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간은 유일하게 타인의 시선을 염두에 두고 결정하는 동물입니다. 타인의 의사에 따라 자신의 의사를 바꾸기도 하는 것은 무리를 지어 사는 생명체들 중에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협동과 생존을 위한 방식이 인간의 특성으로 자리 잡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현대인들의 정신건강은 다소 지나친 경향이 있습니다.SNS에 근사한 레스토랑에 간 사진을 올리고, 내놓을 만한 명함을 갖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뛰어드는 이면에는 ‘남들에게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중요한 척도로 작용하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캘리포니아에 있을 때는 항상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이곳에서, 이 어둠 속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가만히 있다 보니, 내가 그동안 눈에 보이는 것들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폭력을 당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느끼지 않아도 되는 곳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그 여름, 그 섬에서』저자 다이애나 마컴(Diana Marcum)은 자신이 살던 캘리포니아를 떠나 아조레스 섬에 도착해 머무는 동안
[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전진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강박증에도 종류가 있나요?A. 강박증도 분류하자면 굉장히 다양해요. 흔히 많이 느끼는 건 오염과 관련된 것이 있어요. 더러운 것, 청결함에 민감해서 계속해서 씻는다든지 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제 환자분 중의 한 분은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매연이나 미세먼지 때문에 옷이 더러우니까 항상 화장실로 바로 가서 옷을 다 벗고 샤워를 한 다음 새 옷으로 갈아입고나서부터 활동을 했어요. 다른 강박증으로는, ‘확인’을 하는 것도 있겠죠. 예를 들면 문이 잠겼는지
불안장애와 스트레스장애(PTSD)는 비슷한 증상으로 혼동되기 쉽다. 진단시 위협에 반응하는 증상과 원인에 따라 이 두 장애를 구분한다. 최근에는 불안과 공포가 뇌에서 반응하는 경로는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흔히 불안장애와 스트레스장애는 전반에 걸쳐 정신건강 진단 중에 30%를 차지한다. 초기에는 이 두 장애를 뇌의 결함으로 인한 질환으로 판단했지만 뇌를 스캔할 수 있는 영상기술이 발전하면서 뇌의 신경회로에 대해 면밀한 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불안과 스트레스장애는 위협·공포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편도체는 과도하게 활
[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전진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강박증이라는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잖아요. 강박증의 정확한 정의가 어떻게 될까요?A. 강박증을 쉽게 말하면, 어떤 행동을 계속해서 하지 않으면 굉장히 불안하고 힘들어서 그걸 반복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을 모두 강박증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예를 들면 외출을 하는데 갑자기 집에 가스불을 켜 놓고 나왔다거나 문을 안 잠그고 나왔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한 번 정도 확인해 보는 건 괜찮을 수 있는데요. 강박증의 경우 몇 차례나 계속 확인을 해요. 약간의
‘유약함의 힘’으로 유명한 미국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Brene Brown)은 완벽주의는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타인의 승인과 인정을 얻으려는 목적이라고 정의했다.보통 완벽주의자라고 주변에서 평을 받는다면 강박증 또는 강박성 인격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일반 인구에서 가장 흔한 성격장애 중 하나로, 유병률은 2.1~7.9%로 추정되며 여성보다 남성에서 2배 더 많이 나타난다.강박성 인격장애는 상호작용은 거부하면서 자신과 타인에게 비현실적인 기준을 적용해자신과 타인에게 흠잡을 데 없이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준, 지나치게
외부의 누군가 나를 괴롭힌다고 믿어, 희생자와 박해자로 나뉘어 분열된 시야로 바라봐정신분열증의 편집망상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망상을 말한다. 의심이 많고 편파적이며, 시비가 많고, 잘 따지려 들며, 절대적인 성향이 두드러진다. 감정상태는 망상과 일치하여 경계하고 의심스러워하고, 정신분열증에서 보이는 환청 등의 심각한 지각이상을 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주로 보이는 편집망상의 중점적인 특징은 자신의 고통이 내면에 있는 근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박해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원인을 외부로 투사해버린다. 그들은 상상의 인물이나 들리
