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근 한 유명인이 자신의 마리화나 사용 및 밀수 혐의에 대해 언급하며, '우울증 때문에 마리화나를 사용했다.'라고 말해 질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마리화나 나름의 효과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정말 마리화나는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을까요?

 

사진_픽사베이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반전이 전혀 없는 대답이지만, 사실입니다.

 

마리화나로 기분이 좋아지고, 통증이 줄어들며, 입맛이 돌아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일시적인 효과이며, 중독이 되고, 불안, 분노, 불면, 우울 등 금단증상이 생깁니다.

마리화나의 장점들을 살린 의약품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일부 약물이 개발되었습니다.

하지만 마리화나 자체는 의약품이 아닙니다.

 

특히 마리화나의 중독과 금단은 정신 질환으로 분류됩니다.

마리화나는 피우기 때문에, 담배와 크게 다를 게 없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술과 더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인지기능이 떨어지거나 웃음이 쉽게 나오는 등,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행동이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마리화나는 인지기능이 떨어지며, 감정적인 변화도 있죠.

담배를 피우고 운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마리화나를 피우고 운전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마리화나를 만성적으로 사용하게 됐을 때는 우울, 불안 장애가 발생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마리화나의 금단 증상은 다른 물질에 중독되게 만듭니다.

불안 같은 마리화나 금단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 그 증상을 없애기 위해서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죠.

하지만 술로도 금단 증상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다른 마약들을 시도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됩니다.

그래서 마리화나를 다른 마약으로의 '입구 약물'(Gateway drug)이라고도 부릅니다.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드는 물질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술이죠.

하지만 술로 우울증을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일시적인 효과이고, 중독이 되고, 금단증상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리화나도 마찬가지죠.

 

미국 마약단속국(Drug Enforcement Agency, DEA)은 마리화나의 의학적 사용을 인정하지 않으며 1급 마약으로 분류합니다.

하지만 2013년 20개 주에서는 의사의 지도감독 하에 사용하는 경우 면제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이 법을 근거로 항암화학요법에서 구역감이 다른 방법으로 조절되지 않을 때나, 다발성 경화증, 만성 통증, 에이즈 환자의 식욕부진, 간질, 녹내장에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마리화나를 원료로 한 의약품은 존재합니다.

캐나다, 스페인, 영국에서는 신경인성 통증과 다발성 경화증 치료에 제한적으로 허가를 받은 사티벡스(Sativex)와, 소아 희귀 간질(드라베 증후군 및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의 치료약인 에피디올렉스(Epidiolex)가 그 예이고, 이 중 에피디올렉스는 마리화나의 일부 성분을 원료로 한 의약품 중 최초로 2018년 6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약품에 대해 미국 마약단속국은 특별한 제지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마리화나는 의약품의 원료입니다.

동시에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마약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울증 치료제는 아니니 혼란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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