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생김새가 아주 비슷한 식물 두 그루가 있다. 얼핏 보면 생김새가 영락없이 비슷해, 같은 나무로 오해하기 딱 십상이다. 두 나무 모두 ‘고무나무’인데, 특성상 물을 좋아하고, 배수가 잘 되는 흙을 좋아한다. 강렬한 해를 좋아하고 해가 강하면 잎이 많아진다. 이런 공통점을 보면 두 나무를 우리가 ‘구분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오래전부터 트위터를 조금 하는 편이다. 그런 내가 식물 친구들을 만난 곳도 트위터였다. 물론 카페나 오프라인 모임 같은 것도 있지만, 매일같이 변화하는 식물의 근황을 올리고, 식물 소식을 들은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쇼핑은 현대인들에게 하나의 취미생활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만큼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죠. 쇼핑 자체는 인간의 아주 오래된 활동이지만, 쾌락을 위한 쇼핑, 즉 필요한 것을 구매하는 소비의 개념이 아닌 쾌락과 욕구 충족을 위한 쇼핑 활동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거대 부를 축적한 세력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대두되기 시작합니다.이때부터 시장과 기업들은 소비자의 욕망에 주목하고, 그 욕망을 채울 수 있는 반짝이는 물건들을 내놓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합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용서, 그것은 쉽지 않다.쉽다면 논의할 필요도 없다.그것은 가장 어려운 것이다._ 토니 커시너(Tony Kushner) 누군가가 자신에게 행한 잘못으로 인해 크게 분노해 본 적이 있으시나요? 그 분노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그라들지 않을 때 상대에 대한 미움의 감정은 점점 커져갑니다. 누군가에게 분노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오랫동안 가진다는 것은 사실 언제 터질지 모를 뜨거운 시한폭탄을 가슴속에 품는 것과 같습니다. 분노의 감정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하거나 해결되지 못한 채 우리 안에 자리할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혹시 여러분의 인생에서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있나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분한 마음이 들고,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요. 절교한 친구나 내 뒷말을 했던 직장 동료 등 사소한 사건으로 틀어진 인연이라도 좋습니다.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입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감정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복수’보다 ‘용서’를 더욱 성숙한 삶의 태도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30년 만에 진범이 잡힌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
정신의학신문 | 이은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삶이 공허하게 느껴지거나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습니까?효율성과 경쟁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특히 더 개인의 무가치함을 느끼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어디나 나보다 더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들이 있고, 도저히 이기기 어려울 것 같은 상대가 너무 많지요. 각 분야별로 따지면 그런 엄친아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죠. 그리고 우리는 어려서부터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인정과 표창을 받는 모습을 많이 보며 자랐어요. 칭찬과 인정을 받으면 괜찮은 사람이고, 칭찬과 인정을 받지 못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의 펜싱 결승전. 21살의 검객, 박상영의 얼굴 위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습니다. 남은 건 마지막 한 라운드뿐, 점수는 13대 9. 4년간 준비한 꿈의 무대에서 무려 4점 차로 지고 있는 상황. 잠깐의 쉬는 시간, 의자에 앉은 그의 표정은 무섭게 굳어 있었습니다.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의 “할 수 있다”는 외침이 들렸습니다. 박상영은 홀린 듯 그 말을 따라 되뇌기 시작합니다.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재개된 경기에서 그는 5점을 연
정신의학신문 | 심금숙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례 3-A: 내 친구는 강남 스타일“어머, 너 여기서 아르바이트 하니? 나 오늘 음악 동아리 악기 연습하고 친구들하고 같이 커피 마시러 온 거야. 우리 집이 이 근처라서.” A가 특유의 친절한 미소로 먼저 인사를 건냈지만,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고 하던 테이블 정리를 마무리하였다.A는 다섯 명밖에 안 되는 과 동기 여학생들 중 하나로, 대학 입학 후 서울 생활에 낯설어하던 나에게 먼저 따뜻하게 다가와서 초반에 친해졌던 여학생이다. 하지만, 수업 끝나고 몇 번 같이 밥 먹고 대화를 나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위 그림을 빨간 사각형이라고 설명하면서 빨간색과 사각형에 대해 묘사한다면, 듣는 사람들은 모두 의문의 여지없이 내용을 받아들이고 사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위 그림의 실재가 아래와 같았고, 그중 일부를 설명한 것이라면, 화자가 했던 설명을 정말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라고 볼 수 있을까? 너무 당연한 얘기를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언론의 무지막지한 힘이다. 세상은 정육면체보다 훨씬 더 복잡하기에 모든 면을 다 드러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세상의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감정을 조절하면서 생활해야 합니다. 공공장소에서, 직장 상사 앞에서, 부모님 앞에서, 연인 앞에서,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조절해야만 합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기만 하는 사람은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동물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까요? 감정을 꾹 잘 참는 사람이 감정을 잘 조절하는 것일까요? 감정을 잘 조절한다는 것은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친구나 가족, 선후배처럼 곁에 있는 누군가가 힘들어할 때 위로해 주려고 애씁니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슬퍼할 때는 없는 시간을 쪼개어 술 한잔의 위로를 건네고, 중요한 시험이나 승진에서 떨어져 좌절할 때는 어깨를 두드리며 용기를 줍니다. 이렇듯 우리는 주변 사람이 힘든 일을 겪고 고통과 슬픔 속에 빠졌을 때 곁에서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길을 가다가 낯선 이가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갈 때조차 “괜찮다.”