고 자신의 감정이 슬픔, 불안, 분노 중 어느 쪽인지, 그리고 그 정도가 어떠한지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자. '음, 오늘은 분노가 50이네' 혹은 '지금 불안이 70이네, 평소보다 조금 긴장하고 있구나'와 같은 생각처럼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며 감정을 분류하고 점수를 매기는 데 익숙해져 보는 것이다. 간단한 툴이지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이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또, 그러기 위해선 평소에도 자신의 감정과 정도를 자주 체크하며 연습해보아야 한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 현재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점수를 매기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감정을 다스리는 데 효과가 있음이 입증된 바 있다. 감정 현상을 주로 일으키는 뇌의 변연계(limbic system)가 활성화되어 감정이 격앙되면,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frontal lobe) 부위를 활성화하여 감정을 진정시키는 원리다. 감정을 분석하고, 분류하는 행동이 전두엽의 활성화를 더 자극할 수 있다. 

결국 감정을 잘 다스리기 위해선 자신 내면과의 대화가 꼭 필요하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잘 살펴보는 과정이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기 위한 첫 발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영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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