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영화 ‘기생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얼마 전 할리우드에서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지만, 이어서 감독상에 ‘봉준호’가 호명될 때에는 송강호가 봉준호의 뺨을 칠 정도로 모두가 놀랄 일이었다.많은 사람들이 여기까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작품상에서도 'parasite'가 호명되었을 때는 왠지 모를 전율과 벅차오름, 자랑스러움 등 복합적인 감정이 올
[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1월부터 불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감염 확진자가 3만 명을 넘어섰고, 생후 30일 된 신생아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사람들은 분주하게 위생에 철저하게 신경 쓰고 접촉을 피해 외출도 자제하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마스크 사재기로 또 다른 형태의 범죄까지 등장하면서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코로나 바이러스가 몰고 온 사회적 변화는 비단 병원균의 전파만이 아닙니다. 마치 약한 지층을 마그마가 뚫고 나오
[정신의학신문 : 임진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뉴스를 보면 정신질환에 따른 범죄를 자주 접합니다.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에서의 범죄 이야기를 듣습니다. 때론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 잔인한 범죄수법 등에 대한 보도는 많은 사람에게 공포심을 일으킵니다.한편 정신질환, 음주문제 등으로 양형을 받았다는 말을 접하기도 합니다. 심하게는, 일부 범죄자가 정신질환을 가장하여 양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기도 합니다.정신질환과 범죄 그리고 이에 따른 처벌에 대하여 많은 말이 오갑니다. 법적인 분야에 대해 법조인처럼 조예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화병은 한국의 고부갈등과 같은 문화적 맥락에서 출발한다. 화병은 컬처 바운드 신드롬(culture bound syndrome)이라 해서 특정 문화권에서 보이는 병리현상 중 하나다. 예민한 감정 기복, 수면문제, 저하된 기력이 문제가 되어 일반적으로 우울증 증세와 비슷하다. 최근에는 직장에서 화병이 나는 경우가 많아 직장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화병의 근원은 감정조절이 되지 않는 데에 있다. 분노가 가득 차다 보면 객관적인 시각을 잃는다. 별일 아닌 일에도 확대해서
[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김혜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문제는 얼마나 심각한가요?A. 우선 청소년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OECD 국가 자살률이 2018년도 기준 또 1위로 나왔어요. 2011년 이후로 계속 떨어지고는 있는데, 여기 안에서도 10대는 늘고 있어요. 더 어린 아이들은 암 같은 질병이나 다른 원인으로 많이 죽는데, 10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사망 원인 1위이기 때문에 엄청 심각한 문제죠. Q. 무엇이 우리 청소년들을 자살까지 이르게 하는 걸까요?A. 자살이 왜 이렇게 많은지는 아
[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죽고 나면, 제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조금이나마 알아주지 않을까요?”진료실에 앉아 있으며 수없이 들어왔던 이야기이다. 자살을 생각하는 많은 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자살이라도 해버리면 그 사람이 이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하지 않을까요?’ ‘그들이 자기 잘못을 조금이라도 뉘우치지 않을까요?’ 하는 토로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의 아픈 마음속에서도 떠오른 적 있는 토로일지 모르겠다. 얼마 전 한 여자 아이돌의 비보가 전해졌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가정 폭력이란 가족 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정구성원은 배우자와 과거 배우자였던 사람, 직계존비속, 동거하는 친족까지 다양한 대상군을 포함하는데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여성과 남성, 청소년, 아동과 노인 등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모든 종류의 언어적, 신체적, 성적 폭언과 폭행을 포함한다. 가정 폭력은 구성원의 사회적응력을 낮추고, 인권을 위협한다. 가정 폭력에 대한 처벌법이 1998년부터 시행되었으나 여전히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일요일(2019년 10월 27일)에 대한정서인지행동의학회에 오랜만에 참석을 하였습니다. 아침 세션에서 ‘다윈주의와 정신의학’이라는 주제가 있는 것을 보고, 한 달여 전부터 스케줄에 기입을 해두었습니다. 진화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빠질 수가 없었죠. 세션이 끝나고 여러 질문과 답변이 오갔습니다. 한 선생님께서 ‘진화론에서는 동성애와 최근 출생률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보고 있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셨습니다. 연자이신 박한선 선생님께서 답변을 잘 해주셨지만, 추가로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저는 환자들에게 상실에 대한 애도반응을 언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천천히, 그리고 사려 깊게’라고 이야기합니다. 얼마 전 우리는 한 사람의 일을 언론에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녀를 유명인 혹은 연예인으로 지칭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배려라고 여깁니다.제 의견이나 글을 쓰지 않고 조용히 애도하는 것이 그녀와 유가족에 대한 당연한 배려라고 생각했기에 ‘연예인 자살’이니 ‘아이돌 우울증’ 같은 자극적인 주제의 칼럼과 인터뷰는 송구스럽게도 대부분 거절한 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
[정신의학신문 : 나종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설리 씨가 떠난 후의 풍경은 슬프게도 최진실 씨가 세상을 떠난 직후와 유사하다. 악플로 고통받던 유명 스타와, 악플이 그들을 어떻게 괴롭혔는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이야기한다. 최진실 씨가 세상을 떠난 것은 2008년. 11년이 지났다. 악플러들이 달라지지 않은 만큼, 우리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11년 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자연스레 악플에 대한 비판 또한 사그라들어갔다.악플들은 분명 두 사람의 죽음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많은 경우 악플들은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18, 19일 “전환의 시대, 마음과 뇌”라는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했다. 총 40개의 역대 최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이번 학술대회에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의 성 소수자 진료 관련 이슈들”에 관한 심포지엄은 이른 시간에 시작됐음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점 커지는 것에 비해 정신의학계에서는 그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기조를 보여 왔으며, 이는 조현병 등 중증 정신질환자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적
