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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장 강병조 선생님 인터뷰
정선우 기자 | 승인 2016.03.11 08:23

1998년 6월 26일 새벽, 제주 원명선원에 맹신적 기독교인이 난입하여 불상 750구를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절을 교회로 바꾸기 위해 불상을 훼손했다'고 밝혀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정확히 한 달 뒤 7월 26일 새벽에는 북제주군 도림사의 불상이 수난을 당했다. 당시 한국의 주요 일간지에는 보도되지 않아서 모르고 넘어간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종교계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고, 오히려 코리아 헤럴드지(Tom Welsh기자)에서 '사찰 파괴 행위는 종교적 편협성을 나타낸다(Vandalized temples reveal religious intolerance)'라는 제목 하에 위의 두 사건을 보도하였다고 한다.

 

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장 강병조

 

 

대구에 내려가 강병조 선생님(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장, 전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주임교수)을 만나보았다. 선생님은 ‘좁은 나라에서 동서 간의 감정대립, 남북 간의 사상대립을 넘어 종교 간의 갈등까지, 이러한 대립이 도를 넘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종교 간의 갈등은 순수한 믿음만큼 위험한 것이라고.

 

선생님의 말씀을 곱씹어보니, BBC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종교는 모든 악의 근원인가?'에서 리처드 도킨스가 '종교는 모든 폭력과 전쟁의 근본 원인'이라고 이야기한 것이 떠올랐다. 리처드 도킨스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지적 체계를 갖추기 전, 각인되어진 유일신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다양함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그러한 믿음은 자신의 신과 다른 종교를 배척하고 억압하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이런 믿음은 생명, 존중, 사랑, 배려 등의 다른 중요한 가치관을 넘어서는 절대적인 것이 되어 세상이 경악할 만한 일들을 일으킨다며 ‘맹목적인 믿음’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선생님은 좁은 진료실에만 머무르는 의사가 아니었다. ‘마음은 뇌의 기능이다’라는 뇌과학적인 견해를 견지하면서도, 개개인의 정신은 사회, 문화, 종교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단지 아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화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순수한 믿음의 순수한 화합은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한 화합은 바탕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에 각 종교의 신자들과 종교간 화합 모임을 만들었다. 모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종교 지도자들의 화합을 위해서도 당시 발품을 팔며 500여통 이상의 편지를 썼다고 한다.

 

지금은 또 다른 일에 자신의 여력을 쏟고 계시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노래로 만들어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알리는 일이다.

 

"최근 위안부 문제로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정치적으로 잘했다, 못했다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같이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십여 년 전 위안부 할머니를 치료한 적이 있다. 화냥년이라는 말뜻을 아는가? 할머니는 지옥 같은 그 곳도 힘들었지만,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가족, 친구, 이웃들의 혐오스러운 눈빛이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살아남았지만, 돌아올 곳이 없었다고 한다. 위안부 문제가 정치적 협상의 도구가 아닌 온 국민이 같이 아파하고 함께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 그나마 할머니를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화냥년은 병자호란 때 오랑캐에게 끌려갔던 여인들이 다시 조선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을 ‘고향으로 돌아온 여인’이라는 뜻의 환향녀(還鄕女)라고 부르던 데서 유래했다. 사람들은 적지에서 고생한 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주기는커녕 그들이 오랑캐들의 성(性) 노리개 노릇을 하다 왔다고 하여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았을 뿐더러 몸을 더럽힌 계집이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어떻게 진료실에서 고개 끄덕이는 모습만 연상되는 정신과 의사가 이렇게 활발한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시대 감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살아 온 시대도 지금보다 힘들면 힘들었지 좋은 시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등을 거치며 우리가 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경험하면서 가지게 된, 잘못된 것을 보면 무언가 속에서 ‘욱’하고 끓어오르는 감정, 그 시대의 감정이 나를 사회적으로 활동하게끔 만드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료실에서 개개인의 아픈 마음을 함께해주는 것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강병조 선생님처럼 현 사회의 시대정신을 돌아보고, 보듬고 이끌어가는 것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또 다른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강병조 선생님은 1968년 경북의대 졸업 후 경북대학교 병원에서 신경정신과 수련을 했다. 1976년부터 2009년까지 경북의대 정신과 교수로 진료와 연구, 제자 교육에 매진하셨고, 현재도 대구 배성병원 원장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의 최전선에 있다. 또한 위와 같은 사회활동 역시 같이 하고 있다. 선생님은 정신이 무엇인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하며(저서 「뇌과학과 마음의 정체」 참고) 정신병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뇌의 병은 신경과에서 본다는 이원론적 생각을 고치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줄이며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과가 다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후학들에게 세계 정신의학의 흐름은 생물학적인 치료로 넘어 왔지만 환자를 대함에 있어서는 항상 정신치료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신다.

 

 

정선우 기자  mau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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