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쥐와 가시나무와 갈매기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사업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때 갈매기가 먹고살기 위해 각자 애쓰기보다는 함께 지혜를 모아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박쥐와 가시나무도 동의했습니다. “그럼 우리 이제부터 같이 동업하는 거야.” 모두 좋다고 손뼉을 쳤습니다. 사업 자금을 모아 멀리 떠나기로 했죠. 박쥐는 모아둔 돈에 이리저리 융통한 돈을 합쳐 상당한 금액의 돈을 마련해 내놓았습니다. 가시나무는 내다 팔 고급 옷감을
정신의학신문 | 심금숙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필자가 성인이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경험했던 국가적 위기를 뽑으라면,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 초부터 시작되어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 위기를 들 수 있겠다. 필자가 대학 초년생일 때 IMF 외환위기가 터졌고, 그 이후 세상은 꽤 많이 달라졌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알기도 힘든 ‘신자유주의’, ‘세계화’, ‘고용시장 유연화’ 같은 어려운 말들이 회자되기 시작했고, 안정적이고 번듯한 일터였던 은행과 기업들이 문을 닫으면서 사람들은 믿었던 ‘평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도시’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당신은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꽉 막힌 도로, 무표정한 얼굴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밤새 꺼지지 않는 네온사인, 희뿌연 하늘, 밤낮으로 쿵쾅대는 층간 소음… 같은 것들이 연상되지 않는가? 모두들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빌딩 숲 사이를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휩쓸리듯 걷다 보면 문득, 이곳이 어디인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멍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는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켠 다음 다시 초점 없는 눈으로 앞서 걷는
2022년 6월 11일. * 급격히 상승된 불안증으로 참석하지 못하여, 9, 10화는 개인적인 숲의 기억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리치몬드 공원(Richmond Park) 가로지르기영국은 나의 도피처였다. 도피처치고는 가는 길만 비행기로 12시간 30분, 허리가 아프다든가, 볼 만한 영화가 없다든가 하는 투정을 부리며 창문을 열 때는 어느 나라 소속인지 모를 사막이 펼쳐져 있다. 부디 여기에서 비행기가 추락하는 일만 없게 해달라며 잠시 기도하고 창문을 닫는다. 독주를 한 잔 마시고 잠이 든다. 비행기 좌석과 내가 한 몸이 된 것만 같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잘 자.” 나영 씨는 매일 밤 남자친구와 전화 통화를 한 뒤 잠자리에 듭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기분이 찜찜합니다. 전화를 끊기 전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제 저녁 남자친구의 늦은 귀가를 나무랐기 때문일까요? 나영 씨는 고개를 좌우로 흔듭니다. 단지 피곤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이내 드는 불안한 생각들. 혹시 남자친구가 뭔가를 숨기는 걸까요? 마음이 식은 건 아니겠죠.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이내 극단으로 치달아 버립니다. 남자친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은 딩크족에 대해 아시나요? 딩크족이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말입니다. 예전에는 생소한 개념이었던 이 가족 형태가 가족이나 가까운 이웃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세계 출산율 최저 국가, 바로 남의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의 이야기입니다. 비혼이 증가하는 추세는 물론이고,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결혼도, 아이도 그야말로 선택인 시대가 되었습니다.‘2021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회생활의 연차가 쌓일수록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것이 소통의 기술입니다.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면서 나의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요. 소통이란 기분, 감정, 생각을 주고받는 것으로,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잘 표현한다’는 것은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고, 또 그 방법은 무엇일까요.우리는 주로 생각보다 정서를 표현할 때 어려움을 겪습니다. 생각은 언어로 떠오르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혹은 정제의 과정을 거쳐 전달하면 됩니다. 하지만 추상적인 ‘감정’은 실
2022년 6월 11일. * 급격히 상승된 불안증으로 참석하지 못하여, 9, 10화는 개인적인 숲의 기억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아카시아 킬러.초등학교 때 지하철 타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타서 문이 철컥 닫히고 나면, 앉을 사람들이 오밀조밀하게 앉고 내릴 곳이 도래할 때까지 멍하니 앞을 바라보거나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었다. 신문을 대문짝만 하게 펼쳐 든 아저씨도 있었고, 빈 옆자리에 글자를 쓰는 하릴없는 사람도 있었다. 그 당시 의자는 대구 지하철 참사 이전이라 불에 잘 타는 카펫 소재여서 글자를 쓰면 이리저리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미진씨는 얼마 전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친구가 고민을 털어놨을 때였어요. 경청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열심히 리액션을 하고, 나름의 해결책도 제시해 줬습니다. 자신이 겪었던 비슷한 상황을 예로 들려주기도 했죠. “나도 그런 적 있어. 말 안 해도 무슨 말인지 알아. 나도 다 겪어 봤어.” 하지만 미진씨의 이 말을 끝으로 친구는 대화를 끝내 버렸습니다. 어딘가 탐탁지 않은 듯, 어색한 표정도 함께였지요.미진씨는 아마도, 친구에게 ‘공감’이 아닌 ‘동감’을 했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심장이 뛰고, 얼굴이 뜨거워집니다. 식은땀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 마음이 불안해지고 당장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지금 바로 앞에, 상사가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상사는 나의 업무 능력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 있습니다. 듣고 있는 척을 하지만, 그리고 실제로 들으려 노력하지만, 상당히 많은 내용을 놓치고 맙니다. 머릿속에 그보다 강렬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어서 집중할 여력이 없습니다. 내가 무언가 잘못했고, 상사가 이를 지적하고 있고, 앞으로 상사가 나를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태양광에너지 기업 EVS의 김권식 대표는 최근 한 강연에서 ‘성공을 위해 집중해야 하는 것’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그는 20대 때 미국 미네소타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뒤 1982년 친구로부터 지금의 회사를 인계받아 본격적인 경영을 시작, 현재 인정받는 태양광에너지 기업의 대표가 됐습니다. 