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좀비 영화를 참 좋아하는데... 이번 분노 시리즈를 그리면서 분노자들을 생각하다 보니 계속 좀비 생각이 떠올랐다. 신기하게도 좀비들은 약한(?) 인간들을 특정 타겟으로 공격할 뿐, 자기들끼리 잘 싸우지는 않는다는 게 화의 첫 번째 속성과 비슷하고, 좀비들의 공격 본능이나 식욕은 절대로 저절로 해소되거나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두 번째 속성과 비슷하다. 또한, 일반인들은 좀비에 물리면 바로 감염되어 똑같이 좀비가 되므로 세 번째 전염성 또한 잘 설명이 된다.

좀비들이 넘쳐나는 세상에는, 그들이 있는 것만으로 세상이 폐허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정작 좀비들은 그런 사실조차 전혀 깨닫지 못하고, 그런 공격행동을 심각하다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그것은 본능적인 거라고 당연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혹은 아무 생각 없을 수도...) 분노자들도 세상을 삭막한 폐허로 만든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이 화내는 것은 당연하며 그 심각성을 모를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분노의 시대, 혹은 적개심의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다. 당연히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하고, 정의는 세워져야 하지만, 때로는 너그러운 이해와 용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우리 모두 인간이기 때문에 누구든 완벽할 수가 없고, 나 자신도 비슷한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정의만으로는 세상이 온전해질 수 없다. 때로는 사랑이 더 절실히 필요할 수도 있고, 그것이 보다 나은 해결책이 되기도 한다.

 

"사랑은 좀비의 심장도 다시 뛰게 한다."
- 영화 '웜 바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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