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들에게는 <공황장애>라는 이름이 이제 익숙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익숙한 연예인들, 운동선수 들이 자신이 공황장애로 인해 힘든 투병생활을 해 왔음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예능에 나온 어떤 이는 공황장애 극복담을 이야기하며 이를 웃음의 소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공황을 겪으면서도 문제의 원인을 모르던 이들에게, 치료를 위한 용기를 주는 순작용을 일으킨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공황장애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조금은 가벼운 정신과 질환으로 오해를 사기 쉽다.

하지만, 공황장애가 주는 일상의 영향은 그 스펙트럼이 무척이나 다양하다. 가벼운 불안이 스쳐 지나가는 수준일 수도 있지만, 조금의 활동이나 감정 변화에도 심한 공황이 찾아와 공포감과 신체 변화를 일으키고, 급기야는 집에서만 칩거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비교적 경한 공황장애의 경우에도 점차적으로 증상이 악화되고 만성화되는 경과를 밟는 경우도 있다. 실제 공황장애를 겪는 이들 중 10-20%는 심각한 증상이 지속된다.
 

사진_픽사베이


♦ 공황장애,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知彼知己면, 百戰不殆)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슨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물론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스스로 자신의 증상이 어느 정도인지, 병이 깊어지는 과정 중 어디쯤에 속하는지에 대한 지식도 필수적이다. 그래야만 어떠한 시점에서 무슨 치료를 받을 것인지에 대한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

공황장애는 시도 때도 없이 죽음의 두려움에 가까운 공포가 엄습하는 질환이다. 자신의 병을 알기 위한 노력만이 안갯속에 갇힌 스스로를 구할 수 있다. 공황 증상을 아무 대비 없이 겪는 것과, 자신이 겪는 이 현상이 공황장애의 또 다른 증상이라는 것을 아는 것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다. 공황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되면, 두려울 것 없는, 그저 지나가는 생리적 반응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황장애를 악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 자체에 대한 공포, 즉 '공포에 대한 공포'라 할 수 있는데, 지식의 차이가 공황 증상 자체뿐만 아니라 증상에 대한 두려움의 정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 공황장애의 늪에 빠지는 과정 - 우리가 해야 할 것들

1) 극심한 스트레스와 첫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단계

공황의 시작은 대개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난다. 극심한 업무의 피로도,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극에 달할 때, 첫 공황발작이 시작된다. 

과거 원시인들의 정형화되고 단순한 삶과는 달리, 현대인들은 신경 쓸 것이 너무나 많은 복잡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공황의 첫 발병에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다.
물론, 같은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마다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대개는 유전적인 기질, 성장 환경적인 배경 위에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을 맞닥뜨릴 때, 첫 공황 발작이 나타나게 된다.  만약 자신이 경험한 심한 불안이 공황장애라 생각이 된다면, 최우선적으로 스트레스 관리를 해야 한다. 

가) 주변 환경이 힘들다면, 이를 적절하게 조율하자. 충분한 휴식 및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나)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아들이기 힘든 상태라면, 충분한 휴식이 필수적이다. 이완 훈련이나 명상 등의 방법으로 마음의 평정을 되찾아야 한다. 또한, 

다) 문제 상황에 대해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해 나갈지,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적절한 문제 해결 기술을 잘 적용해야 한다. 

이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첫 공황발작이 왔음을 인식하고,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만으로도 충분히 좋아지는 경우도 많다.
 

사진_픽셀


2) 반복되는 공황발작, 행동적 제약의 발생 단계

스트레스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거나, 나타난 공황 증상들의 실체를 외면하고 살아가려 한다면, 그러나 증상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면, 공황장애에 늪에 서서히 빠져들고 있는 단계라 할 수 있다. 대개는 "에이, 한두 번 그러다 말겠지."라는 생각으로 지내지만, 잦은 빈도로 여러 강도의 불안 발작들을 경험하게 되고, 마음속의 불안감과 공포감은 더욱 커져갈 뿐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몸에서 느껴지는 사소한 변화도 ‘이거 또 공황이 오는 거 아냐?’라는 생각에 긴장과 불안을 경험하며, 결국 예전에 많이 했던 운동이나 장거리 운전, 장거리 여행 등을 더욱 조심하게 된다. 활동 반경이 점차 줄어드는 단계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자신이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심해지는 단계라면, 약물 치료를 통한 증상의 호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 공황이 일어날 가능성과 결과에 대해 가능성에 대한 과대평가, 혹은 증상에 대한 끔찍한 결과를 예상하고 이로 인한 불안이 심해짐을 경험한다면 인지행동치료를 통한 생각 바꾸기 작업을, 잦은 신체적 긴장과 불안의 경험에 대해서는 이완 훈련을 통한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드라마틱하게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만큼 초기의 공황장애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공황장애를 극복하고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자신의 증상에 대해 자각하고, 빠르게 도움을 구하는 태도다. 

 

3) 만성적인 공황장애로의 진행 단계

공황장애가 만성화되면, 행동의 제약이 더 심해진다. 자신이 즐겨하던 운동, 다른 사람들과의 즐거운 만남 등을 회피하게 되고, ‘오늘은 내 컨디션은 어떤가, 공황발작이 올 기미는 없는가’하는 생각을 24시간 내내 떨칠 수가 없다. 공황이 오면 당장 피해야 하기에 백화점이나 영화관처럼 사람들이 붐비는 곳, 당장 벗어나기 힘들어 보이는 곳은 최대한 피하게 되며, 결국 혼자서는 외출을 하지 못하는 단계까지 가기도 한다. 이 상황들은 심한 좌절과 고통을 안긴다. 결국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실제로 공황장애 환자의 절반 가량은 다양한 정도의 우울증상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거나, 약물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단계에서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치료에 임해야 한다. 만성화의 초입에 들어선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전을 필요로 한다. 공황장애 자체에 대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삶을 갉아먹고 있는 만성적인 활동의 제약, 우울증들과도 싸워야 한다.  약물치료 및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비약물적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는 것은 물론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증상을 악화/유지시키게 하는 '성격적 요소'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다. 공황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는 부정적인 삶의 습관들을 돌아보며, 이를 고쳐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음주, 흡연 및 증상을 회피하기 위한 '안전추구행동'들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분명 공황장애의 극복이 긴 여정이 되겠지만, 방향만 올바로 잡고 나아간다면 그 끝에는 공황장애의 치유라는 달콤한 열매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공황장애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가, ‘ 내 몸이 소중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 힘든 시간이었지만, 극복하고 나니 인생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라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힘든 시기의 극복을 통해 자신의 내적 성장이라는 과실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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