그는 모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말합니다. 정부 예산이 삭감되며 기업이 크게 휘청인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처음에는 자신과 아내의 퇴직금을 모두 투자하고, 이후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 모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태양과 북풍이 논쟁을 벌였습니다. 태양은 자신의 명랑하고 따뜻한 성품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풍은 자신의 냉정하고 매서운 성격 때문에 모든 이들에게 존경을 받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태양은 북풍처럼 사납기만 해서는 존경을 받을 수 없다고 반박했고, 북풍은 태양처럼 뜨겁기만 해서는 사랑을 받을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자부심이 워낙 강했던 태양과 북풍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다퉜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양이 북풍을 향해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
정신의학신문 |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입원 병실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환자복을 입고 함께 생활합니다. 정신과적 진단, 사는 곳, 직업, 성격, 연령, 무엇 하나 같은 것이 없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병동, 특히 외부와의 접촉이 제한된 보호 병동의 경우에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오가는 가운데 작은 사회가 만들어지곤 합니다. 병동 공동체의 특성은 당연히 그 구성원들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기분이 몹시 들뜨고 에너지로 가득한 조증 상태의 환자가 두 명만 있으면 병동 전체에 활기가 넘쳐 흐릅니다. 환자들의 연령대가 낮으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근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나요? 어떤 일이 당신으로 하여금 감사하는 마음이 들도록 했나요?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나요? 어떤 방식으로 표현했나요?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 후에 당신의 마음은 어땠나요? 상대방의 반응은요?감사는 누군가 나에게 베풀어 준 친절이나 호의 등에 고마운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감사의 마음이 항상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도 바쁘다거나 쑥스럽다거나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냥 마음에만 묻어 두는 경
정신의학신문 | 이슬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실 영문학을 전공하고 싶었어요. 영어 공부가 재미있었고, 문학이 좋았으니까요.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였던가? 엄마가 저를 조용히 부르시더니, 말씀하셨죠. ‘간호학과에 가는 게 어떻겠느냐.’고요. 간호학과는 취직도 잘되고 월급도 꽤 많다면서 동생이 세 명이나 있는데 집에 보탬이 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선영 씨는 지나간 일을 떠올리다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수십 년도 더 지난 과거의 일인데도 자신의 뜻대로 진로를 선택하지 못했던 일이 그녀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SNS를 둘러보다 보면 빼어난 외모의 소유자가 이토록 많았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과장이나 왜곡의 가능성을 따져 보는 대신, 자연스레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거나 내 계정의 게시물을 점검하게 되죠. 끊임없는 ‘일상 공유’와 ‘자기 과시’의 문화는 나의 아름다움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게 합니다. 그러다 문득, 외모에 더욱 많은 시간과 돈, 감정적 에너지를 쏟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마음이 생존에 유리하도록 진화되어 왔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인간
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감정 성숙의 단계 전편에서는 임상심리학자 Marshall Rosenberg가 감정의 발달을 3단계로 나눈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감정 성숙은 1단계: 정서적 노예 상태 -> 2단계: 얄미운 단계 -> 3단계: 감정적 해방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자 그럼, 이번 편에서는 감정이 성숙한 사람들의 대인관계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삶에 적용해 보도록 해 볼까요? ① 감정은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한다사람들은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2022년 6월 4일. 지금, 여기명상과 요가는 참 비슷한 점이 많다. 명상도 수련해 가는 과정이라면, 요가도 운동보다는 수련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요가에서는, 마음과 생각, 몸의 하나 됨을 중요시 여긴다. 그리고 ‘지금, 여기 있음’의 중요성을 아주 강하게 말한다. 그래서 몸의 움직임이 굳이 운동이나 다이어트만을 위한 강렬한 움직임보다 내 마음과 몸의 하나 됨을 위한 명상, 수련의 과정이라고 여긴다. 언젠가 나의 몸 한 군데에 mind, think, body라는 글귀를 새겼다. 그것을 마음속에서 실천하는 언젠가는 here a
정신의학신문 | 심금숙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앞에서 내가 느끼는 박탈감의 크기는 타인에 대한 나의 우월감과 경쟁심, 그리고 그것에 대한 나의 욕망과 노력 정도에 비례한다고 말하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재능, 외모, 부모의 경제력 등 노력 없이 주어지는 것들에 대해서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하였다. 필자가 이전에 제안한 공식대로라면 노력을 아예 한 것이 없으면, 아니 노력을 할 수 없는 부분에서는 박탈감을 거의 느끼지 않아야 하는데, 왜 우리는 박탈감을 느끼고 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서 힘들어하는 것일까?외모와 부모의 경제력, 이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좋은 생각만 하고, 예쁜 말만 쓰렴.”-“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거야.”-“너는 왜 이렇게 매사에 부정적이니?”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은연중에 기대합니다. 부정적인 언행을 일삼는 친구와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 괜히 나까지 우울해지면서 부정적인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 같기도 합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부정적인 생각이나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긍정적인 측면에서 생각하고 기꺼이 신뢰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