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안녕하세요, 한 여고생입니다. 제가 너무 잘 놀라서 스트레스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사소한 소리에도 너무 크게 놀라서 제가 놀라는 것에 주위 사람들이 놀라요. 이게 학교에서 까지는 괜찮겠지만, 사회에 나가면 다른 사람들에게 해가 될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궁금해서 왜 이렇게 잘 놀라는 것인지 찾아보았는데 편도체의 기능과 관련 있다는 부분도 있고 심장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정확히 잘 모르겠어서 여쭤봅니다. 어렸을 적 환경 같은 것과도 영향이 있을까요?

혹시 그리고 치료방법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A) 왜 그렇게 잘 놀라시는지... 저도 정말 궁금하네요. 저도 놀람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덕분에 꽤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놀람이란, 감정이라기보다는 외부 자극에 대한 즉각적인 신체적 반응, 즉 반사작용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눈 근처로 어떤 물건이 접근하게 되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게 됩니다. 눈을 눈꺼풀이라는 가죽으로 덮어 보호하기 위해서죠. 또,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 소리의 원인이 토끼일 때는 내 생존이 보장되겠지만, 원인이 곰인 경우에는 아마 내 삶은 거기서 끝나게 되겠죠. 이런 것처럼 놀람이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반응 중 하나이고, 그 반응은 결국 생존이라는 본능과 관련이 있습니다. 즉 놀람은 내 생존을 도와주는 기능을 하는 거죠.

 

그렇다면 너무 잘 놀란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아마 '다른 사람은 놀라지 않는 것에 놀란다'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놀라는 정도가 큼'이라는 두 가지 의미인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놀란다고 표현하신 걸 보면, 놀라는 정도가 크신 것 확실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놀라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신 부분은 조금은 애매하네요. 내가 너무 자주 놀라서 그 자체가 힘들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내가 놀라면 다른 사람도 같이 놀라니깐, 자신이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한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놀람의 정도가 공포라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신 것 같습니다. 사실 특정 상황이나, 동물 등에 대해 과도한 공포를 느끼는 것은 '특정공포증'이라는 정신과 진단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진단은 말 그대로 공포를 느껴야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질문자 분과는 상관은 없어 보이네요. 일단은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를 받으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놀람이 삶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면 치료를 받아야겠죠. 놀라는 것 때문에 해고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거나 하는 등의 일이 생긴다면요. 

질병이 아니지만, 고려해 볼 상황은 있습니다. 이전에 강아지에 물렸던 사람은, 동물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크게 놀라게 되죠. 혹시 질문자 분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저녁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들어와 집에서 난동을 부리는 집에서는, 온 가족이 아버지의 기분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게 됩니다. 또 아버지가 언짢아하는 것들, 특정 물건이나, 특정 소리를 최대한 치우거나, 내지 않으려 노력하겠죠. 그 아버지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죠. 이렇게 갈고닦은 능력이, 집 밖에서도 적용이 됩니다. 성인 남자를 보면 놀라게 되거나, 취한 듯한 사람을 보면 더 놀라게 되죠. 또는 뭔가 깨지는 소리 같은 것에도 놀라게 되죠. 술병이나, 그릇을 아버지가 깨던 기억 때문에요. 

 

이렇게 사람은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에서, 생존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능력들을 개발합니다. 놀라는 이유가 궁금하시다면, 이런 방향으로 생각을 하신다면 그 해답을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혼자서 고민을 해도 안 된다면, 그리고 놀람이 삶에 악영향을 준다면, 그때는 정신과 전문의와 한 두 차례 상담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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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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