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초등학교 시절 친하게 지내던 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공부면 공부, 노래면 노래, 운동과 미술까지 그야말로 다재다능했습니다. 멋진 외모에 성격도 좋아서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것은 물론 선생님들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친구는 늘 ‘자신이 부족하다.’, ‘더 잘해야 한다.’며 스스로가 한참이나 모자란 것처럼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생뚱맞게 항상 붙어 다니던 저를 치켜세우곤 했지요. 저는 묵묵히 할 일을 하는 평범한 아이였지만, 그 친구처럼 거의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 세계적으로 챗GPT(ChatGPT)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챗GPT는 사용자와 주고받는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도록 설계된 언어모델로, 일론 머스크가 공동 설립한 비영리 인공지능(AI) 연구실 OpenAI에서 출시한 앱으로 더욱 화제를 모았습니다. 챗GPT는 사용자와 대화 방식으로 대화하는 챗봇 형태로, 출시 5일만에 1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는데요, OpenAI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작해 그들의 검색 엔진인 Bing에 통합할 계획일 정도로 강력하다는 평가입니다
정신의학신문 | 맹세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느 날 진료실에서 만난 그녀는 청소년기부터 시작된 지긋지긋한 먹토를 멈추고 싶다고 말했다. 40대 초반의 그녀는 자신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의 학교 일정과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는 바람에 아이가 반 친구들 앞에서 창피를 겪게 되었다고 자책했다. 본래도 우울감이 있던 그녀는 번번이 자신이 하는 실수를 견디지 못하고 부끄럽게 여겼다. 그리고 그럴수록 먹고 토하는 일이 늘었다.업무 영역에서는 뛰어난 인재로 평가받았지만, 일 외의 것에서는 모든 게 ‘구멍’이었다고 자신을 평했다. 쉽게 흥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자폐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이전보다는 좀 더 많은 정보와 한 단계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텔레비전이나 영화 또는 특별한 어려움을 가진 분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심도 있는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면서 자폐를 가진 이들이 특정한 대상에 집착하거나 상동행동(반복되는 행동이나 말)을 보이거나 반복놀이(단순하고 일정한 패턴을 선호하며 하는 놀이) 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을 겁니다. 예를 들면, 자폐 아동의 경우 장난감이나 물건
정신의학신문 |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들은 보통 미리 예정된 기념일에 예측 가능한 선물을 받는 것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받거나 기대하지 않았던 누군가로부터 의외의 선물을 받게 될 때 도파민이 폭발하는 듯한 짜릿함과 행복감을 맛보곤 합니다. 애초에 인간의 뇌는 예측 가능한 일보다 예측 불가능한 일에, 익숙한 것보다 새로운 것을 더 갈망하거나 기대감을 품도록 설계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을 과학자들은 ‘보상예측오류(reward prediction error)’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뇌는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누구나 살다 보면 만사가 귀찮고, 짜증이 나며, 우울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시기가 올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많은 분들이 외부 활동이나 대인관계, 학업이나 직업 장면 등에서 최소한의 태세를 취하면서 활동성을 제한하고, 눈에 띄게 위축된 모습을 보입니다. 심해지면 ‘이불 밖은 위험하다.’면서 에너지를 최대한 비축하는 ‘자발적 방구석러’ 모드에 돌입하기도 하는데요, 그러면서 어느 정도 안정을 취하거나 다시 에너지가 충전됐다 싶을 때 평소의 일상생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그런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느 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하늘,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과 푸르른 창공에 걸린 태양은 눈이 부시게 아름답기만 한데, 내 마음은 마치 잿빛 하늘에 곧 폭풍우라도 휘몰아칠 듯 찌푸렸던 적, 있으신가요?아마 많은 분들이 때때로 이런 울적한 기분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경험, 있으실 겁니다. 문제는 매일매일 바뀌는 날씨처럼 우울감이 사라지지 않고, 기나긴 우기에 접어든다는 것인데요, 이 비가 언제 그칠지, 과연 그치기는 할지 기약이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마음이 더 무거워집니다.과거와 달리 이제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오늘은 청결 강박을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1. 청결 강박의 치료법은?청결 강박도 다른 강박증의 치료와 마찬가지로 크게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의 조합이라고 볼 수가 있겠고요. 쉽게 말해서 약도 써 보고, 그 약을 써 봄으로써 내가 현재 불안해하는 또 찝찝해하는 감정 정도를 낮추는 게 첫 번째 전략이 될 거고요.감정의 정도가 낮아졌을 때 과연 이 강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고, 강박 사고에 대해서는 어떻게 인지해야 되고, 마음을 고쳐먹어야 되며, 실제로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다 부질없는 것 같아요. 왜 살아야 하는지 의미를 모르겠어요."많은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삶의 무의미함을 이야기한다. 자살하면 안 된다는 만류 앞에서 그들은 오히려 왜 살아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그렇지만 삶이 무의미하지 않다고 반박함으로써 그들을 설득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삶의 의미를 누가 감히 정의 내릴 수 있겠는가. 모두에게 자신 있게 '내 삶의 의미는 ~입니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그냥 살아갈 뿐이다. 그렇기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들은 하루에도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된 채 살아갑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만큼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손님인데요, 이러한 스트레스를 제때 해소하거나 건강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누적될 때 몸은 물론 마음에도 적신호가 켜지게 됩니다. 몸의 면역력이 약해질 때 침투한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감기 증상을 불러옵니다. 이런 감기는 대개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치유되곤 하죠. 그러나 신체의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거나 평소 호흡기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의 경우,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초원이 다리는?”