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매일 아침 아이의 등굣길에 마주치는 아파트 단지의 청소부 아주머니가 있습니다. 이 아주머니께서는 항상 눈길이 닿을 때마다 다정하게 웃으면서 먼저 인사를 건네주십니다. 그냥 아침에 이웃과 나누는 평범한 인사일 뿐인데, 왠지 모르게 이분과 인사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주머니의 눈은 항상 웃고 있습니다. 또 목소리는 경쾌하면서도 다정함이 묻어납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누는 일이 하루에 얼마나 있는지 곰곰 생각해 보니 안타깝게도 별로 없더군요. 그보다는 형식적인 인사가
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00년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우리 삶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큼이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일상의 곳곳에 스마트폰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인들과의 연락, SNS와 같은 사회적 기능부터 모바일 결제, 주식과 같은 금융, 온라인 쇼핑, 신분증 발급 기능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생활이 불가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스마트폰의 편리함만큼이나 그 부작용에 대한 논의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멀티태스킹
정신의학신문 |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많은 분들이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반면 세상에 급할 일이 뭐가 있냐는 듯 유유자적, 천하태평인 분들도 있죠. 어떤 분들은 내일의 영광을 위해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하고, 또 어떤 분들은 마치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양 오롯이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합니다.여러분의 시간은, 그리고 하루는 대체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일과의 많은 시간들은 주로 자고, 먹고, 일하는 시간으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그 일과의 틈 사이는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를 즐기거나 과거를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스승님, 어찌하면 실수를 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스승이 제자에게 답했습니다.“자네는 실수 중에 가장 큰 실수를 하려고 하는군!” 스승과 제자 간의 이 짧은 대화에서 삶의 지혜를 전수받고 싶은 제자의 물음에 통찰력 있게 답변하는 스승의 위트가 돋보입니다. 만약 스승이 이 세상에서 실수나 잘못을 하지 않는 완벽한 인간은 없으며, 실수하지 않으려는 것 자체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난센스라는 사실을 제자에게 조목조목 설명했다면, 자칫 그 설명이 지루해지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늙고 병든 사자가 굴속에 누워 있었습니다. 젊었을 때의 용맹스러운 위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평소 친하게 지낸 늙은 여우 한 마리가 병문안을 왔습니다. 사자가 말했습니다. “커다란 사슴의 싱싱한 내장과 심장이 먹고 싶어. 그걸 먹으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사냥을 할 수 없으니 네가 사슴을 잘 꼬드겨서 굴속으로 데려와 줘. 부탁한다.” 여우는 사자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했습니다. 친한 사자가 건재한 것은 자기에게도 도움이 되니까요. 숲속을 돌아다니다 멋지게 생긴 사슴을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루비 브리지스(Ruby Bridges)는 1960년에 처음으로 백인 전용 초등학교에 입학한 6세의 흑인 여학생입니다. 루비 브리지스의 첫 등교 날에는 그녀의 등교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습니다. 그녀는 자녀의 등교를 거부한 백인 학부모들 때문에 텅 빈 교실에서 홀로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녀의 용감하고 호기로운 이야기는 동화책과 영화로 제작되었고, 현재는 미국에서 시민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흑인과 백인의 분리 교육이 금지된 것은 1954년이었지만, 그로부터 6년이 지난 뒤에야 흑인 아이의
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랜 기간 함께한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이후에 가슴 아파하는 견주 분들이 겪는 펫로스 증후군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오랜 시간을 반려견과 함께 보낸 견주 분들은 마치 가족 같은 반려견이 떠나간 후에 큰 슬픔과 절망감에 잠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견주 분들의 마음을 애견인이 아닌 주변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더 힘들어진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이처럼 펫로스 증후군을 호소하시면서 찾아오시는 경우가 꽤 많이 늘어났습니다. Q. 펫로스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프랑스의 어느 기차역. 목적지가 다른 젊은 두 남녀가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빠져듭니다. 짧은 순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자석처럼 이끌리고 호감 어린 대화를 나누게 되지요. 목적지에 다다른 남자는 이대로 헤어지는 게 아쉬워 여자에게 자신이 내리기로 예정된 기차역에서 함께 내려 하루만 같이 시간을 보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합니다. 여자는 거부할 수 없는 그의 제안을 수락하고, 처음 만난 그 남자와 그 여자는 생애에서 가장 설레고 잊기 힘든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이 내용은 로맨스 영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달 저의 정신건강 대중서 『마음은 단단하게 인생은 유연하게』가 나온 후 많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깊이가 없다는 평가도 있고 인생을 쉬운 언어로 돌아보며 마음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서평도 있었습니다. 사실 같은 이야기입니다.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다양한 관점에서 삶에 적용해 볼 수 있게 하려는 목적으로 쓴 글이라 누군가에게는 다 아는 이야기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가끔씩 마음이 힘들 때 다시 펼쳐 보고 확인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상실을 경험합니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이나 배우자와의 이혼, 이직이나 실직, 암이나 질병으로 인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등 상실은 우리 삶의 단계에서 시시때때로 찾아옵니다. 이처럼 우리가 경험하는 상실은 종류도 다르고, 삶에 미치는 영향 역시 가벼운 것부터 매우 심각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상실이든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은 우리의 마음과 몸에 흔적을 남깁니다.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대상을 잃어버렸을 때, 우리는 상실을 슬퍼하며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긍정 심리학의 선구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행복한 삶에 대해 연구를 거듭한 끝에 2011년, 웰빙(well-being)의 10가지 요소를 완성합니다. 