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서혜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고 SNS에 자해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해 관련 사진과 영상을 통해 아이들이 쉽게 접하게 되면서 자해 행동이 더 번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해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에 실제로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 우선 아이들이 하는 자해 행동이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보통 자해나 자살시도는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과 문제로 인해 흔히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죽고 싶은 생각이 없이도 자해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살하려는 의도 없이 자기 신체 일부를 고의로 상하게 하는 행동을 ‘비자살성 자해 (Non-Suicidal Self-Injury)’라고 합니다. 2013년 개정된 정신의학 진단 체계인 DSM-5에서 이를 독자적인 질환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비자살성 자해의 빈도가 늘어나고 있고, 치료나 예방이 중요한 질환이기도 합니다.

 

♦ 그러면 청소년들은 왜 자해를 할까요?

자해하는 아이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짜증 나고 화가 나서’,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벌을 주려고’,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을 잊기 위해서’ 등으로 여러 가지 표현을 한다고 합니다. 청소년들이 자해하는 요인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 자신의 격한 감정으로 인해, 고통스럽거나 혼란스러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청소년들이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 잡혔을 때 건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나름의 해결책으로 자해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즉, 자해하는 청소년들은 감정을 다스리는데 필요한 기술이 부족합니다.

둘째로 청소년들은 자기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 통제감을 가지기 위해 자해를 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슬픔, 괴로움, 좌절감, 외로움 등의 감정이나 원치 않는 생각을 통제하기 위해 자해 행동을 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일시적으로 삶에 대한 통제감을 느끼게 됨으로써 더 반복이 됩니다.

셋째로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기 위해 자해를 하기도 합니다. 자해를 하는 청소년들은 자신에게 비판적이며, 자기혐오가 강해 자신에게 벌을 주고 싶은 충동이 강합니다. 몸에 해를 입히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에 대한 처벌 욕구를 만족시키려 합니다.
 

사진_픽셀


♦ 자해하는 아이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우선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정서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더 많은 인정을 필요로 합니다. 자해 행위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왜 자해를 했는가에 대한 것을 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 아이의 자해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들도 자신이 견디기 위한 대처 방법으로 자해를 하는 것이지 원해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에게 관심과 수용의 태도를 갖고, 아이의 감정과 느낌을 이해하고 받아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자해 행위를 발견했을 때, 당황하거나 화내지 말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차분한 태도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몸에 난 상처에 화내거나 놀라는 부모의 반응은 아이를 더 움츠러들게 합니다. 이런 모습을 아이들이 느끼게 되면 오히려 자신의 상처를 숨기려 하고, 아이들의 어려움을 더 크게 만들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자해하는 아이는 긴장과 불안을 쉽게 느끼며, 이러한 상태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못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아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강요하기보다는 원할 때 하고 싶은 만큼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자해 행동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적절한 대처를 통해 자해하는 아이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