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힙합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2019년 그래미 음악 시상식의 결과를 알고 있을 것이다. 한 여성 래퍼의 활약이 두드려졌다. 그녀의 이름은 카디비(Cardi B)이다. 1996년에 처음으로 그래미에 랩 음악에 대한 시상이 시작된 이후 그녀는 베스트 랩 앨범(best rap album)에서 처음으로 여성 아티스트 단독으로 본 상을 받게 되었다. 그녀의 활약은 이미 빌보드 차트에서 예견된 바 있다. 2017년 10월에는 같은 해에 발표한 그녀의 디지털 싱글 가 빌보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버닝썬 게이트 문이 열렸다. 암흑의 성문이 열린 거 같다.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암흑의 성 안에는 생각보다 난장판이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설마 현실일까?’라는 일말의 바람이 있었나보다. 실제라고 하니 제법 충격이 적잖아 있는 모양새다.보고 싶은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지만, 문이 열린 건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이전 연재(스카이 캐슬 드라마가 우리에게 남긴 것)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전투구의 장이고, 대부분의 자원은 이전투
[정신의학신문 : 선릉연세채움정신과 김지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가진 자의 불행 12017년 3월 27일,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한 호텔 24층 객실에서 50대 남자가 뛰어내려 그 삶을 마감한 사건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찰스 머피. 찰스 머피는 월가의 소위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로 수백만 달러의 투자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이름을 날린 백만장자이자 그야말로 성공의 신화였다.그런 그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우리는 흔히 우울증을 가난의 질병 혹은 실패의 질병이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실패와 좌절을 한 번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 남자가 클럽에 놀러 갔다가 시비가 붙었다. 시비가 붙은 사람은 클럽 직원이다. 그 남자는 클럽 손님인데. 이게 웬 걸. 큰 도로변에서 클럽 직원들에게 집단으로 구타를 당했다.시비가 어떻게 붙었는지는 우리는 모르겠다. 둘의 주장이 다르니까 알기도 어렵다. 어떤 일이든 맥락 파악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건 앞 맥락이 어찌 됐든 간에 상관없이, 한마디로 개판이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2019년 대한민국 ‘인간’ 세상의 일이 아닌 거 같다.영업장 직원이 손님을 대로변에서 집단 구타를
[정신의학신문 : 김태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08년, 마블 스튜디오가 만화로 존재하던 미국판 슈퍼 히어로를 영화 실사판으로 제작 상영하면서 ‘인크레더블 헐크’와 ‘아이언맨’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당시 재능은 있지만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말썽이던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이언맨 덕분에 슈퍼스타가 되었고, 뒤를 이어 제작된 ‘어벤저스 시리즈’가 블록버스터급 히트를 치자 마블 스튜디오는 보다 더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였다. 이후로 영화관들은 마블 영화를 앞 다투어 개봉하며 대부분 영화관들이 마블 전용 상영관이 되다시피 했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불법촬영의 피해자들의 고통을 나는 누구보다 많이 접한다. 개인적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하고 악한 행동이 불법촬영과 그 유포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사회적 살인이며 인격 살인이다. 또한 이 살인은 매일 반복된다. 끝도 없이.불법촬영의 고통은 흔히들 말하는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의 수준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PTSD 환자들 역시 다시 그 사고가 일어날까 봐 두려워하며 재경험, 과각성, 예기불안의 고통을 겪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다양한 범죄 의혹을 한 번에 받았던 연예인은 없었다. 마약 유통 혐의, 경찰 유착 의혹, 성접대, 성범죄 영상 공유 등 나날이 의혹이 늘어가는 가운데, 지난 11일 가수 승리 씨는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승리 씨의 공식입장 전문을 정리하면, 먼저 승리 자신 스스로는 결백하지만,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고, 주변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은퇴를 결심했다는 내용이다.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이 죄가 있더라도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히 스스로에게 불리한 일이니 결백함을 주장하는 것은 승리 씨 당사자
[정신의학신문 : 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실에서 마음이 아픈 분들을 만나다 보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그들의 심리적 외상, 트라우마(trauma)와 마주하게 된다. 각자의 이야기를 듣는다. 때론 그 마음의 상처가 너무나도 크다고 느껴져서 온 마음과 온몸을 집중하여 들어드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지금까지 진료실에서 만나는 분들께 말씀드리지는 못했지만 힙합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가진 모든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내용이 있다. 바로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정신의학신문 : 김태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신폰은 공부의 신 핸드폰의 줄임말이다. 2018년 1월 기준으로 공신폰을 검색하면 공신폰은 ‘공신폰4’까지 업그레이드가 되었고, ‘공신폰 뚫는 법’이라는 공신폰 본래 기능(?)을 없애는 방법이 온라인에서 소개될 정도로 화제다.공신폰이란, 간단히 말하면 전화와 문자 메시지 기능만을 갖춘 2G 핸드폰을 의미한다. 요즘 3G, 4G를 거쳐 5G까지 스마트폰에 밀려 2G 핸드폰을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물건을 팔아야 하는 업주와 학부모의 소망을 맞물려 WIFI, 카톡과 faceb
[정신의학신문 : 유은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 전 어려서부터 예쁘다는 말을 들었어요. 근데 지금은 얼굴이 통통하다 못해 터질 듯하고 입술도 너무 두꺼워요. 거울로 제 얼굴만 계속 살피게 되고 주변에서 제 얼굴이 어떻다면서 가끔씩 던지는 말에 너무 상처 받아요.”M은 20대 초반의 여성이다. 얼굴에 지방을 넣고 입술을 부풀리고 눈, 코 등 성형수술을 벌써 십여 차례 받은 상태.반듯한 외모와 정상체중인데도 성형과 다이어트 열풍에 휩쓸려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유행에 휩쓸리는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다.성형 전문 포털 사이트 美
