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신은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가? 듣기에 따라 이상한 질문이 될 수도 있다. 숨 쉬는 데도 방법이 따로 있는지 머뭇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숨을 쉬며 살아가면서도, '어떻게 숨을 쉬는지'에 대해서는 의식하지 않는다. 마치 공기는 늘 존재하니,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것과 같다. 하지만 호흡의 유형은 몸과 마음의 여러 부분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우선 사람이 호흡하는 생리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하자. 인간의 호흡은 굉장히 정교하고도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진다. 입과 코, 기관지, 폐, 그리고 이를 둘러싼 내부 장기와 근육들이 모두 호흡에 관여한다. 우리는 우리가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에 대해 의식하지 않고 지내지만, 한 번의 호흡에도 인체의 굉장히 많은 장치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좀 더 단순화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우리가 입과 코를 통해 숨을 들이마시면(들숨) 들이마신 공기는 기관지를 통해 폐에 도달한다. 폐가 팽창되며 공기를 받아들이고, 받아들인 공기 내의 산소 등 여러 성분은 확산되어 혈류 속으로 녹아들어간다. 날숨은 이 역순이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호흡의 과정에  우리의 심리 상태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긴장된 상태에서는 호흡이 빨라지고 얕아진다. 이러한 상태를 폐로만 호흡하는 흉식 호흡이라고 하는데, 대개 흉식호흡은 심리적으로 스트레스와 긴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교감신경계의 활성화와 함께 나타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흔히 심호흡을 천천히 하면 긴장이 풀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심호흡을 할 때  폐의 용적이 늘어나고, 가슴과 복부를 구분하는 횡격막의 움직임이 더욱 커지게 되는데, 이는 미주신경(vagus nerve)을 자극하게 된다. 결국 심호흡은 이완을 도와주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며, 우리는 몸과 마음의 안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교감신경의 잦은 활성화와 얕은 흉식 호흡은 스트레스 상황,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자신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스트레스들로 인해 흉식호흡이 유발되기도 하지만,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예민해지는 성격(흔히 A형 성격이라 불리는)으로 인해 습관적으로 흉식호흡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A형 성격은 심장병, 각종 암 등을 가질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_픽사베이

 

물론, 호흡만으로 성격이 바뀐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호흡 상태를 잘 돌아보는 것은 스트레스에 건강하게 대처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이기도 하다. 공황장애 및 사회불안증 등의 불안장애의 치료에 있어, 긴장과 불안을 조절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가 바로 ‘이완 훈련(relaxation technique)’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 이완감을 줄 수 있는 복식호흡은 연습을 통해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 

 

♦ 호흡 이완을 연습하는 방법

1. 우선,  조용하고 편안한 장소를 찾도록 하자. 꽉 끼는 옷들은 느슨하게 풀어놓은 상태에서 자리에 앉아 눈을 감자.

2. 한 손은 가슴에, 그리고 한 손은 배에 올려놓은 상태에서 코로 호흡을 들이마시도록 하자. 이때, 가슴보다는 배가 팽창할 수 있도록 호흡을 들이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가슴이 더 팽창한다면 흉식호흡을 하고 있는 것이다.

3. 숨을 들이마시면서 속으로 ‘하나’, 내쉬면서 ‘편안하다’. ‘둘’, ‘편안하다’ 속으로 되뇌도록 하자. ‘편안하다’고 되뇌일때는 몸 전체의 긴장이 다 풀리는 느낌을 상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치 해파리처럼 몸에서 힘을 다 빼고 앉은자리에서 축 늘어지는 느낌을 떠올려보자.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대개 한 번의 들숨과 날숨은 각 3초, 합쳐서 6초가량이 적당하다.

4. 횟수는 처음에는 10회까지 세고, 그다음에는 역순으로 열에서 하나까지 센다. (20회) 점차 횟수를 늘려나가도록 한다.

5. 처리해야 할 일이나 급한 일을 앞두고 하게 되면 호흡이 흐트러질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여유 있는 시간을 택하도록 한다. 자고 일어난 직후나 자기 직전, 혹은 회사 업무가 시작되기 전, 끝나기 전 등에 맞추어 잠시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6. 하루 2회가량 정기적으로 연습을 하며,
 1) 복식호흡 및 숫자 세기에 대한 집중도(0-10),
 2) 호흡 후 이완된 정도(0-10)를 기록하도록 하자.

 

위의 호흡 습관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려면 약 2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연습의 초반에는, 스트레스받거나 불안한 상황에서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평상시 충분한 이완의 느낌에 대해 몸으로 체화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다. 충분한 기간의 연습 이후에는 이완이 필요한 상황에 충분히 적용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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