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는 다른 배우자의 욕구 ①

[아내] “결혼 전에는 그렇게 헌신적이던 남편이 결혼하고 나서는 도대체 나를 사랑하고는 있는지, 나를 아내로 생각은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어요. 그냥 단순히 섹스 파트너인지, 동거인일 뿐인지, 이제는 지쳐서 그만두려고 합니다.”

[남편]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도대체 제가 남편인지, 아니면 돈벌어 오는 기계인지, 아니면 머슴입니까? 적어도 저는 남들 하는 만큼은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도대체 뭐가 불만이랍니까?”

 

결혼이 갖는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개인의 강력하고 본질적인 욕구를 배우자를 통해서만 충족하겠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결혼을 했다는 것은 배우자 이외에 다른 이성을 멀리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서로를 향해 높은 기대를 가지게 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만약 그 기대를 배우자가 충분히 충족시켜준다면 부부관계는 행복하게 발전해나갈 것이나 만약 배우자가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면 부부관계는 좌절을 통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사진_픽셀

 

예를 들어, 남편은 ‘오로지’ 아내를 통해서만 성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겠다는 데 합의를 함으로써, 아내에게 많은 기대를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아내가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면, 남편은 아내와의 관계에서 계속적인 기쁨을 발견하게 되고 관계는 더욱 더 깊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이런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정반대로 아내를 생각할 때마다 욕구불만이라는 감정이 함께 연상될 것이고, 이것이 지속되면 남편은 아내가 성관계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고 실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남편의 성적인 욕구는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게 되고, 오로지 아내와 성관계를 가지겠다는 남편의 서약은 욕구불만이냐, 또는 외도냐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이번엔 반대로 아내는 ‘오로지’ 남편을 통해서만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솔한 대화의 욕구를 충족시키려합니다.

따라서 아내가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는 진솔한 대화를 남편과 나누게 되면, 남편으로부터 최상의 기쁨을 얻게 되지만, 만약 남편이 아내의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않는다면, 아내 또한 욕구불만의 상태에 있게 되고, 욕구불만이냐, 또는 외도냐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만일 이러한 과정에서 좌절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른 이성이 나타나게 되면 외도의 유혹에 손쉽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외도를 하는 과정은 단순히 배우자가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가, 충족시켜주지 못하는가에 달려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시작은 ‘욕구의 충족 혹은 좌절’로부터 시작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남편과 아내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각자에게 가장 중요한 욕구들을 반드시 만족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단순한 사실이 실행되기 어려운 이유는 남성이 중요하다고 결정한 욕구들이 여성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마찬가지로 여성이 중요하다고 결정한 욕구들이 남성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남편과 아내의 욕구 우선순위가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사실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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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아내와 다른 남편의 우선욕구는 무엇인가?

윌라드 할리(Willard F. Harley Jr.)의 경험적인 연구를 토대로 한 그의 저서 ‘그 남자의 욕구 그 여자의 갈망’에 따르면, 아내와 다른 남편의 우선 욕구는 성적인 만족, 여가활동의 동반자, 매력적인 외모, 가정에서의 안식, 그리고 칭찬하기입니다.

다시 말하면, 결혼을 함에 있어서 남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내를 통한 성적인 만족을 충족시키는 것, 아내와 여가활동(게임, 야구, 등산 등)을 함께 하는 것, 아내의 매력적인 외모를 보는 것, 그리고 가정에서 휴식을 취하고 즐겁게 노는 것, 그리고 아내로부터 칭찬을 받는 것입니다.

 

어떠신가요?

결혼생활에 있어서 남편에게 중요한 것이 생각보다 너무 단순하고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신가요? 마치 어린아이처럼요.

그러나 이것은 사실입니다.

 

‘우리 집에는 큰 아들(남편)과 작은 아들(자녀)만 있고 어른이 없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텐데요.

‘누구나 외도할 수 있다’라는 주제로 글을 쓰면서 아내의 우선욕구가 아닌 남편의 우선욕구를 먼저 다루고자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이해되지 않는 남편의 철없는 행동들을 조금만 알면 여성의 우선욕구에 비해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부부가 종종 배우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이유는 서로의 욕구를 단순히 무시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을 기준으로 상대를 고려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배우자의 욕구들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 이를 악무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거나,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참으면서 배우자를 충족시켜주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나에게 즐거운 것이 아닐지라도, 상대방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배우자는 나와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야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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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누구나 외도할 수 있다. ‘아내와 다른 남편의 욕구’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편의 포인트는 아내와 다른 남편의 우선욕구가 있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외도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내 남편, 내 아내는 다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누구나 외도의 과정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그것이 설령 강한 종교적 신념이나 청렴한 신념을 가지고 있더라도 말입니다.

 

덧붙여 본 글은 ‘욕구 그 자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글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욕구들은 그 자체로 건강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때문에 남편과 아내의 우선욕구가 다르다는 것이지, 그것이 곧 남편/아내로 하여금 그 욕구를 온전히 충족시키는 것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결혼생활에서의 욕구불만족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지, 외도를 합리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 편은 외도의 심리 - '아내의 욕구'로 이어가겠습니다. 차후 연재는 남편의 욕구, 아내의 욕구를 번갈아가면서 소개해드리는 방향으로 진행하겠습니다.

 

 

* 참고문헌 Willard F. H. (2004). 그 남자의 욕구 그 여자의 갈망.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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