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식물을 처음 들이기 시작했을 때, 그때 어떤 식물에 심취했나? 하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나는 초반에 ‘칼라데아(Calathea)’라는 식물 종류에 심취했다. 우아한 ‘오르비폴리아’, 까탈스럽지만 치명적으로 예쁜 ‘퓨전화이트’, 순둥순둥 키우기 편한 ‘마란타’, 길쭉한 키가 인상적인 ‘인시그니스’, 격자무늬 잎이 특이한 ‘네트워크’ 화려한 색감의 ‘스트로만데 멀티칼라’, 한바탕 인기몰이가 있었던 ‘크테난테 아마그리스’ 등등. 칼라데아는 그 모양이 모두 다르지만, 한 묶음으로 칼라데아 종으로 불리는 신기한 식물이었다. 공중
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돈, 노력의 성과를 보여주는 확실한 지표-‘성공’ 집착 강할 때 정신적 고통 커져 -‘한 방’의 투자가 부(富) 가르는 시대- 일상의 노력들은 하찮게 여기게 돼- 지금 하는 일을 소중히 여긴다면- 투자로 떼돈 번 것보다 높은 성취감 #편집자 주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오늘하루 마음읽기’에서는 날씨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 마음속 이야기를 젊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친절하게 읽어 드립니다. 이번 회에서는 과거에 비해 경제적으로 더 윤택해졌지만, 상대적 빈곤감은 더 커진 우리들의
식물 잎의 순환은 대충 이러하다. 가지나 뿌리에서 잎이 생겨나고, 그 안에서 찢어진 잎이 될지, 무늬가 있을지를 유전적으로 형성한 후, 야들야들한 새 잎이 생겨난다. 다른 잎보다 색이 연한 야들한 잎이 햇빛을 받고 바람을 스쳐 진한 색의 어른 잎이 된 후, 열심히 광합성을 한다. 자신의 건강함과 새 잎을 내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을 친다. 그렇게 오랫동안 새 잎이 어른잎이 되고, 할 일을 열심히 하면 시간이 지나 헌 잎이 된다. 누가 봐도 거칠고 열심히 살아온 잎의 모습이다. 그 잎이 떠나가려면 영양분을 빼앗겨 점점 노란색을 띄게 된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 나무꾼이 강가에서 나무를 베다가 실수로 도끼를 강물에 빠뜨렸습니다. 도끼를 너무 세차게 휘두르는 바람에 손에서 미끄러진 겁니다. 도끼는 나무꾼에게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습니다. 가난했기에 도끼를 새로 살 수도 없었습니다. 나무꾼은 강가에서 슬피 울었습니다. 이때 강둑에서 헤르메스 신이 나타나 나무꾼에게 물었습니다. “왜 이리 서럽게 우는 것이냐?” “실수로 도끼를 강물에 빠뜨렸습니다. 도끼가 없으면 제 가족은 먹고살 수가 없습니다.” 나무꾼의 딱한 사정을 들은 헤르메스 신은 도끼를 꺼내
정신의학신문 | 심금숙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사례 4-B: 결혼할 수 있을까?경수는 그렇게 다른 중견기업에 정규직으로 채용되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월급이 적다고 생각되지 않았는데, 학자금 대출 상환에 월세까지 내고 나면 늘 여유가 없었다. 5년 일한 뒤에는 전세로 옮길 계획이었는데, 그 사이 전세값, 집값이 또 많이 올라서 당분간 월세 집에 머무르면서 학자금 대출을 청산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그러던 중 대학 동기 경호로부터 올 봄에 결혼한다는 청첩장을 받았고, 직접 전화로 꼭 참석해 달라고 해맑게 간청해서 ‘그러겠다’고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시험 전 벼락치기로 지쳤을 때, 밤샘 야근으로 수면 부족에 시달릴 때, 우리는 “방전됐다”는 표현을 쓰고는 합니다. 혹은 “배터리가 닳았다”거나 “충전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하지요. 활력은 이처럼 ‘열정’, 또는 ‘에너지’라는 표현으로 종종 대체됩니다. 활력이란, 우리가 삶에 대해 지닌 ‘기운의 정도’를 뜻하기 때문입니다.기운이 넘칠수록 의욕적으로 도전에 임하며, 심신이 활성화되고, 정신이 고양된 듯한, 말 그대로 ‘살아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운이 없을 때 마치 ‘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직장생활을 하는 환자분이 열심히 준비한 서류를 상사에게 가져갔더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고 합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주시면 수정해 보겠습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칭찬도, 비판도 아닌 상사의 “나쁘지 않아”라는 말에 왠지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합니다. 환자분은 차라리 상사가 속 시원하게 잘못을 짚어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분명 숨겨진 뜻이 있는 것 같은데 의중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은 타인과의 소통 과정에서 빈번히 발생합니다. 연인 관계에 대입하면
