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강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TV나 영화 속에 나오는 노인성 치매의 대부분은 알츠하이머병을 소재로 한 것들입니다. 일반적으로 치매의 증상을 얘기할 때에는 알츠하이머병에 준해서 얘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치매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약 100여 년 전 아우구스트 D라는 51세 여성이 기억력 저하, 방향감각 저하, 이해력 저하, 실어증, 편집증, 환각증세를 호소하여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정신병원에 입원하였습니다. 가족과 의사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소변도 못 가리고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4년 6개월 만에 사망하였지요. 당시의 진단명으로는 도저히 분류할 수 없었던 그녀의 병에 대해 주치의 알츠하이머 박사는 뇌 부검을 통해 그녀가 정상인보다 뇌가 줄어들어 있고 노인성 반점이 많다는 것을 밝혀내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알츠하이머병은 비교적 서서히 뇌기능의 장애가 진행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에서 권고하는 초기 치매를 의심해 볼 수 있는 10가지 경고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이 감소합니다.
2) 일상적이고 익숙한 일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생깁니다.
3) 언어 사용이 어려워집니다.
4) 시간과 장소를 혼동합니다.
5) 판단력이 감소하거나 그릇된 판단을 자주 합니다.
6) 추상적인 사고능력에 문제가 생깁니다.
7) 물건 간수를 잘 못합니다.
8) 기분이나 행동의 변화가 있습니다.
9) 성격이 변합니다.
10) 자발성이 감소합니다.

 

흔히 건망증이라고 이야기하는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증상이 건망증인지 치매 초기 증상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이전과 달리 기억력이 저하됨을 인지했을 때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치매 조기검진에 대한 인지도는 10%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30~40% 정도로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그러나 조기검진율이 아직도 낮은 이유는 첫째는 치매라는 병에 대한 인식도 및 이해도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아직까지도 치매를 노망이나 노화로 간주하여 치료 및 예방해야 하는 병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병으로 생각하는 면이 많습니다. 따라서 국내 한 보고에 의하면 외국에서는 치매의 첫 증상이 있고 난 후 병원에 찾아오는 데까지 걸린 기간이 평균 1.4년인데 우리나라는 평균 2.7년입니다. 이는 종합병원에서 연구된 결과로 일반적으로 지역사회에서는 치매가 이미 한참 진행되어 신체적 합병증이나 문제행동으로 집안에서 더 이상 돌보기 힘든 시기가 되어서야 의료기관을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치매 증상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정작 치매가 진행되어도 치매인 줄 모르고 늙어서 생기는 변화라고 그냥 지나치는 일이 많습니다.

둘째는 자식들이 어르신들의 일상생활을 대신해드리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입니다. 점차 서구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노인을 공경하는 문화가 있어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자식들이 대신해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시장 보고, 은행 거래하고, 운전하고, 음식 준비하고, 전화를 거는 등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활동을 노인 스스로 하기보다는 자식들이 대신해주는 경우가 많아 치매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일상생활능력의 저하를 조기에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알츠하이머병의 조기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조기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통해 병의 증상을 완화하고, 병의 경과를 둔화시킬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중지시키거나 완전히 회복시키는 치료약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증상을 완화하고, 병의 경과를 둔화시킬 수 있는 약은 1993년 미국 FDA에서 처음으로 승인받은 이후 국내 4가지 약물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지기능 개선제들은 뇌세포의 손상이 광범위하게 확대되기 이전에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빨리 치료할수록 효과적입니다. 치매를 조기 발견하여 조기치료를 시작할 경우 증상 악화를 지연시켜 치매환자의 독립성을 연장시킬 수 있으며, 가족들이 치매 환자를 돌보며 쓰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중앙치매센터의 자료에서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치매 환자의 가족은 향후 8년 간 약 7900시간의 여가시간을 더 누릴 수 있고, 6300만 원을 더 절약할 수 있으며, 5년 후 요양시설 입소율은 55% 감소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조기진단을 통해 환자 자신 및 가족들은 병의 경과에 대해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말기에 가면 환자 자신으로서는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 조차 잊어버리게 될 수 있는데 조기진단 및 치료를 통해서 자신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증가합니다.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치매 증상으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 및 갈등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간병 및 문제행동에 대한 대처방법에 대해서도 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결과적으로 환자를 잘 돌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2018년 7월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는 치매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한 치매 임상 평가 가이드라인을 최초 제정해 공개했습니다. 치매를 초기 단계에서 관리하지 않을 경우 향후 소요될 비용과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선제적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진단 과정에서 의료진과 환자 및 보호자와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60세 이상이라면 모두 조기검진을 받게끔 권유하고 있습니다. 올해 아직 조기검진을 받지 않으신 분이라면 보건소나 치매안심센터 방문하시길 권유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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