[정신의학신문: 송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저는 고등학생 때 제가 애어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 주변에서는 자기 맘대로만 하는 어른아이라고 하네요.""내가 지금 제대로 된 방향을 가고 있는지 정말 혼란스러워요."고등학교 시절, 저와 상담하며 함께 고민했던 김군, 그런데 대학생이 되어 다시 저를 찾아왔습니다. 김군은 고등학교 3학년 때 강박증상과 불안으로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하였는데, 2년 후 자주 식은땀이 흐르고 불안, 무력감에 사로잡혀 다시 내원하게 된 것이지요. 무엇이 김군을 다시 불안하게 했을까요? 어렸을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영업 1부 김과장에게는 별명이 있다. 김꼼꼼, 김삼삼. 10년을 근속하는 동안 지각, 결근, 조퇴가 전혀 없었다. 철저한 FM으로 융통성이 없기로 유명해서 김답답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별명 부자이다.김삼삼이란 별명은 왜 생겼을까? 모든 일을 3일 전부터, 3번 이상, 최소 3명이서 함께 확인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김과장은 후배, 동료, 상사 모두에게 인기가 없다.얼핏 생각하면 상사들은 좋아하지 않을까? 일처리 하나는 똑 부러질 거 같은데, 왜 그럴까? 박 부장: 1부 김과장? 아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영화 기생충 中)영화 기생충의 수많은 명대사 중에서도 유독 이 대사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대사다. 일견 아들을 대견해하는 아버지의 따뜻한 말 한마디처럼 보였던 장면이, 실은 계획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삶에 대한 무력함과 냉소의 표현임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깨닫게 된다. 우리는 늘 계획을 하지만 삶은 이와 상관없이, 아니 오히려 비웃듯이 제멋대로 흐른다. 중요한 시험일수록, 다른 시험에서는 절대 하지 않을 실수를 저지르기 쉽
[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저는 사소한 것이라도 신경 쓰이고 거슬리면 계속해서 확인하는 습관이 있습니다.어제도 퇴근하고 너무 피곤한데도, 빨래가 대충 개어진 것을 보고 모두 풀어서 다시 개고 잤습니다. 옷을 다 개고도 각이 잘 잡혔는지, 주름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계속해서 반복하고 확인하는데도 불안한 겁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몇몇은 옷장에서 다시 꺼내 새로 개었습니다. 너무 이 과정이 힘들고 지치는데도 삐뚤어져 있는 모습이 계속 생각나 끝끝내 또다시 다 풀어헤치고 개는 일을 반복해요. 이것만이 아
[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일주일 전, 갑자기 임신 7개월인 아내가 새벽에 저를 깨우더니 엄청 울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하니까, 자는데 가위눌린 것처럼 사지가 경직되더니 관에 누운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빨라지면서 불안감에 꼼짝할 수가 없었답니다. 저를 깨워보려고 하는데 몸이 계속해서 움직이질 않더래요.그날 응급실에 갔는데 다행히 신체적인 문제는 없었다고 하는데요. 폐쇄공포증이랍니다. 그날 이후로 계속 밤마다 반복되고 있어요. 그렇게 깨면 문을 열어두어야지 잠이 듭니다. 임산부에게 정신과 약물로 치
[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박증이 있는 사람들은 주로 정리정돈, 반복해서 확인하기, 종교적인 믿음으로만 매사 판단하기 등 일정 규칙과 조건에 매달리는 패턴을 보인다. 이런 행동 또는 생각을 계속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강박증 환자들은 압박감을 상쇄시키려 반복에 집착한다.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에서 잭 니콜슨은 청결함에 강박증이 있는 로맨스 소설가다. 식당에는 자신이 앉는 자리가 정해져 있고,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으려 피해 다닌다. 그런 유별남을 모두 싫어하지만 헬렌 헌트만 그런 그를
유튜브와 같은 비디오 집약적인 플랫폼에서는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기 어렵고 현실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매력적인 크리에이터들을 만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들은 자기공개에 거리낌이 없고 수위 높은 사생활 개방은 가상의 파트너와 개인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에 강력함 힘을 발휘한다. 유튜브는 심리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소셜 미디어의 신경과학은 연구가 막 시작한 단계다. 유튜브 시청자들은 일차적인 심리적 요인은 △자신과 비교할 수 있는 대상, △신뢰와 유대감, △자신의 태도와 관심사다. 유튜브 시청자는 수동적인 콘텐츠