여기, 생김새가 아주 비슷한 식물 두 그루가 있다. 얼핏 보면 생김새가 영락없이 비슷해, 같은 나무로 오해하기 딱 십상이다. 두 나무 모두 ‘고무나무’인데, 특성상 물을 좋아하고, 배수가 잘 되는 흙을 좋아한다. 강렬한 해를 좋아하고 해가 강하면 잎이 많아진다. 이런 공통점을 보면 두 나무를 우리가 ‘구분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오래전부터 트위터를 조금 하는 편이다. 그런 내가 식물 친구들을 만난 곳도 트위터였다. 물론 카페나 오프라인 모임 같은 것도 있지만, 매일같이 변화하는 식물의 근황을 올리고, 식물 소식을 들은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쇼핑은 현대인들에게 하나의 취미생활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만큼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죠. 쇼핑 자체는 인간의 아주 오래된 활동이지만, 쾌락을 위한 쇼핑, 즉 필요한 것을 구매하는 소비의 개념이 아닌 쾌락과 욕구 충족을 위한 쇼핑 활동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거대 부를 축적한 세력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대두되기 시작합니다.이때부터 시장과 기업들은 소비자의 욕망에 주목하고, 그 욕망을 채울 수 있는 반짝이는 물건들을 내놓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합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용서, 그것은 쉽지 않다.쉽다면 논의할 필요도 없다.그것은 가장 어려운 것이다._ 토니 커시너(Tony Kushner) 누군가가 자신에게 행한 잘못으로 인해 크게 분노해 본 적이 있으시나요? 그 분노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그라들지 않을 때 상대에 대한 미움의 감정은 점점 커져갑니다. 누군가에게 분노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오랫동안 가진다는 것은 사실 언제 터질지 모를 뜨거운 시한폭탄을 가슴속에 품는 것과 같습니다. 분노의 감정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하거나 해결되지 못한 채 우리 안에 자리할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혹시 여러분의 인생에서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있나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분한 마음이 들고,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요. 절교한 친구나 내 뒷말을 했던 직장 동료 등 사소한 사건으로 틀어진 인연이라도 좋습니다.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입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감정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복수’보다 ‘용서’를 더욱 성숙한 삶의 태도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30년 만에 진범이 잡힌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
정신의학신문 | 이은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삶이 공허하게 느껴지거나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습니까?효율성과 경쟁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특히 더 개인의 무가치함을 느끼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어디나 나보다 더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들이 있고, 도저히 이기기 어려울 것 같은 상대가 너무 많지요. 각 분야별로 따지면 그런 엄친아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죠. 그리고 우리는 어려서부터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인정과 표창을 받는 모습을 많이 보며 자랐어요. 칭찬과 인정을 받으면 괜찮은 사람이고, 칭찬과 인정을 받지 못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의 펜싱 결승전. 21살의 검객, 박상영의 얼굴 위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습니다. 남은 건 마지막 한 라운드뿐, 점수는 13대 9. 4년간 준비한 꿈의 무대에서 무려 4점 차로 지고 있는 상황. 잠깐의 쉬는 시간, 의자에 앉은 그의 표정은 무섭게 굳어 있었습니다.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의 “할 수 있다”는 외침이 들렸습니다. 박상영은 홀린 듯 그 말을 따라 되뇌기 시작합니다.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재개된 경기에서 그는 5점을 연