미국 래퍼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요즘은 한국 래퍼들의 노래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바로 이것이다. ‘I Don't Give A Fuck’. 줄여서 ‘IDGAF'. 이 문구는 투팍의 노래에도 있고 켄드릭라마의 노래에도 있다. 또 지코의 노래에도 있고 도끼의 노래에도 있다. 힙합을 즐겨 듣는 사람에게는 참 친숙한 문구다.그렇다면 ‘I Don't Give A Fuck’은 어떤 뜻일까. 쉽게 말해 ‘I Don't Care'의 거센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I Don'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입니다.아이가 식사 전에 젤리를 먹었다는 이유로 폭언을 하고 고성을 지르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행동은 충분히 폭력적이죠.직접 때린 것도 아닌데, 그게 뭐 폭력적일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다릅니다.‘본인보다 키가 1m가 큰 사람이 나에게 화를 내고 있는데, 그 사람이 밥을 주고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에게서 도망치면, 먹을 것도 잠들 곳도 없습니다. 따라서 나는 거인의 분노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그저 참고 견뎌
[정신의학신문 : 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내가 힙합 음악을 듣기 시작한 때는 내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때와 정확히 일치한다. 할 줄 아는 게 공부밖에 없던 시절, 공부로 날고 긴다는 아이들을 모아 놓은 고등학교를 다녔다. 공부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렸다. 시험을 칠 때마다 등수는 10등씩 떨어졌다. 더 이상 떨어질 등수가 없을 정도가 될 때까지 내려갔다. 잘하던 유일한 능력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내 존재의 가치를 찾지 못했다. 자존감이 낮으니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단짝 친구와는 사소한 말다툼을 계기로 왕래를 끊었
[정신의학신문 : 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밤에 꾸는 꿈도 있지만 낮에 꾸는 꿈도 있다. 자는 동안 무의식이 담당하는 꿈도 있지만 깨어있을 때에 나의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꿈도 있다.나도 모르는 내 마음인 무의식을 내담자와 함께 살피는 정신과 의사로서 자면서 꾸는 꿈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힙합을 통해서 비전으로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Martin had a dream마틴 루터 킹은 꿈이 있었어.Martin had a dream마틴 루터 킹은 꿈이 있었어.Kendr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33. 스카이 캐슬 드라마가 우리에게 남긴 것 최근에 이렇게나 이슈가 되었던 드라마가 있었을까요?스카이 캐슬이 이슈가 되었던 건, 드라마적 재미도 있었지만, 우리나라에 만연한 입시 문제를 다루어서 더더욱 이슈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그런데 드라마는 우리나라 입시 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가 이슈가 된 후 입시 코디네이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다는 기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입
[정신의학신문 : 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전에 공동체에 대한 글에서 미국 힙합에 있고 한국 힙합에 없는 두 가지, N-word와 ghetto에 대해 이야기했다. 음악적 주제에 있어서 미국 힙합에는 있고 한국 힙합에는 없는 또 다른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중독(addiction)’이다.중독은 ‘약물 중독(drug addiction)’으로 풀어쓸 수 있다. 이것이 한국에서 주로 다루어지지 않는 건 우리 사회에 있어 어쩌면 다행이다. 중독으로 인한 문제가 미국만큼은 심각하지 않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정신과 의사들의
[정신의학신문 : 장재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나라에만 있는 정신질환으로 미국정신의학 교과서에 기술되어 있는 병이 있다. 하나는 ‘신병(神病, shin-byung)’이고 다른 하나가 그 유명한 ‘화병(火病, hwa-byung)’이다.그런데 또 하나가 언젠가 인정될지도 모르겠다. 바로 한국 특유의 정신적 현상으로 근래에 신병이나 화병보다 더 자주 언급되는 명절증후군이다. 명절증후군은 명절과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문화증후군(cultu
[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명절이 다가오면 긴 연휴가 반갑고 가족을 만나는 것이 행복하기도 하지만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가족을 만나야 하는 것이 힘들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 자주 보시나요?A. 저야 가족의 문제로 많은 어려움이 있으신 분들이 자주 오시니까요. 아무래도 가족을 대하시는 것이 어려운 분들을 자주 뵙지요. Q. 여러 유형이 있겠지만 그래도 대표적인 것들을 말씀해 주신다면 어떤 것들을 꼽을 수 있을까요?A. 처음 생각나는 건 가족에 대한 조심성이 적은 분들입니
[정신의학신문 : 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다음은 미국 뉴스 채널 CNN의 정치사회적 내용을 다루는 토크쇼인 첫 방송 내용의 일부이다. 사회자: 정신건강, 트라우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우리 공동체에 만연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흑인들은 경찰을 두려워하듯이 심리치료를 두려워해요. 어쩌면 더 그렇죠. 우리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려 하지 않아요. 게스트: 네, 그건 ‘스티그마’예요. 사회자: 그래요. ‘스티그마’지요. 정신과 진료받기를 수치스럽게 여기는 것이지요. 그리고 사
[정신의학신문 :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공지능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많은 분이 나누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죠.‘인공지능으로 인해 앞으로 없어질 직업’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과연 정신과 의사를 로봇이 대체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레지던트 시절부터 선배들에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정신과 의사가 큰돈을 벌지는 못해. 하지만 우리 과는 다른 과 의사들이 쉽사리 다루기 힘들잖아. 무엇보다 의사 생명이 길어. OOO 선생님을 보면 나이가 들수록 빛나는 것 같아.”그런데 최근 제가 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