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저는 대인기피증이 있어요."진료실을 찾는 환자분들에게 자주 듣는 표현 중 하나는 바로 '대인기피증'이다. 명확한 의학 용어는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정신질환과 관련하여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대인(對人). 즉 사람을 대하는 것을 기피하는 증상을 통틀어서 막연히 대인기피증이라고들 표현한다.사람을 피하는 이유에는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불안하기 때문에, 너무 우울해서 기력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연재기사 [퀸스갬빗 -1편]에서 이어집니다. 1950년대 캐나다의 뇌과학자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러는 동물 실험을 통해 뇌의 '행복'회로를 찾고자 했다. 그들은 실험용 쥐의 뇌 속 시상하부에 전극을 삽입한 뒤, 쥐들이 버튼을 누를 때마다 전류가 작동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었다. 실험 결과 쥐들은 버튼을 누르는 데에 중독되어 버렸다. 어떤 쥐들은 먹고 마시는 것도 잊고 버튼을 누르다 죽기도 했다. 심지어 버튼을 누르면 발에 전기충격을 주는 고통 장치를 함께 설치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친구, 가족, 직장동료 등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막막하고 우울해지는 경우, 신경이 쓰여 불안해지는 경우 등 결과는 다르지만 인간관계가 시작점이 되곤 합니다. 상대가 악한 마음을 먹고 있다면 대화로 풀려고 해도 어렵겠지만, 같은 목표를 가진 관계에서도 계속 오해가 쌓인다면 이것보다 안타까운 것도 없습니다. 최근에 아내가 수년간 준비한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아이와 일주일 정도 만나지 못하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에게는 엄마의 일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폭언을 듣고 자랐습니다. 다혈질인 성격이라 아빠 기분에 따라 집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예를 들어 "아빠 기분이 안 좋다." 하면 말을 함부로 하기 때문에 동생과 저는 튀는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방을 나가지 않는다던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척을 한다던가 아빠 기분을 맞추려고 애를 썼고 성인이 된 지금도 아버지 눈치를 보면서 살고 있습니다.방에 노크 없이 들어오는 건 당연하고요. 아빠가 기분이 안 좋으면 외출은 당연히 금지. 안 나가는 이유는 나갔다 들
원문 보기 : 효과적으로 부탁하고 응답받는 4가지 기술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여대생입니다. 저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항상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중학생 때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저와 성향이 맞지 않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무시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너무 힘든 나머지 울면서 부모님께 힘들다, 전학을 가고 싶다 등의 이야기를 했는데, 덩치도 큰 게 왜 못 이기냐, 너도 잘못한 것이 있으니 그러는 것 아니겠냐 등의 말이 지금까지도 엄청난 상처로 남았습니다.이후에도 외모적으로나 학
[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불변의 진리로 여겨지는 속담이다. 온갖 생명체는 번식을 통해 종족을 보존한다. 모든 종은 자신과 같은 형태와 성질을 가진 종을 생산한다. 사자는 사자를 낳고 토끼는 토끼를 낳는다. 민들레 씨앗을 심으면 민들레꽃이 피고 장미 씨앗을 심으면 장미꽃이 핀다. 이것이 유전의 법칙이다. 생명공학이 발달하면서 유전자를 변형시켜 종과 종 사이의 이동이 가능해졌다고는 하나 일부 영역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 종족 보존은 같은 종 안에서 이루어진다.“이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이 대리는 요즘 박 대리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동안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흉금을 털어놓고 지내는 사이라 해도 이건 좀 심하다 싶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업무와 관련된 건 그렇다 치고 개인적인 것까지 서슴없이 부탁하는 걸 보면 정말 어이가 없다.“이 대리, 나 내일부터 휴가거든? 나 없는 동안 이 일 좀 대신 처리해줘. 부탁해.”어제는 버럭 화까지 낼 뻔했다. 박 대리가 휴가를 가면서 자기 일을 이 대리한테 떠맡긴 것이다. 