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피로와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의 삶

'굿모닝, 굿모닝, 빰빠빠빠 ~ '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선잠이 깬 정대리. 휴대전화의 시각은 이제 일어나 씻고 출근을 준비할 때임을 알린다. 늦게까지 이어진 회식, 술자리로 몸은 천근만근, 눈꺼풀은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겨우 몸을 일으켜 샤워하면서 어제 술자리에서 취해서 했던 실수가 떠올라 머리가 복잡하다. 오늘 무슨 꾸중이 날아들지 긴장되기 시작한다. 깜빡했던, 급하게 제출할 기획서 생각도 떠올라 뒷목이 뻐근하고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이제는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이 찬 지 따뜻한 지도 잘 모를 정도다. 입맛도, 여유도 없어 급하게 우유 한잔 들이켜고 서둘러 출근길에 나선다. 오늘은 유난히 입맛이 쓰다. 

 

이런 정대리의 모습은 진부할 정도로 전형적인 현대인의 모습이 아닐까. 과거 단조로웠던 인류의 삶은 눈 앞의 것들만 생각하면 되는 '지금 이 순간'에 초점이 맞춰진 삶이었다. 바쁘고 복잡한 현대인의 삶은 반대 극단에 있다. 현대는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우리에게 매 순간 변화와 적응을 강요한다.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다. 이런 이유로 몸은 이곳에 존재하지만, 마음은 과거나 현재, 혹은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 머무른다. 손만 까닥해도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고, 교통, 물류의 발달은 먼 거리도 더는 문제 삼지 않는 편한 세상이지만, 몸은 이토록 편한 반면 우리의 마음은 과연 어떠한가? 

최근 라이나생명의 모기업인 시그나그룹에서 23개국을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1만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주관적인 웰빙지수를 조사한 결과 23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스트레스지수(최근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는 우리나라가 97%로 23개국(평균 86%) 중 가장 높았다. 스트레스 원인은 일(40%), 돈 문제(33%), 가족(13%) 순으로 나타났다. (출처 : 연합뉴스) 스트레스가 결정적인 원인이 되는 적응장애, 공황장애, 강박장애 등 기분-불안장애 환자 수 또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스트레스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금세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은 우리를 괴롭힌다. 첨단 기술로 연결된, '포장된 편리' 안에서 나 자신의 정체성은 날로 흐려진다. 이런 사회에서 나의 마음은 과연 건강한가?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사진_픽셀


♦ 건강한 정신을 위한 3가지 습관 레시피

1. 일과 휴식의 완전한 분리

일과 휴식을 분리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여기서 말하는 분리란, 물리적인 분리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퇴근과 동시에 업무 모드 스위치를 꺼버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익숙하지 않고, 몸과 마음에 습관화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마음 안에서 한 덩어리로 뭉쳐진 일과 휴식을 떼어내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일과 휴식이 마음 속에서 정리되지 않으면, 체내의 에너지와 생리작용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는 끊임없이 돌아간다. 기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연료가 소모되듯, 결국 소진된 에너지가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만든다. 

그러기 위해서 휴식 시간에 할 수 있는 활동을 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 회의, 업무 전화, 서류작업 등 회사에서 하는 것은 정해져 있고, 어느 정도 흐름이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막상 휴식 시간이 주어지면 의미 없는 시간만 보내다 쉬었는지, 아니면 '멍 때리다' 지나갔는지 모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휴식 시간에 할 것들을 정하자. 꼭 정해진 활동이 아니더라도, '30분 간 수면'. '1시간은 인터넷 쇼핑하기'와 같은 활동들도 좋다. 업무에서의 삶과, 휴식할 때의 삶의 결을 다르게 만드는 작업이다. 

평소 눈여겨보았던 취미를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취미활동에의 몰입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창조성을 불러일으킨다. 또, 몰입하면서 '현재 이 순간'의 감각을 키울 수도 있다. 심리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자신의 저서 <몰입>에서 말한 것 처럼, 삶의 행복은 매 순간의 몰입에서 온다. 휴식에도 몰입이 필요한 법이다. 

 

2. 항상 내 마음을 돌아보는 습관을 지니기

건강한 정신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습관을 가지자. 업무와 인간 관계로 지친 이들은, 외부의 것들을 해내는 데도 버겁다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

자신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떄, 이를 감정 - 생각 - 신체감각 - 행동으로 분류해보자. 이를테면, 분노의 감정은 '나를 무시한다, 네가 감히 나를?' 따위의 부정적 생각, 온몸이 경직되고 힘이 들어가는 신체감각, 언성을 높이고 위협하고 싶은 충동이 생겨난다. 감정 반응을 분리해서 보는 습관은,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영역에 이성의 힘을 덧씌울 수 있다. 또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마음과 거리를 두고 볼 수 있게 한다. 이를 distancing(거리두기)이라 하는데, 매 순간 자신의 거리를 두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은 스트레스와 감정에서 충동적 행동으로 한 번에 이어졌던 뇌 안의 신경망 고속도로 위에, 잠시 멈추어 쉴 수 있는 휴게소를 세우는 것과 같다. 또, 여유가 생긴 만큼 예전처럼 감정에 휘둘리는 행동이 아닌, 건강한 행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3. 내 삶에 중요한 가치와 삶의 방향을 설정하기

나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떤 이들은 돈, 혹은 명예나 인기와 같은 것을 이야기할 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부러워 할 화려한 외양도 중요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일까? 폼나는 외제차, 멋들어진 옷,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최고'임을 상징하는 명함... 누구나 갖고 싶지만, 이러한 것들이 목표가 된 삶은 얼마나 삭막할까? 또, 바라던 것이 이뤄지고 나면, 또 무엇을 찾아 헤메일 것인가? 거기에 자신이 진정 나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이 담겨있진 못하다.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 내일 바라는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면, 과연 무엇을 하고 싶은가? 모든 일이 가능할 때, 모든 여건이 충만할 때 하고 싶은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의 방향일 것이다. 거기엔 물질적인 목표가 아닌,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이나,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것'과 같은 자신이 진정 소중하다 여기는 가치가 담길 수 있다. 또, 진정 가치 있는 삶은 목표 지향적이 아니라, 방향 지향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매 순간 현재의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며, 건강한 여유를 가지는 것, 그리고 자신이 진정 중요하다 여기는 가치와 삶의 방향을 따라가는 것. 이것이 바로 건강한 정신을 위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습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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