[정신의학신문 : 나종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포털의 인기 검색어 순위에, 최근 활동이 잠잠한 연예인의 이름이 일 순위에 오르면 늘 긴장된 마음으로 이름을 눌러본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해서 화제가 된 경우이지만, 직업의 특성상 늘 자살로 사망한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전 사망한 배우 고(故) 전미선 씨의 경우, 나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었다.우리 사회는 지난 십 년간 얼마나 많은 연예인들을 자살로 잃었나. 고(故) 이은주 씨를 비롯해서, 국민 배우였던 고(故) 최진실 씨, 지금의 고(
[정신의학신문: 부산서면 통통샤인정신과 이상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번 명절에 큰집 갈 생각 하니 답답해져요. 나이도 나랑 몇 살 차이 안 나는 사촌오빠인데, 어이없게 꼰대 짓을 해요. 얼마나 친했다고. 몇 년 전부터 학교는 계속 다닐 거니? 대학 나와봤자 취직하기 어렵다고 다른 거 하라고 자꾸 그래요. 자기가 뭐라고요. 물론 제가 자기보다 좋은 학교를 다니는 것은 아니라서. 처음에는 그냥 씁쓸해도 그냥 웃어넘기려고 했는데. 지금은 졸업하면 뭐할 거냐? 자꾸 심해져요. 눈치가 없는 건지 저한테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뉴스가 반복되고 있다. 그중 자녀 입시와 관련된 내용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졌다. 청년과 주부들의 반감이 급격히 커졌다고 한다. 후보자의 딸은 부모님 따라 외국생활을 통해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어 이를 기반으로 외고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때 ‘학부형 인턴십’을 통해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간 연구에 참여한 후 SCIE급 논문의 1저자가 되었다. 대입 때는 “인턴십 성과로 나의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되었으며”라는 문구가 포함된 자기소개서를 통해 고려대 환경
[정신의학신문 :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지금은 유소아 방송 전성시대광고에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3B라는 법칙이 있습니다. 3B는 Beauty(미인), Beast(동물), Baby(아기)를 의미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적절히 이용하면 성공적인 광고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3B 법칙은 비단 광고뿐만 아니라 방송에도 적용됩니다.최초의 육아 예능 프로그램인 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2000년, 그 당시 이 프로그램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현재 지상파에서는 ,
[정신의학신문 : 건대하늘 정신과 박지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편견은 우리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그것을 사실이라 믿는 한,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고민스럽지도, 복잡하지도 않고 오히려 명쾌하기 때문이다. 인종 또는 민족성에 대한 편견 또한 시각적으로 구별되는 외양 탓인지 우리의 판단 과정을 아주 효율적으로 생략시켜준다. 흑인들은, 원주민들은, 백인들은, 또는 중국인들은…. 등등의 제시어를 받았을 때 우리는 두뇌의 고차원적인 분석 능력을 작동시키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도 곧바로 뒷문장을 완성시켜버린다. 비록 현대의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한 갈등이 점점 심화되면서, 유니클로 같은 일본 기업 제품 불매 운동도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지속된 한일 갈등의 핵심은 일본군 성노예에 대한 보상과 사과에 관한 문제이다. 국내 정신의학 전문의들은 성노예 생존자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논문도 매년 한 편씩 발표하고 있다. 이 논문들 중에서 일본군 성노예 생존자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 정신의학적 연구인 ‘위안부 생존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한 연구(SK Min, J Korean Neuropsychiatr
[정신의학신문 :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 글은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마음건강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과 선생님, 학생과 부모님 모두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학교폭력 문제로 진료실을 찾는 학생과 부모, 교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학교폭력이라는 감당하기 힘든 트라우마 때문에 고통을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의 마음건강을 중심으로 편지 형식의 글을 적어서 언론 매체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마음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인쇄하여 학교폭력
[정신의학신문 : 건대하늘 정신과 박지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1999년 뉴욕의 지하철역에서 한 젊은 여성 언론인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 의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치료를 중단한 지 오래된 조현병 환자가 무방비 상태의 여성을 달려오는 지하철을 향해 밀어버린 것이었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사건이 뉴욕 지하철역에서 벌어져 한 남성이 다리를 잃게 되었다. 연이은 사건에 뉴욕주 전체가 충격과 슬픔에 휩싸였고 그 여성의 유가족과 다리를 잃은 남성은 더 이상의 불행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운동을 전개했다.
[정신의학신문 : 곽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영국 모즐리병원 정신과, MBBS MRCPsych] 근래에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읽어보면 가슴이 아프다. 현재 영국에서 일하는 정신과 의사로서, 현지 환자들로 인한 안타까운 사건들을 여기서도 접하게 되지만, 영국 안에 설립되어 있는 정신건강시스템을 통해 한국보다 이런 류의 사건들이 덜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1983년에 창립된 정신보건법(Mental Health Act)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평가, 치료, 인권을 다루는 법이다. 이 법의 용도는 다양하지만, 특히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