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규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이제 대학교를 졸업한 스물다섯 살 여자입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정신과 예약과 취소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 상태가 진료를 받을 정도인지 의심이 들고, 진료 외의 방법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어 선뜻 가 보지 못하였습니다. 전문가님들께서 읽어 주시고 조언해 주신다면 저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 같습니다.저의 성장 배경부터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업을 가진 부모님 슬하에서 교육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라 왔다고 생각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무기력증인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지하철 타러 가는 게 너무 힘들고, 준비하는 시간도 힘들고, 그냥 사라지고 싶어요. 엄마랑은 원래도 자주 싸웠어요. 사실 제 잘못이 많은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엄마랑도 사이가 좋았던 것 같은데 원래 저는 아무리 싸워도 엄마 옆에 꼭 붙어서 잤었거든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한테 많이 혼나고 많이 맞고서 갑자기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난 아직 어린아이고 이렇게 많이 맞을 만큼 잘못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런 거는 말로 천천히 설명해 줘도
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중3 때부터 상처 내기를 시작했고, 지금은 고3 학생입니다. 이 흉터와 함께 지낸 지 3년이네요. 흉터가 지워질 즈음이면 다시 상처를 내서 3년째 함께 하고 있습니다. 상처를 내기 시작한 것은 원하는 고등학교 입시에 실패하고 인생에서 처음 겪는 상실감과, 실패로 인해 발생하는 부모님과의 갈등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는 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고, 유서를 항상 소지하고 죽는 방법까지 결정해 놓을 정도로 정신이 피폐했습니다. 다행히 코로나 기간이 겹치면서 혼자 마음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으로, 첫 직장으로 열 명 안팎 규모인 대학부설연구소에서 일 년 정도 근무하다가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서 퇴사했습니다. 업무적인 실수를 몇 번 하면서 자존감도 떨어지고 상사로부터 혼나니 위축되기도 하고 제가 회사에서 필요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사가 저를 보는 눈빛도 너무 차가웠고, 실수하거나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핀잔을 주며 업무적으로 저를 배제한 적도 있었습니다. 직장생활이 늘 긴장감의 연속이라서 결국 퇴사했는데 제가 도망친
정신의학신문 |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현재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다니고 있는 열여덟 살 여고생입니다. 사람들은 미래에 있을 불행을 알면서도 왜 살아가는 거죠? 물론 행복도 있겠지만 저는 그것들을 맞닥뜨리는 것이 너무 버겁습니다.생명은 왜 소중한 걸까요? 한 영상을 봤습니다. 우주는 무생물이 대부분이라 생물인 채로 살아가는 그 짧은 순간이 아주 소중한 거라고. 납득은 되어요. 그러나 그 짧은 순간이면 빨리 죽든 늦게 죽든 똑같지 않나요? 생명이 왜 소중한지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저는 무생물이 되고 싶어요. 생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저는 30대 여자 직장인입니다. 저는 활발한데 다른 사람 눈치도 잘 보고, 예의를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또 성격이 급하고 흥분을 잘 하는 면도 있어요. 감정 기복도 좀 있는 것 같고요. 잘 지내는 사람들과는 매우 가깝게 잘 지내지만, 내향인이라 그런지 정말 소수의 사람만 내 사람으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 외에는 나쁘지만 않게 지내려고 하는데, 친해지면 잘해 줘야지 하는 생각에 주변에 사람을 많이 만들지 않고, 만들지도 못하는 것 같아요.최근에 속상한 일이 있었어요. 제가
정신의학신문 | 이규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열일곱 살 고등학생입니다. 저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을 설명받고 싶어서 글을 남겨 봅니다. 현재 저는 기말고사가 끝난 시점이고, 야자와 고가의 학원 두 곳을 다니고 있음에도 성적은 중, 하위권입니다. 기대했던 과목은 그냥… 꼴도 보기도 싫은 점수가 나왔고요. 선생님들께 바랐던 인정은커녕 괄시만 받고… 학원에서도 간신히 눈물을 참고 참다가 이 새벽에 글을 써 봅니다. 지금은 오열 중이고요. 오늘은 단연코 최악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부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현재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아기가 분리불안이 심해 병원에 못 가고 있는데요, 다른 건 괜찮은데 유독 아이의 징징거리는 우는 소리가 견디기 너무 힘들어요.아기한테 화내게 되고, 무서운 표정도 짓고, 잘해 주다가 화를 내고 거칠게 대하기도 하니 아기 입장에선 불안정 애착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워요. 제가 불안정 애착입니다. 애착은 대물림이 되기에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저는 잘할 줄 알았습니다. 화 안 낼 자신도 있었고, 다정
정신의학신문 | 이규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40대 초반 직장인 미혼 여성입니다. 연애와 관련해 고민이 되어 사연 남깁니다. 저는 호불호가 강한 편이라서 저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노력해서 사귀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사귀면 4~5년 정도 길게 만났고, 가장 짧은 만남도 2년 정도였습니다. 나이가 있는 편이지만 만난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결혼 생각도 별로 없어서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하기보다는 제 마음이 가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늘 결혼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헤어지곤 했습니
정신의학신문 |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스물여섯 살 여자 직장인입니다. 중학교 친구들과는 고등학생 때, 고등학교 친구들과는 대학생 때, 대학교 친구들과는 졸업 이후 연락을 끊어 갔습니다. 일부러 ‘연락을 안 해야지!’ 하고 결심하는 건 아니고요. 처음엔 어느 집단에서든 적응하고 어울리기 위해 다 같이 노는 자리에 나가고, 소수로 따로 만나 공부하거나 카페에 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누구와 있어도, 그 누구와도 대화하는 것이 온전히 즐겁다거나 힘이 난다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주제로 이야기해도 그다지 흥미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20대 중반 직장인 여자입니다. 가끔씩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슬픔이 올라와서 사연 남깁니다. 저희 어머니는 제가 태어나고 3년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나 함께 보낸 시간이 없습니다. 남은 동영상도 없어서 목소리도 모릅니다. 아는 것도 없고, 정을 나누지도 않아서 뚜렷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것도 아닌데 엄마를 생각하면 왜 이렇게 슬프고 서러운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는 할머니께서 저와 오빠를 돌봐주셨는데 항상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바쁘셨고, 아버
