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라엘마음병원 원장 이희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술, 마약, 담배, 커피, 게임, 스마트폰 등 요즘은 우리를 유혹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러한 것들에 한 번 맛을 들이면 좀처럼 빠져 나올 수가 없다. 허우적거리다 점점 깊이 빠져 들게 되고, 오직 그것만을 위해 살게 된다.

이렇게 한 가지 일만을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과 그렇게 하도록 하는 충동을 '중독'이라고 한다.

중독이 넘쳐나는 세상, 중독은 무엇인가.

 

1954년 캐나다 맥길 대학의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너는 쥐가 레버를 누르면, 뇌 특정 부위를 전기로 자극하는 실험 장치를 고안하였다.

쥐는 다른 행동은 모두 멈추고 탈진할 때까지 계속 레버를 누르는 일을 반복하였다. 이 때 자극된 뇌의 부위를 쾌감 회로(보상영역)라 정의하였다.

쾌감 회로에는 복측피개부위, 미상핵, 전전두엽-뇌의 특정 부위 이름-이 있으며, 복측피개부위에서 신경 전달 물질, 도파민이 생성된다.

 

이 도파민이 미상핵과 전전두엽으로 전달될 때 동물은 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 쾌감은 다른 대부분의 욕구를 잊게 만들 만큼 강력하여 쥐가 탈진할 때까지 탐닉하게 만든다.

도파민은 이 쾌감을 주는 행동을 기억하고 반복하게끔 만드는 기능 또한 가지고 있다. 쥐가 레버를 누르면 쥐는 쾌감을 느끼고, 이 쾌감은 다시 쥐로 하여금 레버를 누르게 만든다.

 

이러한 반복되는 행동은 신경계 가소성-쉽게 말해, 자주 사용하는 뇌 부위가 발달하고 쓰지 않는 뇌 부위가 퇴화하는 것-에 의해 쾌감 회로의 변형을 가져와 습관이 되고, 중독이 되고 마침내 삶이 되어버린다.

 

pixabay

 

술만 마시는 아버지를 모셔와 실험을 해 보았다. 여러 종류의 사진을 보여주고, 어떤 종류의 사진에서 쾌감 회로 부분이 작동을 하는지 알아보았다.

Functional MRI(=fMRI)로 촬영을 할 경우 뇌의 어느 부위가 반응을 하는지 알 수 있다. fMRI에 술만 마시는 아버지를 눕혀두고, 아버지께서 볼 수 있도록 여러 종류의 사진을 스쳐 지나가게 하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술만 마시는 아버지의 뇌는 술과 관련된 사진에만 반응을 하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의 사진, 귀여운 아들, 딸들의 사진, 즐거웠던 기억과 관련된 사진 등에는 쾌감 회로가 반응하지 않았다.

이는 술만 마시는 아버지는 오직 술과 관련해서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이 즐거움을 느끼는 영역은 다양하다.

사람은 따뜻하고 안전한 가정환경에서 안락함을 느낄 수 있고, 친밀한 관계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일을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여러 새로운 것들을 통해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중독의 늪에 빠진 사람, 즉 뇌의 구조가 중독의 뇌로 변화되어 버린 사람은 오직 그것만을 통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오직 그것만을 생각하고 갈망하게 된다. 오직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삶의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중독과 관련된 모든 생각과 느낌, 행동이 습관이 되어 버리고, 삶이 되어 버린다. 중독의 가장 무서운 점이 이것이다.

 

자나 깨나 매 순간 그것만을 생각하고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을 때, 내가 그것에, 중독의 늪에 빠지지 않았나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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