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축구 선수는 항상 시합 전에 지갑에 있는 가족의 사진을 본다. 가족의 사진을 보고 안심을 한 뒤 경기를 집중적으로 뛸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지갑을 새로 선물 받고 사진을 옮기는 것을 깜빡했다. 하필 경기 직전에 지갑을 열다가 사진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그날 불안한 마음에 경기에서 실수를 반복했고, 항상 최고의 선수였던 그는 최악의 선수가 되었다.

징크스처럼, 경기 전 가족 사진을 보는 이러한 행동을 안전추구 행동이라 한다. 안전추구 행동은 상황적인 불안을 감소시키나 공황에 대한 두려움을 유지시키고 때론 두려움을 유발할 수 있다. 최악의 선수가 되었던 날, 그의 컨디션은 최고였다. 사진 보는 습관만 없었다면 말이다. 많은 공황장애 환자들은 잘못된 안전추구 행동을 하고 있다. 흔히 1) 회피, 2) 주의 분산, 3) 안정감을 가지기 위한 행동을 한다.

 

1) 회피의 예 - 커피나 술을 마시지 않는다. 운동을 하지 않는다. 화를 내지 않는다.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 공포 영화나 슬픈 영화를 보지 않는다. 병원에서 멀어지지 않는다 등

2) 주의 분산의 예 - 시끄러운 음악 틀기, 성경책 크게 읽기, 스스로 꼬집기, 배우자나 친구에게 아무 얘기나 하라고 하기, 가능한 바쁘게 지내기, 자기 전까지 TV 틀어 놓기 등

3) 안정감을 위한 물건들 - 음식이나 음료, 냄새 나는 소금, 종이 봉투, 종교적 상징들, 애완 동물, 담배, 돈, 약 등

 

잘못된 안전추구 행동은 보통 막연하다. 왠지 모르겠지만 안정감이 든다.

하지만 올바른 대처 행동은 확실히 알고 하는 행동이다. 약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두근거림’을 조절해 주는 약이 있다. 발표를 하기 전에 항상 그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발표 전에 그 약이 다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약이 ‘두근거림’을 조절해 주는 약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아 오늘 두근거리겠구나’ 생각하고 약을 복용할 때보다 두근거림만 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약이 어떤 효과인지 모르고 막연하게 공황을 막아주는 약이라고 복용했다면, ‘아 오늘 공황이 오겠구나’ 생각하고 최악의 발표를 하게 될 것이다.

 

둘째, 잘못된 안전추구 행동은 대안이 없다. 그렇지만 올바른 대처 행동으로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필자가 개인 면담 치료를 하고 있는 환자가 있었다. 이 환자를 치료하는 동안 두 번의 휴가기간이 있었다. 첫 번째 휴가 때, 일주일동안 못 보겠다고 말만 전하고 휴가를 떠났다. 필자의 휴가 기간 동안 그 환자는 두 차례나 공황 발작으로 응급실 방문을 했다. 면담이 그 환자에게 잘못된 안전추구 행동 중 하나였던 것이다.

두 번째 휴가 때는, 환자에게 응급실 방문을 포함해 여러 가지 대처 행동을 정해 주고 휴가를 떠났다. 그랬더니 응급실 방문이 대처 행동임에도 그 환자는, 필자의 두 번째 휴가 기간 중 한 번도 응급실을 방문하지 않았다.

자신이 불안을 피하려고 하는 행동이 잘못된 안전추구 행동인지 따져보고, 올바른 대처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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