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질환을 앓는 부인이 병원치료를 거부하자 홧김에 살인한 국책연구원이 지난 7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인 부인은 20년 전 정신질환이 발병한 이후, 치료를 거부하면서 가족과 이웃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줬다고 한다.

20년 동안 울분이 터진 김씨는, ‘정신병원에 보내느니 차라리 죽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살인을 저지르게 됐다고 진술했다.

 

한편, 수개월 전 정신질환을 앓는 남편이 부인을 살해하고, 스스로 아내를 죽였다고 신고를 한 일도 있었다.

아내가 자신을 죽이려고 수면제를 가장한 다른 약을 준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를 죽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가 접하는 많은 뉴스에서, 정신질환자는 살인을 하거나 살해를 당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치료받지 않는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을 비난한다.

정신질환자와 살인이라는 주제는 이슈가 된 지는 오래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으니 말이다.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언론이 좋아하는 자극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더 빈번하게 뉴스로 노출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이슈가 됐음에도, 정신질환자와 늘 마주하는 현장에서 봤을 때, 변화는 없다.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환자와 가족은 이미 지쳐있고, 추가적인 노력에 대한 어떤 지원도 없기 때문이다.

 

사진_픽셀

 

그들이 지쳐있는 첫 번째 이유는 가족과 환자가 협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정신과 환자는 자신이 병이 있다는 인식이 없는 경우가 흔하다. 인식이 있더라도, 병이 심해지면 그 순간은 없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가족은 환자와 싸워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법원에서 ‘치료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가족과 환자가 우리나라처럼 다투지는 않는다. 법원에서 명령이 떨어졌으니, 환자는 법원에 분노하고, 가족은 그런 환자를 달래 가며 도와주는 역할이다. 우리나라와 시작점이 다르다.

우리나라에도 치료명령 제도는 있지만, 활성화되지 않았으며, 치료명령을 내리더라도 주로 입원치료 명령이다. 외래 치료 명령도 가능하지만 거의 활용되지 않으며, 법원에서 명령을 내린 뒤 관리를 해 주지도 않는다.

 

두 번째 이유는 정신병원에 입원을 한 뒤에, 바로 사회로 돌아가는 환자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영어 학원을 보더라도, 기초반부터 중급반, 고급반까지 과정이 있다. 직업적으로 반드시 영어가 필요한 사람이, 기초반 영어만 배우고 실전에 투입이 된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많은 실수하고 절망을 해야 할까.

이런 이유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신병원에서 퇴원 한 이후에, 다양한 수준의 사회복귀 시설을 거쳐 사회로 돌아온다.

병원 밖에서 집단거주시설에서 일상적인 생활만 하는 사회복귀시설, 함께 살면서 아르바이트나 직장생활도 하는 사회복귀시설을 거쳐, 마지막으로 독립을 하여 취직한 상태를 유지하거나, 가족들에게 돌아가 취직상태를 유지한다.

인대가 끊어진 축구선수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재활시설에서 재활을 하고, 운동장에서 재활 훈련을 받은 뒤, 실전에 투입되는 것이다.

 

정신질환자를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이 최선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의 인권을 희생해서, 우리 사회의, 비 정신질환자 사회의 안정을 얻었다.

하지만 이런 격리는 불법적이었고, 이마저도 악용되는 경우가 생겼다. 그제야 우리는 사회 속으로 정신질환자들을 받아들이려 했다.

하지만 준비 없는 받아들임은 결국 정신질환자들을 우리 사회 속에 방치시켰고, 정신질환자들의 방황은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자들을 더 경계하게 만들고 있다.

 

약한 자들에 대한 지원은, 일종의 사회적 보험이다.

언젠가 내가 혹은 내 가족이 아프고, 실패하고, 무너져 내려, 사회적 약자가 됐을 때,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지원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신질환자가 살인하거나 또는 살해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제적, 정책적, 의료적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도 정신질환자가 될 수 있으며, 우리도 정신질환자의 가족이나 이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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