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나종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그녀와 환자-의사로 만난 지는 이제 일 년 반 남짓 되었다. 휴가를 제외한 매주 45분~한 시간 동안 우리는 심리-약물 치료를 병행하였다. 자살 생각으로 내원한 그녀의 치료를 동행하는 초기에는 하루하루가 마치 급한 불을 끄는 소방관이 된 느낌이었고, 그 불씨가 조금 잦아들었을 때부터는, 조금 더 그녀에 대해 깊이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정신과 레지던트로서 나는 매주 다섯 시간을 각각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일대일로 만나 한 주간의 외래 환자들에 대해 의논하고, 조언을 구하고, 가르침
[정신의학신문 : 사랑샘터 정신과, 김태훈 전문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가 더 무섭다. 지금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폐렴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지구 상 대부분 나라들이 공황 상태에 놓여 있다. 중국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는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과거 우리나라는 바이러스에 의해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다. 중국과 홍콩을 강타하여 치사율 10%를 보인 사스가 있었지만 운 좋게 우리나라를 비켜나갔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플루는 전염력이 무척이나 강했지만 치사율은 높지 않았다.메르스가 우리나라에 출현하고 사망자가 나
[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전진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강박증의 원인은 무엇인가요?A.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뇌 안에서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있어요. 이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잘못 작용을 해서 강박증을 유발한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치료에도 이와 관련된 약을 사용을 하게 됩니다.또 한편으로는 어떤 사건의 경험이 계속 반복되면서 학습으로 강화가 되어 발병을 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큰 사고를 경험하게 되면 이 사건이 괴로우니까 잊고 싶고 다시 겪고 싶지 않잖아요. 그래서 강박적인 측면으로 가게 된다는 이야기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15년, 무방비 상태에서 메르스 환자를 응급실에 받아버린 한 대학 병원은 백여 명의 의료진이 격리되었고, 그 모습을 본 환자들도 줄줄이 퇴원해서 딱 두 병동만 제외하고 모든 병동이 폐쇄되었다. 한 병동은 중환자실이었으며, 다른 한 병동은 정신과 폐쇄 병동이었다.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들은 타 병원에서 전원을 거부당했었고, 정신과 폐쇄 병동 환자들은 퇴원이나 전원 의사가 없었다. 그래서 개원 이래 최초 정신과 병상 가동률이 모든 과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었다.그런 상황 속에서 병동에 있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영화 ‘기생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얼마 전 할리우드에서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지만, 이어서 감독상에 ‘봉준호’가 호명될 때에는 송강호가 봉준호의 뺨을 칠 정도로 모두가 놀랄 일이었다.많은 사람들이 여기까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작품상에서도 'parasite'가 호명되었을 때는 왠지 모를 전율과 벅차오름, 자랑스러움 등 복합적인 감정이 올
[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간은 유일하게 타인의 시선을 염두에 두고 결정하는 동물입니다. 타인의 의사에 따라 자신의 의사를 바꾸기도 하는 것은 무리를 지어 사는 생명체들 중에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협동과 생존을 위한 방식이 인간의 특성으로 자리 잡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현대인들의 정신건강은 다소 지나친 경향이 있습니다.SNS에 근사한 레스토랑에 간 사진을 올리고, 내놓을 만한 명함을 갖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뛰어드는 이면에는 ‘남들에게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중요한 척도로 작용하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캘리포니아에 있을 때는 항상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이곳에서, 이 어둠 속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가만히 있다 보니, 내가 그동안 눈에 보이는 것들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폭력을 당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느끼지 않아도 되는 곳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그 여름, 그 섬에서』저자 다이애나 마컴(Diana Marcum)은 자신이 살던 캘리포니아를 떠나 아조레스 섬에 도착해 머무는 동안
1화. 도망쳤지만 실패했다 어스름이 해가 내려가고, ‘오늘도 다 갔구나’ 소리가 웅얼거려질 때였다. ‘똑 똑 똑, 밥 먹자.’런던 가장자리에 위치한 작은 2층 주택, 2층 가장 작은방에 누워있던 나는 당황했다. 취할 만큼 약을 먹었는데 밥을 먹자니… 내가 지금 피아식별이 가능한가? 이어지는 질문들에 확신이 없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열둘, 열셋, 열넷…?’독한 두통에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열네 알을 연달아 먹었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어지러움이 일며 휘청거렸다. 속은 쓰라리고 그놈의 두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게임중독’이란 단어가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고 한국에서도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아이들이 게임하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우리나라 부모들에게 이보다 반가운 소식은 없었을 것이다.“게임은 역시 병이었어. 그러니까 하면 안 돼.” 하지만 중독분야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분명히 언급하자면 WHO와 세계정신과학회에서 정의한 게임중독과 현재 부모들이 생각하는 게임중독의 의미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WHO가 제시한 ‘게임 중독’의 진단 기준은 1) 게임을 도저히 멈출 수 없을 만큼의 조절력
[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1월부터 불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감염 확진자가 3만 명을 넘어섰고, 생후 30일 된 신생아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사람들은 분주하게 위생에 철저하게 신경 쓰고 접촉을 피해 외출도 자제하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마스크 사재기로 또 다른 형태의 범죄까지 등장하면서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코로나 바이러스가 몰고 온 사회적 변화는 비단 병원균의 전파만이 아닙니다. 마치 약한 지층을 마그마가 뚫고 나오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세상에는 많은 어긋남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명제를 생각하면 쉽게 진리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 어떠한 명제도 절대적일 수 없다. 특히나 언어로 표현되는 순간 그 한계는 더 명확해진다. 언어로 표현되는 순간, 세상에 존재하는 무언가가 한 번 왜곡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흔히 속담에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지혜가 담겨 있다고 한다. 그 지혜를 이번 기회에 한 번 살펴볼까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어떤가? 많이 접해왔고, 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맞는