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현재 열아홉 살인 한 여학생입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조금 특별한 사람’으로 불립니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제가 좋게는 ‘유별나다’고 하고, 안 좋게는 ‘눈치 없고 나댄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든요. 예를 들어, 애들은 교장실에 가기 싫어하는데 저는 교장실에 가서 책을 보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든가, 면접을 보고 있는데 뒤에 있는 책들이 보고 싶으면 “면접 끝나고 저 책들 봐도 돼요?”라고 스스럼없이 묻기도 합니다. 저는 솔직히
정신의학신문 |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을 피곤하게 만들거나 괴롭힐 때 격양된 기분이나 감정의 표현으로 ‘살인 충동이 든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이런 말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하고도 금방 일상의 제자리로 돌아갈 것입니다. 저도 얼마 전까지는 그랬습니다.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특정 인물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심하게 듭니다. 얼굴만 마주해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물론, 평범하게 공부를 하거나 밥을 먹거나 세수를 하던 와중에도 돌연 ‘그 인간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아버지로부터 꾸준하게 가정폭력을 당해 온 20대 초반 남성입니다. 아버지는 제가 어린 시절부터 저를 신체적으로 학대했습니다. 평생 폭력적이고 거친 언행을 보이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저를 낳아 준 아버지고, 상황을 바꿀 수도 없으니 받아들이려고 노력합니다. 아직 대학생이고 경제적으로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있어서 독립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버지와 대화로 푸는 것은 큰 의미도 없고, 효과도 없습니다. 아버지는 제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바뀔 사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공공기관에서 양극성장애 제2형을 사유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스물다섯 살 남성입니다. 저는 저희 기관의 차량 출입 통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차량 운전자가 주차장 입구에서 초인종을 누르면, 제가 인터폰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 후 출입문을 개방하는 식입니다.그런데 최근 초인종이 눌러지는 것에 아무런 이유 없이 불안과 스트레스, 심지어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초인종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고, 소리가 나지 않을 때도 불안
정신의학신문 |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이십대 중반 여자입니다. 저희 가족 구성원은 저, 여동생, 남동생, 부모님, 조부모님입니다. 조부모님은 본가에 계시다가 농사가 시작되는 봄에 저희 집에 오셔서 겨울이 다 끝날 때쯤 다시 본가로 가시기 때문에 거의 같이 산다고 보시면 됩니다.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저희 엄마는 조부모님이 오시는 순간 모든 자유가 사라집니다. 삼시세끼를 꼭 차려드려야 하고, 맛이 없으면 바로 불편한 티를 내십니다. 엄마는 조부모님 식사를 챙기느라 일상적인 외출은 거의 하지 못하
정신의학신문 | 이규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결혼 9년차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전업주부입니다. 결혼 초부터 남편과 갈등이 많았는데, 이게 단순히 성격 차이, 성장 환경 차이가 아니라, 남편이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어 벌어지는 일들이기에 제가 참는 데 한계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무엇보다도 아이들 양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점이 가장 걱정됩니다. 남편은 고학력자 전문직입니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이성적이고 분석적이라 전문 분야에서 능력은 뛰어난데, 인간관계에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터무니없이 떨어지고, 평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중학생 때부터 만성 우울감과 공허함을 느껴 왔습니다. 아마 그때부터 죽음에 대한 생각이나 살아 있는 것 자체에 부질없음을 느꼈던 것 같아요.직접적인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초반까지 아빠의 외도와 부부싸움(폭력) 등으로 집안 분위기가 매우 안 좋았고, 정서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저는 일찍이 철이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아마도 그 때 우울증이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또한 부모님의 관계를 보면서 나는 커서 저런 관계가 아닌, ‘나의 모든
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우울과 불안을 앓았던 사람입니다. 정신과를 일 년 반 동안 다녔었고, 현재는 임의로 단약한 지 4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일 년 반 동안 약을 꾸준히 먹었고, 취업을 하면서 불안은 거의 없어졌고, 눈에 띄는 우울 증세도 줄어들면서 정신과를 그만 다니게 되었어요. 잠도 잘 자고, 직장에도 잘 다니면서 생활하게 되니까 2주에 한 번씩 정신과에 방문해서 선생님이 잘 지냈냐고 물어보시면 잘 지냈다고 답하고 약만 타 와서 먹고… 이런 게 반복되다 보니 나아지는 것도 없고,
정신의학신문 | 이규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사연) 저는 2012년에 재수를 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는 대학 동기 한 명과만 주로 어울리고, 열등감으로 인해 학창 시절 친구들과 거리를 두고 연락을 끊었습니다.2014년에는 연천에서 군 생활을 했는데, 어리바리해서 적응을 잘 못했습니다. 인간관계에 많이 지쳤던 것 같습니다. 2016년 1월에 제대했는데 제대 당시 후임들이 저를 매몰차게 대했습니다. 2년 동안 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그렇게 대하니 저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제대 후에는 친구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