행복한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에서 공통점을 도출한 것이었죠. 셀리그만은 이 10가지 요소 중에서도 ‘5개’가 행복한 삶의 필수 요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삶에 몰입하는 태도(engagement) △의미(meaning) △긍정적인 정서(positive emotion) △긍정적인 대인관계(posit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과는 아주 어색한 순간을 우아한 선물로 바꾼다._ 마가렛 리 런벡 아이와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려는 순간, 아이는 친구가 자기가 놀던 장난감을 뺏어 가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 장난감이 자신의 머리에 떨어져 아프게 했는데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장난감만 가지고 달아났다면서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던 저에게까지 당시 아이의 속상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친구는 아직 어리지만, 분명 그러한 행동이 잘못됐다는 점과 실수로
요즘 얼마간 나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내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그리고 나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에게서…,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두드려 맞듯이 마음이 상처를 받고 나니, 청승맞아 보이기도 하고 어설프게 외롭고 괴롭고 우울해 졌다. 어설프다고 표현한 이유는, 요새 들어 슬프면 불안하고, 괴로워도 불안하다. 우울한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너무나 불안해진다. 불안하다는 마음이 모든 것을 대체하는 기분이 낯설고 묘하게 불쾌하다. 불안한 마음은 너무도 외로운 마음이다. 누구도 제대로 이해해줄 수가 없다. 너무도 외롭게, 홀로 불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너무 더워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그런데도 개미들은 열심히 일했습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식량을 많이 모아 둬야 했기 때문입니다. 땡볕 아래 일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개미들은 꾹 참고 부지런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베짱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흥얼거리며 놀기만 했습니다. “어이, 개미들. 한여름에 그게 무슨 고생이야? 나처럼 쉬엄쉬엄 놀면서 하라고.” 베짱이는 개미들을 보며 놀려 댔습니다. 그러면서 종일 노래를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민영 씨는 지난 일 년간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 년간의 투병 끝에 일 년 전 친정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민영 씨. 그녀는 아픈 어머니를 병간호하는 동안 자신이 유독 지치거나 어머니로부터 받은 상처가 떠오를 때면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를 원망하는 말들을 쏟아내곤 했습니다. 아픈 어머니께 말이에요. 그러고 나면 잠시 뒤 심한 죄책감이 몰려와 또다시 스스로를 자책하는 자기혐오의 시간이 반복되었습니다.사실 민영 씨는 어린 시절부터 농사일과 아홉 식구인 대가족을 책임
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째깍, 8시가 되면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부모님의 모닝콜이 들려옵니다. 식탁엔 벌써 아침 메뉴가 빼곡히 들어차 있고, 오늘 입고 나갈 옷도 한편에 준비돼 있습니다. 책가방엔 오늘 필요한 준비물이 차례대로 정리돼 있습니다. 유행하는 장난감이나 물건이 있으면 먼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히 사다 줄 테니까요. 이런 부모, 과연 좋은 부모일까요?좋은 부모, 좋은 친구, 좋은 연인. 우리는 관계를 정의하는 단어 앞에 쉽게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떤 관계가 긍정적인 관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은 이혼 관련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돌싱(‘돌아온 싱글’의 준말)들의 새로운 인연 찾기를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혼의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금 행복한 인생을 꿈꾸는 돌싱들이 새로운 인연을 찾는 과정이 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이처럼 이혼과 재혼은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거나 금기시되는 그 무엇이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하나의 이벤트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이미 한 번의 아픔을 겪은 이들의 상처와 아픔에 공감하며, 그들의 새로운 만남과 여정에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흔히 부모가 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웃을 때, 처음 뒤집었을 때, 혼자서 일어설 때,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때. 매 순간이 감동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기 버거운 시기가 찾아옵니다. 바로 공포의 ‘왜’ 시기. “하늘은 왜 파래요?”와 같은, 평소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는 것의 원인을 탐구하는 아이 때문에 남몰래 한숨을 쉬게 됩니다. “사실 엄마 아빠도 몰라.”라는 솔직한 고백은 마음 깊숙이 넣어 두게 되죠. 대신 적절한 답을 찾아봅니다
나에겐 살아가면서 필수적인 요소로 숨쉬기, 음식 먹기, 잠자기 이외에도 ‘사람’이 자리를 차지한다. 이건 인간 사회에서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요소일 수도 있겠다. 범죄인이 수감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돌아와서 꼭 필요한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바로 ‘직업’과 ‘가족’. 이 두 가지 요소를 갖춘 범죄자는 새로운 인생을 꾸려 나갈 요소가 준비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요소들이 있고 없고에 따라 재범률도 다르다고 한다. 독립적이고 기본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는, 우리에게 어쩌면 족쇄 같은, 그러나 우리를 독립적인 인간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느 깊은 계곡에 외나무다리가 있었습니다. 동물들이 좁고 가느다란 외나무다리를 건널 때면 모두 조마조마한 마음이었습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발을 헛디디거나 외나무다리가 기우뚱하면서 아래로 떨어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리 아래는 거센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떨어지는 날이면 크게 다치거나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하루는 어떤 염소 한 마리가 외나무다리 근처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반대편을 쳐다봤습니다. 그쪽에 있는 풀이 훨씬 더 싱싱하고 맛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