며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누군가의 고의가 아닌 작은 실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까마귀 한 마리가 먹을 걸 찾아 날아다니다가 커다란 고기 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쏜살같이 낚아채서 안전한 나뭇가지에 내려앉았습니다. 정말 운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신선한 고기 향이 코를 자극했습니다. 오랜만에 포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지나가던 여우가 이 광경을 봤습니다. 나무 위에서 까마귀가 막 고기를 먹으려던 찰나였습니다. 고기가 먹고 싶어진 여우는 고개를 쳐들고서 까마귀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거기 까마귀로군. 자네 풍모는 언제 봐도 멋있어. 특히 그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정리의 여왕’ 곤도 마리에가 불러온 ‘미니멀라이프’ 열풍은 한때 전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안 쓰는 물건을 과감히 버리고,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고, 정돈된 공간과 삶을 즐기는 것. 곤도 마리에로 시작된 정리 신드롬은 미니멀라이프의 철학을 입고, 하나의 자아실현 수단으로서 인기를 끌었지요.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했다는 SNS 인증 사진과 이후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는 후기 글들이 인터넷에 넘쳐났습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반대 개념인 ‘맥시멀라이프’가 등장했는데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쥐와 가시나무와 갈매기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사업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때 갈매기가 먹고살기 위해 각자 애쓰기보다는 함께 지혜를 모아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박쥐와 가시나무도 동의했습니다. “그럼 우리 이제부터 같이 동업하는 거야.” 모두 좋다고 손뼉을 쳤습니다. 사업 자금을 모아 멀리 떠나기로 했죠. 박쥐는 모아둔 돈에 이리저리 융통한 돈을 합쳐 상당한 금액의 돈을 마련해 내놓았습니다. 가시나무는 내다 팔 고급 옷감을
정신의학신문 | 심금숙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필자가 성인이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경험했던 국가적 위기를 뽑으라면,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 초부터 시작되어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 위기를 들 수 있겠다. 필자가 대학 초년생일 때 IMF 외환위기가 터졌고, 그 이후 세상은 꽤 많이 달라졌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알기도 힘든 ‘신자유주의’, ‘세계화’, ‘고용시장 유연화’ 같은 어려운 말들이 회자되기 시작했고, 안정적이고 번듯한 일터였던 은행과 기업들이 문을 닫으면서 사람들은 믿었던 ‘평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도시’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당신은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꽉 막힌 도로, 무표정한 얼굴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밤새 꺼지지 않는 네온사인, 희뿌연 하늘, 밤낮으로 쿵쾅대는 층간 소음… 같은 것들이 연상되지 않는가? 모두들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빌딩 숲 사이를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휩쓸리듯 걷다 보면 문득, 이곳이 어디인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멍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는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켠 다음 다시 초점 없는 눈으로 앞서 걷는
2022년 6월 11일. * 급격히 상승된 불안증으로 참석하지 못하여, 9, 10화는 개인적인 숲의 기억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리치몬드 공원(Richmond Park) 가로지르기영국은 나의 도피처였다. 도피처치고는 가는 길만 비행기로 12시간 30분, 허리가 아프다든가, 볼 만한 영화가 없다든가 하는 투정을 부리며 창문을 열 때는 어느 나라 소속인지 모를 사막이 펼쳐져 있다. 부디 여기에서 비행기가 추락하는 일만 없게 해달라며 잠시 기도하고 창문을 닫는다. 독주를 한 잔 마시고 잠이 든다. 비행기 좌석과 내가 한 몸이 된 것만 같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잘 자.” 나영 씨는 매일 밤 남자친구와 전화 통화를 한 뒤 잠자리에 듭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기분이 찜찜합니다. 전화를 끊기 전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제 저녁 남자친구의 늦은 귀가를 나무랐기 때문일까요? 나영 씨는 고개를 좌우로 흔듭니다. 단지 피곤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이내 드는 불안한 생각들. 혹시 남자친구가 뭔가를 숨기는 걸까요? 마음이 식은 건 아니겠죠.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이내 극단으로 치달아 버립니다. 남자친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은 딩크족에 대해 아시나요? 딩크족이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말입니다. 예전에는 생소한 개념이었던 이 가족 형태가 가족이나 가까운 이웃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세계 출산율 최저 국가, 바로 남의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의 이야기입니다. 비혼이 증가하는 추세는 물론이고,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결혼도, 아이도 그야말로 선택인 시대가 되었습니다.‘2021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2022년 6월 11일. * 급격히 상승된 불안증으로 참석하지 못하여, 9, 10화는 개인적인 숲의 기억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아카시아 킬러.초등학교 때 지하철 타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타서 문이 철컥 닫히고 나면, 앉을 사람들이 오밀조밀하게 앉고 내릴 곳이 도래할 때까지 멍하니 앞을 바라보거나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었다. 신문을 대문짝만 하게 펼쳐 든 아저씨도 있었고, 빈 옆자리에 글자를 쓰는 하릴없는 사람도 있었다. 그 당시 의자는 대구 지하철 참사 이전이라 불에 잘 타는 카펫 소재여서 글자를 쓰면 이리저리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미진씨는 얼마 전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친구가 고민을 털어놨을 때였어요. 경청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열심히 리액션을 하고, 나름의 해결책도 제시해 줬습니다. 자신이 겪었던 비슷한 상황을 예로 들려주기도 했죠. “나도 그런 적 있어. 말 안 해도 무슨 말인지 알아. 나도 다 겪어 봤어.” 하지만 미진씨의 이 말을 끝으로 친구는 대화를 끝내 버렸습니다. 어딘가 탐탁지 않은 듯, 어색한 표정도 함께였지요.미진씨는 아마도, 친구에게 ‘공감’이 아닌 ‘동감’을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