[정신의학신문 :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걱정은 사는 데 도움이 된다. 미래를 계획하고 행동을 준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걱정 때문에 괴롭다고 말하는 이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걱정을 즐기고 있다. ‘미리 걱정하고 있어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고, 그래야 안심할 수 있거든’이라며.불안하더라도, 걱정하는 동안은 일시적으로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마치 걱정하는 것이 자신을 지켜줄 것처럼 믿는 것이다. 걱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게다가 고민 때문에 괴로워하는 찰나에 누군가가 “모든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중반의 여성입니다. 요즘 자꾸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혹시 이것도 병인지 궁금해 여기에 찾아오게 되었어요.좀 우습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두운 곳이나 으슥한 곳만 가면 누가 절 공격할 거 같아요. 골목길이나, 한밤중에 가게의 불이 다 꺼진 거리 같은 곳이요. 실은 제가 애청자이기도 하거든요. 거기에 보면 불가항력의 살인 사건이나, 납치, 강간 등의 사건들이 너무 많이 나오잖아요. 특히 살인에 관한 내용을 본 이후엔 뭔가 더 자세하게
[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연)안녕하세요, 궁금한 점이 있어 질문드립니다.저는 20대 중반 여성입니다. 얼마 전 남동생과 다투다 칼로 위협당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며칠 안 돼서 부랴부랴 집을 얻어 나왔습니다. 남동생 때문에 본가도 절대 안 가고 그 뒤로 절대 마주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지냅니다. 그 뒤로, 남동생과 닮은 사람이나 자주 입던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그 일이 떠올랐고 집에 있는 칼과 손톱깎이같이 칼이 생각나는 물건도 치웠습니다. 또 극도의 무력감과 우울증, 자살 충동이 생겼습니다.그리고
우리의 행동과 감정은 대부분 되풀이해서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우리가 스스로 반응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습관이나 자동반사에 통제된다는 설명이 더 적합하다. 삶은 계속해서 변하지만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능은 일관되게 우리의 행동을 통제한다.예컨대 지각할 것을 알면서도 아침에 늦잠을 자는 것, 흡연의 유해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몇 년째 금연하지 못하는 것, 바람직하지 않은 말투 또는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것 등의 문제가 꼭 사람의 의지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몇 가지 본능적으로 표출된 행동의 자연스러운 법칙을 이해하고
인생은 크고 작은 사건의 연속이다. 때에 따라 상황을 피해버리거나 때론 현실을 왜곡시켜 반응함으로 어려움을 모면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약함을 고스란히 드러내어 마주하게 될 상황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할 수도 있고, 담당의사가 정밀검사를 의뢰할 수도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거절당하거나, 사별한 가족의 뒷처리를 혼자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명상 조차도 도움이 안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의식을 연결시킬 수 있는 명상법 제안진정한 위기는 이런 사건을 맞닥뜨린 이후다. 이 상황에서 당사자는 그
[정신의학신문 : 장현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답장이 늦으면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이 되는데 그런 마음을 모르는 것 같아서 속상합니다.” A씨는 아내가 외출해서 연락이 잘 안 되거나, 문자에 대한 답장이 늦어지면 '사고 난 것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어서 안절부절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답장이 올 때까지 연락을 하게 되는데요, 그러다가 연락이 되면 무사하다는 생각에 순간 안심을 하지만 이내 다시 화가 납니다. '이렇게 걱정하는 것을 알면서 왜 연락을 안 받았지? 날 배려하지 않는 건가? 벌써 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