정신의학신문 | 심금숙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례 3-A: 내 친구는 강남 스타일“어머, 너 여기서 아르바이트 하니? 나 오늘 음악 동아리 악기 연습하고 친구들하고 같이 커피 마시러 온 거야. 우리 집이 이 근처라서.” A가 특유의 친절한 미소로 먼저 인사를 건냈지만,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고 하던 테이블 정리를 마무리하였다.A는 다섯 명밖에 안 되는 과 동기 여학생들 중 하나로, 대학 입학 후 서울 생활에 낯설어하던 나에게 먼저 따뜻하게 다가와서 초반에 친해졌던 여학생이다. 하지만, 수업 끝나고 몇 번 같이 밥 먹고 대화를 나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위 그림을 빨간 사각형이라고 설명하면서 빨간색과 사각형에 대해 묘사한다면, 듣는 사람들은 모두 의문의 여지없이 내용을 받아들이고 사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위 그림의 실재가 아래와 같았고, 그중 일부를 설명한 것이라면, 화자가 했던 설명을 정말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라고 볼 수 있을까? 너무 당연한 얘기를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언론의 무지막지한 힘이다. 세상은 정육면체보다 훨씬 더 복잡하기에 모든 면을 다 드러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세상의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감정을 조절하면서 생활해야 합니다. 공공장소에서, 직장 상사 앞에서, 부모님 앞에서, 연인 앞에서,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조절해야만 합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기만 하는 사람은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동물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까요? 감정을 꾹 잘 참는 사람이 감정을 잘 조절하는 것일까요? 감정을 잘 조절한다는 것은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친구나 가족, 선후배처럼 곁에 있는 누군가가 힘들어할 때 위로해 주려고 애씁니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슬퍼할 때는 없는 시간을 쪼개어 술 한잔의 위로를 건네고, 중요한 시험이나 승진에서 떨어져 좌절할 때는 어깨를 두드리며 용기를 줍니다. 이렇듯 우리는 주변 사람이 힘든 일을 겪고 고통과 슬픔 속에 빠졌을 때 곁에서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길을 가다가 낯선 이가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갈 때조차 “괜찮다.”며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누군가의 고의가 아닌 작은 실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까마귀 한 마리가 먹을 걸 찾아 날아다니다가 커다란 고기 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쏜살같이 낚아채서 안전한 나뭇가지에 내려앉았습니다. 정말 운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신선한 고기 향이 코를 자극했습니다. 오랜만에 포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지나가던 여우가 이 광경을 봤습니다. 나무 위에서 까마귀가 막 고기를 먹으려던 찰나였습니다. 고기가 먹고 싶어진 여우는 고개를 쳐들고서 까마귀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거기 까마귀로군. 자네 풍모는 언제 봐도 멋있어. 특히 그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정리의 여왕’ 곤도 마리에가 불러온 ‘미니멀라이프’ 열풍은 한때 전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안 쓰는 물건을 과감히 버리고,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고, 정돈된 공간과 삶을 즐기는 것. 곤도 마리에로 시작된 정리 신드롬은 미니멀라이프의 철학을 입고, 하나의 자아실현 수단으로서 인기를 끌었지요.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했다는 SNS 인증 사진과 이후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는 후기 글들이 인터넷에 넘쳐났습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반대 개념인 ‘맥시멀라이프’가 등장했는데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쥐와 가시나무와 갈매기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사업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때 갈매기가 먹고살기 위해 각자 애쓰기보다는 함께 지혜를 모아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박쥐와 가시나무도 동의했습니다. “그럼 우리 이제부터 같이 동업하는 거야.” 모두 좋다고 손뼉을 쳤습니다. 사업 자금을 모아 멀리 떠나기로 했죠. 박쥐는 모아둔 돈에 이리저리 융통한 돈을 합쳐 상당한 금액의 돈을 마련해 내놓았습니다. 가시나무는 내다 팔 고급 옷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