“백만 불짜리 다리.” 여러분은 혹시 이 대사를 기억하시나요? 바로 영화 에서 그동안 준비해 온 마라톤 경기 직전, 주인공 초원(조승우)이와 어머니인 경숙(김미숙)이 나눈 명대사입니다. 경숙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초원에게 ‘마라톤 서브쓰리 달성’을 목표로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자신이 너무 아들을 혹사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죄책감에 휩싸입니다.그리고 고민 끝에 경숙은 초원에게 “이런 거 할 필요 없다.”면서 경주를 말리지만, 초원은 달리고 싶다는 의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오늘은 강박증의 대표적인 증상 유형 가운데서도 청결 강박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1. 청결 강박이란 무엇인가요? 청결 강박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입니다. 청결함에 대해서 강박을 가지고 있는 건데요, 더러운 것, 불결한 것, 찝찝하고 불편한 것 이런 것들에 대해서 한 번 접촉을 하고 나면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무엇인가 해야 되는 강박을 말합니다. 제거하는 행동이라는 것은 손을 과하게 씻는다든지, 샤워를 한시간 이상 한다든지, 물건을 치워야 되고, 불편한 것을 집에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메타인지라는 말을 많이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주로 청소년들이나 학생들을 위한 학습지나 교육기관의 광고 혹은 조직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 세미나에서 주요한 주제로 다루고는 합니다. 메타인지(meta cognition)는 고차원적, 상위를 의미하는 메타(meta)와 인지(cognition)의 합성어로, 사고, 학습과 같은 인지적 활동에 대한 지식과 조절을 의미합니다. 이 용어는 1976년 미국의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John H. Flavell)이 처음 사용하였으며, 이후 교육학
정신의학신문 | 김현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매일 주변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사회적 기술을 사용하여 주위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데 이러한 의사소통 기술들은 언어적 의사소통(내용, 음량, 속도, 목소리톤 등) 외에도 비언어적 의사소통(눈맞춤, 얼굴 표정, 몸짓 등)을 모두 사용하여 이루어지게 됩니다. 의사소통 기술은 인간이 가진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기능으로서 미묘한 감정과 표정까지도 확인할 수 있도록 아주 정교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소아 청소년 시기에 긍정적인 또래 관계와 우정을 경험하는 것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가 아직 아이였을 때,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 기억이 있을 겁니다. 굳이 밤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더라도 어린아이들은 많은 시간을 상상과 공상에 빠져 시간을 보냅니다. 남자아이라면 한 번쯤 악당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하고 광선검으로 날려 보낸 다음 마법 수트를 입고 구름 속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상상을 해 봤을 겁니다. 여자아이였다면 요정이 나타나 멋진 호박마차와 예쁜 유리 구두를 만들어 주고, 화려한 무도회장에서 운명의 왕자님을 만나게 되는 꿈을 꾸기도 했을
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캐나다의 유명 희극배우 짐 캐리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았던 탓에 고등학교를 중퇴할 만큼 가난했다고 합니다. 그는 열아홉 살의 나이에 배우의 꿈을 안고 미국 LA로 향하게 됩니다.그때부터 길거리 생활과 다름없는 나날이 계속됐습니다. 하루 한 개의 햄버거를 쪼개 세 끼를 때우고, 50달러짜리 중고차에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좌절할 때쯤, 그는 차를 몰고 할리우드의 가장 높은
정신의학신문 | 이슬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가임기 여성들이 한 달에 한 번씩 경험하는 월경을 흔히 일컫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마법’입니다. 남성분들이라면 이런 표현이 조금 낯설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전혀 못 들어 보시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월경을 표현할 수 있는 많은 단어 중 왜 마법이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일까요? 1990년대 생리대 제조업체들에서 “여자는 한 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린다.”, “그날이 와도 안심하세요.”와 같은 문구를 사용하면서 이런 표현이 일반 대중들에게 각인되고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 아마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의 남자주인공 철수(정우성분)가 여자주인공 수진(손예진분)에게 한 유명한 대사입니다. 안 마시면 다시는 볼 일 없는 거라는 철수의 말에 수진은 주저 없이 그가 따라준 소주잔을 들이키고, 둘은 그렇게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나 행복한 신혼생활도 잠시, 수진이 알츠하이머에 걸리면서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철수는 그녀의 기억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내 머릿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은 어떤 취미를 갖고 계신가요? 최근에는 정원 가꾸기나 실내에서 식물 키우기가 유행하면서 ‘식집사’라는 용어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정원을 가꾸다 보면 필요 없는 잔가지나 잡초는 쳐 내고, 식물이 잘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과 물을 주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됩니다. 만약 적절한 시기에 가지치기해 주지 않으면 가장 주축이 되는 가지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유실수의 경우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우리 뇌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우리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살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평가받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학업 성적이나 입시 결과, 성인이 된 후에는 취업, 직장에서의 인사평가 등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사회적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부족할 때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곤 합니다. 이렇게 평가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어느새 가장 엄격하고 까다로운 평가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 사람은 바로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일 때가 많습니다. 시험에서 원하는 성적을 얻지 못했을 때, 중요한 경기나 발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