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하면 다 나을 텐데, 그거 꾀병 아니야?" 여러분은 아마도 이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을 것입니다. 아프게, 억울하게 느껴지는 말이기도 할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입대해서 낯선 사람들과 24시간 내내 부대끼며 지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직적인 계급 구조와 딱딱한 명령 체계는 사회에서의 자유로운 생활과 전혀 다릅니다. 여러분은 군 복무에 적응이라는 것을 해 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있는 곳은 실수하면 언제든 지적과 뒷담화가 돌아오는 아주 작은 세계입니다. 위축되어서 일을
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자살 사건에 대한 소식이 빈번하게 들려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인사부터 한 집안의 가장, 학생, 학교 선생님까지... 많이 슬프고 안타깝고 심란합니다.주변에 조금 관심을 기울여 살펴본다면, 우리 가까이에도 자살을 생각할 만큼 마음이 지치고 힘든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각자 사는 게 바빠서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고, 몇 차례 신호가 있었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나쳤을 수도 있을 겁니다.주변인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
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뚜렷한 동기가 없이 불특정인에게 폭력이 행해지는 점을 특성으로 하는 이른바 ‘묻지 마 범죄’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수차례의 사건에 대해 정신질환과의 연관성이 언급되는 과정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더 심해지고 치료가 필요한 분들에게 적절한 개입이 이뤄지기 어려워질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오늘은 범죄와 정신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볼까 합니다. ‘묻지 마 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누구든지 범죄 피해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두려움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묻지 마’라
정신의학신문 | 이희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씨는 항상 주변인들이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주위의 친절한 사람들이 아무 대가 없이 호의를 베풀 때는 ‘어떤 이유로 이런 호의를 내게 배푸는거지?’, ‘어떤 나쁜 짓을 하려고 내게 이러는 걸까?’와 같은 끝없는 의심에 빠지게 됩니다.A씨는 편집성 성격장애 증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편집성 성격장애는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의심과 불신을 가지고 있으며, 타인의 동기를 부정적으로 해석합니다. 정서적으로도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이 없으며, 갈등 상황에 처했을 때도 타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BA(Applied Behavior Analysis, 응용행동분석)는 미국의 심리학자 스키너(B. F. Skinner)의 실험심리학에 근간을 두고 발전된 학문으로 그 효과가 인정되면서 지적장애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의 치료는 물론, 일반교육 현장이나 복지, 사회정책 등등 여러 분야에서 널리 응용되고 있습니다. ABA의 주요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문제행동의 중재 및 적절한 환경의 조정을 통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은 줄이고, 반대로 바람직한 행동은 늘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같이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들은 일반적인 아동들과 비교할 때 감각처리상에 이상이 있거나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자폐 아동에게 치료적 접근을 할 때는 해당 아동이 겪고 있는 감각처리상의 특성 및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플로어타임으로 접근해 나가야 합니다. 오늘은 감각처리장애란 무엇이며, 그 유형 및 감각처리적 접근에 있어서 준수해야 할 사항과 주의해야 할 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님이라면 ‘감각처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 보면 꼭 한 번쯤은 지나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어두컴컴한 터널입니다. 이동 거리가 늘어날수록 만나게 되는 터널의 수도 많아집니다. 어떤 터널은 비교적 짧아서 빨리 지나가기도 하지만, 어떤 곳은 1km 이상 길게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런 곳을 지날 때면 이 터널이 언제쯤 끝나나 싶기도 하고, 끝없는 어둠이 계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칫하면 주의력을 잃어 사고가 나기 쉽기에 호루라기 소리나 불빛 같은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
‘'잊혀짐’'이란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입니다. 뛰어난 사람도 더 뛰어난 사람의 등장으로 잊혀져야 하고, 실수를 한 사람은 그 실수를 만회함으로써 이전 모습이 잊혀지며, 아픔이 있는 사람도 새로운 삶이 시작됨으로써 아픔이 잊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군인과 그 가족들은 어떤 이들보다 더 잊혀짐이 간절합니다. 전역하지 않은 이들은 전역 후 군인으로서의 삶이 과거가 되기를 희망할 것이며, 전역을 한 이들도 과거 군 생활의 영광 유무와는 무관하게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며 과거 군 생활은 과거에 머무르기를 희망합니다. 물론 종종 잊혀짐을 두려
정신의학신문 |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펜하이머: 인간이 가진 모호함과 양면성 # 크리스트퍼 놀란, 새로운 인물 연대기 영화를 선보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최근 3년 만에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그는 인터스텔라, 인셉션, 테넷 등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큰 충격과 논쟁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이번 영화 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물리학자 의 생애, 갈등, 번뇌에 대한 내용입니다. 8월 15일 광복절에 개봉하여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가”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고려 시기인 1198년 5월 사노비 만적을 중심으로 최초로 노비들이 천민 해방을 위해 난을 일으켰습니다. 이때 만적은 중국 진 말기 진승·오광의 농민반란을 일으킨 진승의 말을 인용해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가”라고 외쳤던 것입니다. 