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어디에나 자기를 과신하고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씩 꼭 있습니다. 학창 시절 성적은 늘 하위권에 머물면서도 “내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머리가 좋아서 마음먹고 하면 다들 깜짝 놀랄걸.” 하고 말하고 다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런 친구들은 졸업할 때까지 끝끝내 한 번도 친구들을 놀래 준 적이 없었죠.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갔더니 비슷한 동료가 또 눈에 들어옵니다. 매번 인사고과도 좋지 않고, 승진에서 물을 먹고도 “팀장이 나한테 나쁜 감정이 있어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태원에서 158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사건 당일 저도 연구실 학생들이 가지 않았을까 걱정했습니다. 졸업생들은 괜찮은지, 학교 전체적으로는 어떤지 신경이 쓰였습니다. 다행히 저희 학교에는 피해자가 없었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기에 안타깝고 그들의 가족, 친구, 동료들이 안쓰럽습니다.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원인을 철저히 파악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는 자주 그래 왔듯이 비난의 대상을 찾기 위해 애를 씁니다. 스위스치즈처럼 조금씩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떤 아버지에게 두 딸이 있었습니다. 장성한 두 딸은 각각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습니다. 큰딸의 남편은 원예사였습니다. 꽃을 좋아하고 식물 가꾸는 일에 취미가 있던 큰딸이 자기에게 딱 맞는 원예사를 만난 것이죠. 작은딸의 남편은 도공이었습니다. 크고 작은 그릇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살림에 재미를 붙인 작은딸은 그릇을 참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큰딸이 시집가서 잘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큰딸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래, 남편과는 사이가 좋으냐? 사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오늘은 나를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친구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주변에 사람을 은근히 공격하는 분들이 있어요. 미묘하게 비꼬는 말투, 무시하는 말투를 사용하는데, 당하시는 분들은 그때는 당황스러워 그냥 넘어가지만, 집에 와서 생각해 보면 혼란스럽고 불쾌한 감정이 생기게 되죠. 이런 사람들의 은밀한 공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애초에 계속 이러는 친구는 저는 결국엔 멀어지거든요. 그런데 늘 이러진 않고 가끔씩 이런 친구들이 있어요. 가끔씩 이런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대응이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크게 떠진 눈, 확장된 동공, 추켜진 눈썹과 앙다문 입술. 혹시 이런 표정을 한 사람의 현재 감정 상태, 어떤 마음일지 추측 가능하신가요? 정답은 ‘공포심’입니다. 바로 ‘공포’라는 감정을 느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짓는 표정인데요, 우리는 누군가의 표정을 통해 그 사람의 현재 감정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표정은 그가 지금 몹시 화가 났다거나 슬픔에 잠겼다거나 행복한 감정 상태라는 것을, 굳이 말이라는 음성 기호를 통하지 않고서도 얼굴을 통해 드러내 줍니다. 미국의 심리
정신의학신문 | 이슬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으레 창문을 열고 그날의 날씨를 확인합니다. 날씨가 화창한지, 구름이 잔뜩 끼지는 않았는지. 대개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색을 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지만, 잿빛 하늘을 보게 되는 날이면 내 마음도 따라 우중충해지는 듯합니다.출근을 하려고 옷장을 뒤적이다 보면, 그날 꽂히는 옷이 있기 마련입니다. 유난히 돋보이고 싶은 날에는 화려한 색상의 옷에 손이 가고, ‘제발 오늘은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말았으면.’ 하는 날에는 무채색이나 조금 어두운 계열의 옷을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연한 기회에 시골에 사는 쥐와 도시에 사는 쥐가 친구가 되었습니다. 시골 쥐가 도시 쥐에게 식사나 하자며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도시 쥐는 시골 쥐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습니다. 선물을 가지고 도시 쥐가 방문하자 시골 쥐는 친구를 데리고 들판으로 나갔습니다. “자, 들판에 있는 보리와 곡식들이 다 먹을 거라네. 아무 눈치 보지 말고 실컷 먹게.” 시골 쥐는 도시 쥐에게 먹을 걸 권했습니다. 하지만 먹을 거라곤 거친 보리와 곡식들이 전부였죠. 도시 쥐는 몹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내색할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용서는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다. _ 자크 데리다 영란 씨는 오래도록 한 사람을 많이도 미워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영란 씨의 시어머니였습니다. 그녀의 시어머니는 그녀가 결혼해 시댁에 들어온 날로부터 사사건건 그녀가 하는 일에 트집을 잡으며 힘들게 했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식구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온갖 집안일과 농사일을 하느라 한시도 쉴 새가 없이 고된 하루를 보내는 동안에도 틈만 나면 영란 씨를 지적하며 그녀를 들쑤시곤 했습니다.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너 자신을 알라”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가 한 말로 잘 알려진 이 명언은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현관 기둥에 새겨져 유명해진 말입니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인식하는 일은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도 삶의 화두일 만큼 중요한 문제였나 봅니다. 사실 자기 자신을 알아 가는 것은 평생에 걸친 과업으로 타인에 대한 이해와 통찰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자기 인식과 이해에는 객관성이 필요한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죠. 여러분은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인 빌 게이츠는 ‘메모광’으로 불릴 만큼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는 습관으로 유명합니다. 단순히 적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기록을 가지고 사색하는 시간도 갖는다고 합니다. 독서할 때도 그의 메모 습관은 계속됩니다. 그는 책 모퉁이에 소감을 메모해 뒀다가 지인들과 이를 주제로 대화하는 것을 즐긴다고 하죠. 아마도 빌 게이츠의 메모 습관은 그에게 사고하는 힘을 길러 주고, 스쳐가는 아이디어를 붙잡아 현실로 만드는 노하우까지 만들어 줬을 겁니다. 이처럼 매일 반복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매일 아침 아이의 등굣길에 마주치는 아파트 단지의 청소부 아주머니가 있습니다. 이 아주머니께서는 항상 눈길이 닿을 때마다 다정하게 웃으면서 먼저 인사를 건네주십니다. 그냥 아침에 이웃과 나누는 평범한 인사일 뿐인데, 왠지 모르게 이분과 인사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주머니의 눈은 항상 웃고 있습니다. 또 목소리는 경쾌하면서도 다정함이 묻어납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누는 일이 하루에 얼마나 있는지 곰곰 생각해 보니 안타깝게도 별로 없더군요. 그보다는 형식적인 인사가
