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는 다른 배우자의 욕구 ⑨

- 아내는 안정된 삶을 영위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수입을 필요로 한다.

 

사진_픽사베이

 

"무능력한 남편 어찌하면 좋을까요"

결혼 6년차입니다. 제 남편의 직업은 순수미술가입니다. 말이 좋아 순수미술가이지, 실상은 그저 미술학원 강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고집불통 한량에 불과합니다. 그렇다고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고 미술학원에서 애들 가르치고 받는 150만 원의 월급이 전부네요.. 150만 원으로 생활비 정말 턱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애들 유치원 보내 놓고 파트타임 알바하면서 허리띠 졸라매고 한 달 한 달 힘겹게 살아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생활도 정말 지치는 게 나아질 기미가 없는 불 보듯 뻔한 생활이 언제까지 반복될는지.. 남들은 그래도 안정된 직장에서 호봉이다 상여금이다 따박따박 받고 당장은 힘들더라도 희망이 있는데, 저희는 정말 답도 없네요. 답답한 마음에 절망적인 생각만 가득합니다.

 

위 내용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여성분의 사연을 각색한 내용입니다.

'그 남자의 욕구, 그 여자의 갈망'의 저자 윌라드 할리(Willard F. Harley J.)는 경제적 부양을 남편과 다른 아내의 다섯 가지 우선 욕구 중 하나로 뽑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이번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그 이유는 책이 말하는 것처럼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결혼의 가치가 물질적인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덧붙이면 개인적으로는 현재 결혼이란 단순히 양적인 남성과 여성의 결합. 그보다 훨씬 더 결혼을 통한 질적인 행복, 만족에 더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다른 아내의 욕구, ‘경제적 부양’을 다루고자 하였던 이유는 시대가 변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우자의 경제적인 능력이 결혼에 미치는 영향은 그 양과 질이 다를지언정 현재도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구혜경(2008)님의 ‘기혼부부의 결혼만족도, 이혼고려 및 이혼장애 요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많은 연구들이 소득이 낮을수록 다양한 이유들에 의해서 비교적 낮은 수준의 정서적 만족감을 느낀다고 제시하며, 실제로도 이혼이나 별거 등을 통한 결혼의 붕괴의 실상은 소득이 낮은 집단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Komarovsky, 1962; Bermard, 1966; Udry, 1967; Cutright, 1971; 김민녀, 2004; 구혜경, 2008에서 재인용).

또한 경제적 요인에 있어서도 아내가 남편에 비해 경제적 요인에서 더 많은 갈등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들이 있습니다(김영자, 1992; 김혜경, 1986; 구혜경, 2008에서 재인용).

덧붙여, Bowman(1978)은 현대에 와서 결혼만족도와 경제수준과 상관관계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Blood & Wolfe(1960)는 직업적 지위가 낮은 남편과 그 부인은 결혼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고, Scanzoni(1970)도 남편의 높은 수입과 사회적 명성은 부인의 서비스와 같은 도구적 보상과 감정이입, 애정표현과 같은 표현적 보상으로 교환되어 결국 결혼만족의 느낌으로 나타난다고 하였습니다(정은애, 2007; 홍은영, 2010에서 재인용).

이러한 연구들이 의미하는 바는 결국 결혼만족에 있어서 가정 내 경제적인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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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하필 남편의 경제적인 능력으로 제목을 정하였는가? 그 이유는 부부라는 범주 내에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자녀가 있는 커플들은 그들의 가족생활주기 상에서 어쩔 수 없이 남편의 경제력에 온전히 의지해야만 하는 기간이 필연적으로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통계청 2017 가계금융-복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체 가구소득분포를 조사한 결과 3,000~5,000만원 미만의 소득수준 가구가 24.2%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은 1,000~3,000만원 미만의 소득수준 가구가 24.1%로 높았습니다. 즉, 약 48.3%가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의 연소득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2017년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부채는 7,022만원, 중앙값은 5,030만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내가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기 위해 직장을 쉬거나 퇴사를 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남편의 경제적 능력은 너무나도 중요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물론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도 최근에는 많아졌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여전히 여성의 경력단절이 훨씬 더 큰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남편의 경제적인 능력이 아내에게 있어 결혼생활의 안정감을 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정적인 월급을 받고 생활하는 가정들이 대부분인 것 역시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그 남자의 욕구, 그 여자의 갈망의 저자 부부상담가 윌라드 할리(Willard F. Harley J.)는 예산을 세워 사용하기를 권하면서 아래의 세 가지를 점검하기를 권면하였습니다.

첫째, 필요한 것을 점검하라. 필요한 예산에는 생활에 필요한 매달의 지출이 포함될 수 있고, 없으면 생활이 불편해지는 품목들이 포함됩니다.

둘째, 원하는 것을 점검하라. 원하는 예산에는 필요한 것과 내가 원하는(필수 생활비 이외로 즐거움을 위한 비용 등) 비용이 포함되는데, 생활에 기쁨을 가져다주는 지출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적이어야 하며, 수입에서 벗어나는 집이나 운전기사 등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셋째, 감당할 수 있는 예산을 점검하라. 감당할 수 있는 예산이란 순수입에서 시작해야 하며, 처음에는 가장 중요한 욕구들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비용들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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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해서 남편과 다른 아내의 욕구, ‘경제적 부양’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이번 편은 유난히 글을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최근 취업난과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은 상황 속에서 제한된 경제력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과연 좋은 선택일까 고민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이어나가는 목적이 행복한 부부생활에 있기 때문에, 때론 받아들이기 어렵고, 때론 좌절스럽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애써 글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본 글은 단순히 ‘남편의 경제력이 중요하다’만을 전달하고자 하는 글이 아닙니다. 남편과 아내의 우선 욕구가 다름을 알고 그것을 충족시켜 보다 더 풍성하고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이 되도록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글입니다. 때문에 남편의 우선 욕구, 아내의 우선 욕구를 하나하나 자세히 소개하고자 시리즈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간혹 글을 단편적으로 보시고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 덧붙여 말씀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응원하듯, 동시에 세상 모든 아버지를 응원합니다.’

저의 글이 단순한 좌절에서 끝나지 않고, 보다 나은 결혼생활을 위한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라며, 

다음 편은 아내와 다른 남편의 욕구, ‘가정에서의 안식’으로 이어나가겠습니다. 부족한 글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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