진승과 오광의 난이 기원전 209년 무렵이고 만적의 난이 지금으로부터 거의 천 년 전이었으니, 이렇게 오래전부터 신분제도와 이에 따른 차별적 시선에 대한 저항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군대에 가는 꿈"아직도 군대에 입대하는 꿈을 꿔.“군대를 다녀온 친구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이미 지나간 일,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겠지만 당사자 처지에서 온전히 웃을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인생에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일 테니까요. 유난히 또렷한 기억 탓에 꿈을 꾸는 그 순간에는 몸 한쪽이 서늘해졌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사람은 훈련소에서 들었던 노래, 시쳇말로 입대곡을 평생 기억하기도 합니다. 2012년에 입대한 사람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2022년에 입대한 사람은 뉴진스의 하입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들의 재능에 대해 고정된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가 가진 재능의 많은 부분들은 일정 부분 유전이나 유년기의 개발에 의해 발현되지만, 성인기에까지 노력과 행동을 통해 지능과 재능이 향상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더 많은 발전을 이룬다고 합니다. 오늘은 성장 마인드셋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합니다.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은 좌절이 학습 과정의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학습 과정에서 지속적인 동기부여에
정신의학신문 | 이희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은 지금 주식을 하고 계신가요? 최근, 주식을 안 하면 바보라는 소리가 만연할 정도로 주식이나 비트코인 등 투자를 하는 사람이 활발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가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데 월급은 제자리 걸음이며 집값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현실로 인해 과거와 달리 월급만으로는 내 집 마련을 하거나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들로 인해 주식과 같이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어요. 이렇게 주식을 하고 있는 직장인 10명 중 2명이 스스로를 주식 중독에 빠져 있다고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근 신림역과 서현역 백화점 등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으로 인해 국민 불안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 이후에도 유사한 모방범죄, 인터넷상에서의 살인 예고 글들이 계속 이어지며 대상과 시기, 장소를 알 수 없는 무차별적 범죄에 대한 공포가 일상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한 사상자가 끊임없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규탄과 총기 소지 반대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2000년대 이후 계속된 테러로 인해 몸살을 앓았고,
정신의학신문 | 이슬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산부는 태아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10개월간 여러 어려움을 인내하고 견뎌냅니다. 산모들은 아파도 약을 먹지 못하고, 모든 행동과 식습관을 조심합니다. 음주와 흡연은 물론이고, 음식 조차 자유롭게 먹지 못합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태아가 형성되고 자라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모와 태아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산모의 감정과 기분은 태아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연구에 따르면, 산모의 정서적 안녕감은 태아가 성장하는데 영향을 끼치는데, 특히 코티졸 같
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은 창피를 당하거나 모욕당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도 아닌데 수치심이 느껴져 분노를 표출한 적 있나요? 보통 '화'라는 것은 짜증이나 부정적 감정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수치심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들도 존재한다고 합니다.여기서의 수치심이란 학자마다 정의가 다양하지만, 보통 거부당하고, 조롱당하며,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는 고통스러운 정서이며, 당혹스러움(embarrassment), 굴욕감(humiliation), 치욕(mortifi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얼마 전, 초등학교 담임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 이후 사회적으로 타인에 대한 태도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누군가의 무리한 요구는 ‘갑질’로 묘사되곤 합니다. 사회적으로 빈번해진 이 같은 행태가 한국 특유의 교육열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개인의 스트레스가 부적절하게 해소되는 과정에서 온 변화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사회 속에서 우리가 자신과 타인의 심리적 안녕감을 지키기 위한 방법들을 알아보도록 합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최근 6년간 100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대담자: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신재현 원장님(이하 ‘신’), 이규홍 원장님(이하 ‘이’) 신: 강박증의 약물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이: 강박증 치료의 주된 약물은 항우울제 SSRI입니다. 세로토닌이라는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의 분비를 조절하는 약물이죠. 세로토닌에 문제가 생겨서 강박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에 이를 조절하는 SSRI를 사용합니다. 항우울 효과만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해 보실 수도 있는데 항우울제는 우울을 줄이는 것 말고도 여러 기능이 있습니다. 신: SSRI를 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들의 슬프고도 기구한 사연이 우리의 마음을 울립니다. 갑작스러운 상실감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고스란히 마음의 상처가 됩니다. 트라우마(Trauma)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원래 트라우마는 외력으로 인해 생기는 상처를 뜻하지만, 특히 우리 마음에 남겨진 상처를 트라우마로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석가모니의 말처럼 '삶 자체가 고통'입니다. 우리는 피할 수 없는 고통의 바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