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00년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우리 삶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큼이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일상의 곳곳에 스마트폰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인들과의 연락, SNS와 같은 사회적 기능부터 모바일 결제, 주식과 같은 금융, 온라인 쇼핑, 신분증 발급 기능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생활이 불가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스마트폰의 편리함만큼이나 그 부작용에 대한 논의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멀티태스킹
정신의학신문 |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많은 분들이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반면 세상에 급할 일이 뭐가 있냐는 듯 유유자적, 천하태평인 분들도 있죠. 어떤 분들은 내일의 영광을 위해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하고, 또 어떤 분들은 마치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양 오롯이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합니다.여러분의 시간은, 그리고 하루는 대체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일과의 많은 시간들은 주로 자고, 먹고, 일하는 시간으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그 일과의 틈 사이는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를 즐기거나 과거를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스승님, 어찌하면 실수를 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스승이 제자에게 답했습니다.“자네는 실수 중에 가장 큰 실수를 하려고 하는군!” 스승과 제자 간의 이 짧은 대화에서 삶의 지혜를 전수받고 싶은 제자의 물음에 통찰력 있게 답변하는 스승의 위트가 돋보입니다. 만약 스승이 이 세상에서 실수나 잘못을 하지 않는 완벽한 인간은 없으며, 실수하지 않으려는 것 자체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난센스라는 사실을 제자에게 조목조목 설명했다면, 자칫 그 설명이 지루해지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늙고 병든 사자가 굴속에 누워 있었습니다. 젊었을 때의 용맹스러운 위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평소 친하게 지낸 늙은 여우 한 마리가 병문안을 왔습니다. 사자가 말했습니다. “커다란 사슴의 싱싱한 내장과 심장이 먹고 싶어. 그걸 먹으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사냥을 할 수 없으니 네가 사슴을 잘 꼬드겨서 굴속으로 데려와 줘. 부탁한다.” 여우는 사자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했습니다. 친한 사자가 건재한 것은 자기에게도 도움이 되니까요. 숲속을 돌아다니다 멋지게 생긴 사슴을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루비 브리지스(Ruby Bridges)는 1960년에 처음으로 백인 전용 초등학교에 입학한 6세의 흑인 여학생입니다. 루비 브리지스의 첫 등교 날에는 그녀의 등교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습니다. 그녀는 자녀의 등교를 거부한 백인 학부모들 때문에 텅 빈 교실에서 홀로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녀의 용감하고 호기로운 이야기는 동화책과 영화로 제작되었고, 현재는 미국에서 시민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흑인과 백인의 분리 교육이 금지된 것은 1954년이었지만, 그로부터 6년이 지난 뒤에야 흑인 아이의
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랜 기간 함께한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이후에 가슴 아파하는 견주 분들이 겪는 펫로스 증후군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오랜 시간을 반려견과 함께 보낸 견주 분들은 마치 가족 같은 반려견이 떠나간 후에 큰 슬픔과 절망감에 잠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견주 분들의 마음을 애견인이 아닌 주변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더 힘들어진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이처럼 펫로스 증후군을 호소하시면서 찾아오시는 경우가 꽤 많이 늘어났습니다. Q. 펫로스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프랑스의 어느 기차역. 목적지가 다른 젊은 두 남녀가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빠져듭니다. 짧은 순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자석처럼 이끌리고 호감 어린 대화를 나누게 되지요. 목적지에 다다른 남자는 이대로 헤어지는 게 아쉬워 여자에게 자신이 내리기로 예정된 기차역에서 함께 내려 하루만 같이 시간을 보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합니다. 여자는 거부할 수 없는 그의 제안을 수락하고, 처음 만난 그 남자와 그 여자는 생애에서 가장 설레고 잊기 힘든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이 내용은 로맨스 영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달 저의 정신건강 대중서 『마음은 단단하게 인생은 유연하게』가 나온 후 많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깊이가 없다는 평가도 있고 인생을 쉬운 언어로 돌아보며 마음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서평도 있었습니다. 사실 같은 이야기입니다.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다양한 관점에서 삶에 적용해 볼 수 있게 하려는 목적으로 쓴 글이라 누군가에게는 다 아는 이야기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가끔씩 마음이 힘들 때 다시 펼쳐 보고 확인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상실을 경험합니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이나 배우자와의 이혼, 이직이나 실직, 암이나 질병으로 인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등 상실은 우리 삶의 단계에서 시시때때로 찾아옵니다. 이처럼 우리가 경험하는 상실은 종류도 다르고, 삶에 미치는 영향 역시 가벼운 것부터 매우 심각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상실이든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은 우리의 마음과 몸에 흔적을 남깁니다.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대상을 잃어버렸을 때, 우리는 상실을 슬퍼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