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황장애의 가장 큰 특징은 '공포에 대한 공포'라는 것이다. 공황(공황발작, panic attack)은 교감신경의 항진으로 인해 짧은 시간 급격한 생체반응의 변화와 심리적 공포가 나타난다.

 

공황을 겪는다고 해서 모두 공황장애로 진단받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고소공포증 환자가 고층 빌딩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극심한 공포, 즉 공황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높은 곳 이외의 다른 장소에서는 다른 이들과 큰 차이가 없다면, 공황은 일회성일 뿐이다. 이럴 경우에는 공황장애라기보다는 특정 공포증(specific phobia)로 진단 내리는 것이 맞다. 

 

공황장애는 갑작스러운 공황을 경험한 이 후, 공황이 느닷없이 다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신이 미치거나 심장이 멈춰 죽어버리지는 않을지 등의 재앙적 상황에 대한 공포가 있을 때 진단내릴 수 있다.

실제적인 문제에 대한 공포라기보다, 공황의 순간에 겪었던 심리적 공포를 다시 겪는 데 대한 두려움이 공황장애를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다. 

 

사진_픽사베이

 

공황의 특징은 '갑작스러운, 느닷없는' 불안발작이라 할 수 있다.

일상생활 중 생기기에,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기에 공황은 더욱 두려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상자에 손을 더듬을 때, 매끄러운 고무공의 촉감은 징그러운 물체로 느껴져 소름이 돋는다.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없다면, 이는 미지의 물체일 따름이다. 그러니 불안과 공포를 자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첫 공황이 생기면, 99%의 사람은 이를 정신과적 문제로 생각하기보다 내과적 문제로 판단한다. 공황이 올 때마다 응급실에 뛰어들어가 검사를 받지만, 이상 소견이 없다는 말만 들을 뿐이다. 원인을 찾으려 애쓰지만, 그러는 사이에 삶의 반경은 점차 좁아지고, 활동이 위축되기 시작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두려움, 오해 또한 치료를 지연시키는 데 한몫한다. 

 

하지만, 공황의 원인은 분명 존재한다.

'A로 인해 B가 생겨난다'는 식의 눈에 보이는 인과관계는 아닐 수 있다. 대개 공황은 기본적으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취약성을 바탕으로 한다. 이는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이거나, 성장과정의 경험에서 학습된 것 혹은 둘 다에 해당된다.

또한, 최근의 심신의 스트레스가 공황의 촉발 원인이 된다. 과도한 업무, 대인관계에서의 스트레스, 육체적 피로 등이 심한 경우 첫 공황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공황장애의 발생 원리 또한 명확하게 밝혀진 상태이다.

 

공황장애는 오즈의 마법사와 같다. 공황장애의 실체를 알기 전에는 심한 공포와 고통스러운 신체 감각을 만들어내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불안을 좀 더 예민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 공황이 올 때의 과도한 가슴 두근거림, 숨이 막히는 느낌들 때문에 공황장애가 심각한 신체 질병과 관련되어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그렇지만 공황장애 자체가 신체적 질환의 원인이나 결과가 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 

 

사진_픽셀

 

공황장애, 제대로 알고 더는 겁먹지 말자

공황장애만 따로 놓고 보면,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며 약물이나 인지행동치료에 치료반응 또한 좋은 편이다. 공황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안정된 생활리듬을 되찾게 되며 휴식과 이완의 필요성 또한 깨닫게 된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만성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다른 병에 비해 '착한 병'에 가깝다. 

하지만, 공황장애가 정말 착한 병이 되려면 증상과 병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익히고, 근거에 기반을 둔 효과적인 치료를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황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적절한 치료 방법과 시기를 피하게 하며, 이는 공황장애가 만성화되어 '나쁜 병'으로 진행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참고 문헌

1. 굿바이 공황장애, 최주연 저, 시그마 북스
2. 공황장애의 인지행동치료 제 4판, David H Barlow 등 저, 최병휘 역, 시그마 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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