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환자는 아파서 병원에 온다. 정확하게는 병이 염증을 일으키거나 항상성을 유지시켜주는 구조물을 파괴하고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치료의 과정 또한 병의 원인을 찾고 적절하게 제거해주며 회복을 도와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진통제라고 하는 약을 통해 통증을 적절하게 조절해주며 조금 더 환자를 편안한 상태로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어떤 환자들은 이런 진통제를 단순히 일시적으로 통증을 없애주는 것으로 부작용이 많아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통증을 참기만 하는 경우도 있는데 과연 올바른 인식일까?

 

병원에서 처방되는 진통제는 크게 마약성 진통제, 비마약성 진통제로 구분이 되지만 주로 경증 질환에서 처방되고 흔하게 접하게 되는 약은 비마약성 진통제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NSAIDs)이다. 마약성 진통제의 경우는 통증이 심할 경우, 특히 암성 통증에 주로 널리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논외로 하겠다.

 

앞서 언급했지만 통증을 유발하는 것은 원인이 무엇이든 염증이 발생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세포를 구성하는 성분들이 분해되어 염증 관련 물질들이 방출된다. 이 과정 중 일부를 차단해주는 것이 진통제(NSAIDs) 이며 이를 통해 염증을 줄여주는 소염의 효과, 진통의 효과 등이 생긴다. 약의 포장지에 써있는 성분명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표적인 예로 ibuprophen, ketoprophen, diclofenac 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각 약제의 표준용량에 따른 진통 효과는 모두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약제들은 통증 중에서도 비교적 위치가 구분이 되고 양상이 명확한 통증(체성통증, somatic pain), 예를 들면 관절통, 뼈의 통증, 근육통 등에 효과가 있다. 이와 비슷한 기능을 갖고 안전성이 확립된 약이 타이레놀로 흔하게 알려진 acetaminophen 이다. 이는 임산부에서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다른 NSAIDs 계열의 진통제와 다르게 소염효과는 없다. 이러한 약제들은 진통효과 외에도 열이 나는 병에서 해열의 효과도 있어 감기에서 발열 및 전신 근육통 등의 해소를 목표로 흔히 처방된다. 그래서 감기, 타박상, 치과 치료 후에도 모두 비슷한 약이 처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진통제가 해롭다고 하는 환자들의 오해는 어디에서 출발한 것일까? 아마도 이러한 진통제가 가진 여러 가지 부작용에서 발생한 것이 아닐까한다. 실제로 위장관에 궤양을 유발해 출혈이 생기기도 하고, 심장과 신장에 대한 독성, 혈소판감소, 과민반응으로 인한 쇼크, 그리고 타이레놀의 경우 과량 복용시 발생하는 간독성은 아주 잘 알려진 부작용이다. 이러한 부작용은 약의 복용 기간이나 용량에 비례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사실 그래서 예상이 어렵기도 하다. 그렇지만 치료의 과정에서 극심한 통증을 약으로 조절을 할 수 있고 조심스럽게 환자를 관찰하면서 사용한다면 어떨까? 이러한 결정은 어떤 쪽이 옳다, 그르다를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임상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더욱더 환자와 의사간의 의사소통이 중요할 것 같다. 특별한 병력이 없는 환자에게 약을 쓰며 조금 더 통증 없는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면, 다양한 내과적 병력을 가진 환자가 가벼운 타박상을 입는 경우 진통제를 쓰는 문제에 대해 한번 더 생각을 해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만약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를 사용하기가 부담스러운 환자라면 마약성진통제 사용을 고려할 수도 있다. 모든 의학적 치료가 그러하듯이 치료를 선택함에 있어 이익과 손해중 어떤 것이 더 우월한지 고려해 본 후 선택을 한다.

진통제는 무작정 부작용이 많은 유해한 약이 아니다. 병력과 임상상황을 고려해 잘 사용한다면 통증완화를 통해 환자의 웰빙감각을 유지시켜 주고 염증완화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다만 개발이후 오랫동안 사용해왔고 그 약리작용이 잘 알려진 약인만큼 처방과 복용에 있어서 효과와 부작용을 잘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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