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현병 환자의 강력 범죄 사건이 연이어 전해지면서, 사회에 큰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조현병은 ‘정신분열병’이라고 하는 명칭이 병의 특성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으며 분열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환자에게 가해지는 낙인을 가중시켜 환자가 진단받고 치료받는 것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많아 2011년 개정이 된 것이다. 여러 대안 가운데 결국 선정된 것이 ‘조현병’이다. 조현병에서 조현은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뜻으로 조현병 환자의 모습이 마치 현악기가 제대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의 모습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이는 것과 같다는 데에서 비롯되었다.

조현병은 과연 어떤 병일까? 조현병은 평생 유병률이 1%로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인 것을 포함하는 생물학적,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대표적인 증상은 ‘망상’과 ‘환각’으로 이 증상들은 몇몇 범죄에서 실질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망상’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잘못된 생각을 강력하게 믿는 것을 뜻한다. 망상의 주제는 매우 다양하지만 주로 피해망상이 흔하다. 피해망상의 내용은 자주 접하게 되는 익숙한 사람들, 이슈 등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부모나 친구가 자신을 일부러 죽이려 한다', '이웃이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집에 CCTV를 달아 감시하고 자신을 몰래 쫓아다닌다'와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강남역 묻지마 범죄’에서 보고되듯 '여자들이 일부러 내 앞을 가로막고 괴롭힌다'와 같은 불특정다수에 대한 망상도 흔하다.

‘환각’은 대응하는 자극이나 대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실재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환각에는 특히 환청이 많은데, 주로 익숙한 사람의 목소리가 환자 자신의 삶이나 행동에 대해 간섭하거나 비난하는 식의 내용이 많다. 여러 범죄에서 조현병을 가진 가해자가 범죄 순간 '불을 질러라', '칼로 찔러라'와 같은 행동을 지시하는 환청을 들었음을 여러 차례 보고한 바 있다. 검찰의 ‘2012년에서 2013년 동안 발생한 109건의 묻지마 범죄 실태 분석 자료’를 비롯한 여러 연구들에서 치료 받지 않은, 조현병을 포함한 중증 정신질환자들의 범죄 경향이 일반 인구보다 몇 배 높다는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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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조현병 환자들은 범죄율이 높으니 무조건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무서워해야하는 걸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조현병을 가진 가해자들의 범죄는 대부분 자의적으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치료를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과거 ‘강남역 살인 사건에 대한 성명서’에서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낮은 편이며, 적절한 급성기 치료 및 유지 치료를 통해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 외에 여러 연구들에서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경우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율은 일반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도 치료를 받고 있는 조현병 환자들은 오히려 순박하고 마음 여린 사람들이 많다. 무조건적인 편견을 가지고 조현병 환자를 피하거나 격리하는 것이 답이 될 순 없다.

그렇다면 무려 100명 당 한 명꼴로 우리 옆에 살고 있는 조현병 환자들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가능한 조기에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평가를 받은 후 지속적인 약물 치료 및 면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현병 초기의 적절한 개입은 소량의 약물로도 증상 조절을 할 수 있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인다. 또한 조현병은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적인 측면에서 환자 개인의 적절한 관리와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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