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삶의 고통은 어디에서 생기는가

당신의 삶은 행복한가?

인생의 고통 없이 살아가고 있는가?

끊임없는 도의 정진을 통해 해탈, 혹은 열반의 상태에 오른 이가 아니라면, 삶의 고통이 없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불교에서는 삶을 고해(苦海, 고통의 바다)라 한다.

인간의 짧은 삶 동안 무수히 많은 고통이 스쳐 지나간다.

인류는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방법들에 매달려왔다.

 

일시적 쾌락을 도모하는 마약부터, 영성으로 고통을 제거하기 위한 종교까지, 인간이 개발해 낸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잊지말아야 할 것은 고통을 피하거나 제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사진_픽사베이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고통을 피하려 발버둥 치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 옆에 있는 고통을 인정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일 수 있다.

오래전부터 명상가들이나 철학가, 구루(guru)들은 인간의 고통은 결국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왔다.

우리가 현 순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고통의 시작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현재의 고통을 과거의 탓으로, 혹은 미래의 불안으로 여기며 온전히 그 장면에 존재하지 못한다.

그리고 현재 느끼는 고통을 어떻게든 바꾸어 보려 발버둥 친다.

 

하지만, 신체 외부의 대상에 대해서는 노력을 통한 변화가 가능하겠지만, 마음의 변화는 다른 문제이다.

심지어 마음의 고통을 제거하려는 노력은 더 큰 고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를 자각하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살던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고통에 대한 습관적 대처방식의 반복을 낳고, 우리는 온전한 삶을 누리지 못한다.

고통을 피하거나 제거하려는 의미없는 노력은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 어쩌면 더 큰 고통을 만들어 낼런지도 모른다.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고통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 한다. 과거의 것을 붙잡고 싶어 하고, 미래에 다가올 것들을 두려워한다.

현재 이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우리의 마음은 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바꾸려는 허망한 노력을 한다.

자신의 이러한 마음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내 눈 앞에 펼쳐지는 무한한 선택의 순간들은 물거품일 뿐이다.

 

사진_픽셀

 

♦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이란 무엇인가?

정신의학에서는 인지행동치료와 정신분석을 비롯한 심리치료, 의학의 발전과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한 약물치료를 통해 정신질환의 치료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런 치료만으로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항우울제를 이용한 우울증의 치료에도, 3분의 1 정도는 결국 잔여 우울 증상으로 고통받는다고 한다.

이를 보완할 방법들을 끊임없이 연구해 왔으며, 현재는 불교와 동양의 명상의 영향을 받은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이 주목받고 있다. 

 

정신의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마음챙김 명상을 도입한 사람은 메사추세츠 의과대학의 존 카밧진(John Kabat-Zinn)이다.

공학박사 출신인 그는, 진리를 찾아 수십 년을 수련했고 그 결과를 구조화 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냈다. 이른바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의 시작이다.

많은 환자가 프로그램의 전후에 불안, 우울 등 부정적 감정의 감소를 경험했으며, 뇌 영상 연구를 비롯한 여러 연구에서 그 효과가 여실히 입증되어 현재는 정신의학과 심리학에서 각광받는 치료적 접근방식의 하나가 되었다.

 

마음챙김 명상에서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마음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을 훈련한다.

명상을 비롯한 여러 방법으로 자신의 감각과 생각, 감정을 자각하고, 이를 통해 생각-욕구에 집중되어 있던 주의(attention)가 신체 감각들로 분산되고, 생각-욕구가 줄거나 사라지는 상태를 추구한다.

현재 겪고 있는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며, 고통에 대한 의미없는 노력은 사라지고 고통 또한 서서히 사그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즉, 고통에 대해 무엇인가를 하기 보다는(doing mode), 그 순간에 머물러 있기를 택하는 것이다(being mode).

 

사진_픽사베이

 

♦ 마음챙김 명상의 4가지 원리

1. 탈중심화(decentering)

우리는 우리가 속해 있는 문제에 '빠져 있다'.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마음이 만들어 낸 문제들에서 벗어나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문제에서 잠시 벗어나면, 현명하고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된다. 

 

2. 비판단적 알아차림(Nonjudgmental awareness)

떠오르는 생각과 신체 감각, 감정들을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생각, 감각, 감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꼬리표를 붙이면서 우리는 고통에 빠지게 된다.

좋다 / 싫다 혹은 갖고 싶다 / 없어지면 좋겠다는 판단을 배제하고, 우리 주변에서 떠오르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면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고통의 상당수가 사라질 것이다. 

 

3. 놓아주기(Letting go)

우리의 마음에서 떠오르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다음 단계는 그것을 붙잡지 않고 그대로 놓아주는 것이다.

갖고 싶은 것은 집착하려 하며, 갖기 싫은 것을 피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고통은 여기서 생겨나는 것이다.

시냇물에 흘러내려 온 나뭇잎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듯, 하늘에 구름이 저절로 떠내려가듯, 사나운 파도가 시간이 지나 잔잔한 물결로 바뀌듯 그저 마음에 떠오르는 것을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의 마음은 평온해질 수 있다. 

 

4. 현재에 집중하기(Concentration)

마음에 떠오른 것들에서 거리를 두고, 알아차려 가만히 지켜볼 수 있다면 우리의 삶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다. 우리의 삶을 온전히 살아낼 수 있다.

인간의 마음은 끊임없이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의미를 부여하고 고통을 만들어낸다.

마음이 만들어 낸 덫에 빠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금, 바로 현재 이 순간(here & now)에 충분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이 삶에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이라면, 마음챙김 명상은 그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다. 
 

♦ 마음챙김 명상에 관심이 있다면

국내에서는 현실적 여건으로 인해 아직 마음챙김 명상을 치료적으로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점차 여러 심리-명상 센터 혹은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 등에서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다.

마음챙김 명상은 마음챙김에 기반한 인지치료(MBCT), 변증법적 행동치료(DBT), 수용전념치료(ACT) 등에서 치료의 한 요소로써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마음챙기 명상에 관련된 서적들 또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참고문헌

정신과 임상에서 명상의 활용 : 마음챙김 명상을 중심으로, 허휴정 등, 2015;54(4),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

마음챙김 명상과 자기치유, 존 카밧진 지음, 장현갑 등 옮김, 학지사, 2005년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