[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전진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강박증에도 종류가 있나요?A. 강박증도 분류하자면 굉장히 다양해요. 흔히 많이 느끼는 건 오염과 관련된 것이 있어요. 더러운 것, 청결함에 민감해서 계속해서 씻는다든지 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제 환자분 중의 한 분은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매연이나 미세먼지 때문에 옷이 더러우니까 항상 화장실로 바로 가서 옷을 다 벗고 샤워를 한 다음 새 옷으로 갈아입고나서부터 활동을 했어요. 다른 강박증으로는, ‘확인’을 하는 것도 있겠죠. 예를 들면 문이 잠겼는지
[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997년 작인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은 이전에 접할 때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지금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되었고, 우연히 다시 영화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다가옵니다. 'MIT 수재들보다 더 뛰어난 천재 청소부'라는 소재는 흥미 있지만, 이제는 너무 진부해진 내용입니다. 주변에서 쉽게 찾기 힘든 비범한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크게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의 상처, 어린 시절의 학대, 트라우마 등으로 인하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맛있는 음식이나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누구나 으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밥 먹었니?’와 같은 인사나 예쁜 사진을 찍어 메시지로 보내는 행동은 마음을 전달하는 자연스러운 소통방식이다. 감정을 강요할 수 없듯이 이러한 행동을 스스로에게 강요할 필요가 없다.다만 공감에 무딘 정도가 아니라 타인에게 동정조차 느끼지 못하거나 심각하게 공감능력이 결여된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와 같이 자기애가 클수록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할 여력이 희미하다고
[정신의학신문: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허핑턴 포스트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한때 자신이 일 중독자였다고 말합니다. 잠을 줄여가며 일에 몰두하던 어느 날 잠이 부족해서 사무실에서 쓰러지면서 광대뼈를 책상에 부딪쳐 골절부상을 입은 계기로 잠에 소홀히 했던 본인의 행동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수면 전파자로 탈바꿈해 주변인들에게는 물론 강연까지 뛰며 ‘밤이면 뇌의 엔진을 끄고 휴식을 해라’라고 권한다고 합니다.잠이 부족한 사정은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한국은 OECD 조사에서 평균수면시간은 최하위이며, 이는 평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직전과 아침에 일어난 직후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찾습니다. 이제는 스마트폰 중독이란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만큼 우리는 하루 종일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스마트폰 중독이라는 개념이 중독의 사전적 정의(어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을 알면서도 강박적으로 그 물질이나 행위에 집착하고 반복하는 것)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분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우리는 음악을 듣고 메일을 확인하고 카톡을 하면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등 우리의 일과 휴식, 일상에서 도
[정신의학신문 :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부모들에게 “자녀가 자라면서 꼭 지녀야 할 중요한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라고 질문을 하면 부모들은 흔히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답을 가장 많이 합니다. 그러면 책임감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 책임감이란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가지며* 다른 사람들에게 신용을 얻을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어떤 일이던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갖는 것입니다. 따라서 책임감이
[정신의학신문: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은 일생에서 2번 크게 호르몬 변화를 겪는다. 먼저 10대 초반부터 시작하는 청소년기에는 호르몬이 급격하게 분비되어 2차 성징이 나타나고, 그다음 50대 이후로는 이 호르몬들이 빠져나가는 갱년기를 겪는다.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부모도 자녀들을 대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호소한다. 기분이 한없이 고양됐다가 내려앉는 기분이 들쑥날쑥하는 것이 주변에서도 예측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10대들의 감정기복은 조울증과 비슷한 면이 있다. 감정기복이 심하다고 해도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면 괜찮지만,
[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전진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강박증이라는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잖아요. 강박증의 정확한 정의가 어떻게 될까요?A. 강박증을 쉽게 말하면, 어떤 행동을 계속해서 하지 않으면 굉장히 불안하고 힘들어서 그걸 반복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을 모두 강박증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예를 들면 외출을 하는데 갑자기 집에 가스불을 켜 놓고 나왔다거나 문을 안 잠그고 나왔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한 번 정도 확인해 보는 건 괜찮을 수 있는데요. 강박증의 경우 몇 차례나 계속 확인을 해요. 약간의
[정신의학신문: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는 다른 질환이지만 증상은 상당 부분 공유한다. 즉, 자신이 스스로 판단한다면 모두 해당된다고 생각해 임의적으로 판단하고 결론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ADHD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가 클 때는 ADHD 증상이 모두 자신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할 수 있고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은 스스로 정신건강을 되돌아보는 일의 시작이다.일반적으로 대학병원에서는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한다. 때에 따라 추가적으로 집중력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