대체업무 지정자가 따로 있는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저는 1남 2녀 중 가운데 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차별을 많이 받았다고 느끼며 자랐어요. 어머니는 조용하고 소심한 언니나 동생에 비해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저를 통제하기 힘들어하시며 항상 부산스럽다, 나댄다며 핀잔을 주셨어요. 어머니께 이쁨 받는 유일한 방법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동생이나 언니에 비해 월등히 잘해도 칭찬보단 왜 더 잘할 수 없었냐는 훈계를 더 많이 들었어요. 저는 사춘기를 지나며 사랑받으려는 노력을 멈추고 집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았어요. 유학 후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고 부장은 회사 안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워낙 일을 잘하고 실적이 좋아 입사 동기 중에서 승진이 제일 빠르다. 동기들은 대부분 과장이고 차장이 몇 명 있는데 혼자서 부장이 되었다. 성취욕이 강하고 추진력도 대단하다. 향후 최고위급 임원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회사에서도 비중 있는 일이 생기면 그에게 맡길 정도로 신임이 상당하다.하지만 부하직원들에게 그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다.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고 완벽주의를 추구하다 보니 그의 마음에 들게
[정신의학신문 : 서울 숲 정신과, 염태성 전문의] 사연) 저는 아부를 못하는 성격이에요. 짧은 인생의 경험상 꼭 그런 말로 다가오는 사람들은 뒤통수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어릴 때부터도 사실 나는 물론이고 사람들에게 잘 관심이 없었어요. 그 결과 이런저런 핑계로 사교적이지 않고 사회생활에 서툴러요. 제가 말하면 정적이 흐를 정도로요. 이전 직장은 대부분 수평적 구조라 그런 제 단점이 상대적으로 덜 드러났는데 극보수적인 직종으로 바꾸니까 이런 점들이 여러모로 힘드네요.제가 어릴 때부터 사귄 친구들은 그냥 제가 제 일을 묵묵히 하고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노고립 대리는 쾌활한 성격이다. 회사에서도 대인관계가 워낙 좋다 보니 인기가 많다. 퇴근 후는 물론 주말이나 휴가 때도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고, 이 모임 저 모임에 참석하느라 쉴 틈이 없다. 말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술도 잘 마시는 터라 그가 빠진 모임은 흥이 나질 않는다.그런 노고립 대리가 요즘 들어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종일 집에서 일해야 하니 누굴 만난다거나 모여서 회식을 한다거나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선선한 바
[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중산층이란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세웠을 때 가운데 위치한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75~200%까지의 소득을 가진 계층을 가리킨다. 그 이하는 빈곤층, 그 이상은 상류층이다. 빈곤층이 많은 사회는 갈등이 끊이지 않고, 상류층이 많은 사회는 빈부격차로 사회 통합을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중산층이 많은 사회가 안정적이고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여름휴가마저 비 피해까지 얹어져 집을 나서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초등학생인 저희 아이도 여행은커녕 매 여름방학마다 열리던 집 근처 공공 물놀이장이 열리지 않아서 더 많은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반대로 유니스트 캠퍼스에는 방학이 되자 대학생들이 늘었습니다. 봄학기에는 강의는 온라인에서 하지만, 대학원 연구는 방역에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멈추지 않아 캠퍼스에는 주로 대학원생들만 있었습니다. 캠퍼스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우리 회사는 다음 주부터 긴급요원을 제외하고 전부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어.”“와~ 정말이야? 부럽다 부러워. 그런데 우리 회사는 왜 아무런 말이 없는 거야?”얼마 전 친구로부터 자기 회사가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너무 부러웠다. 콩나물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오랜 시간 출퇴근하지 않아도 되고, 돌이 얼마 남지 않은 딸내미를 종일 볼 수 있으며, 육아에 시달리는 아내의 집안일도 틈틈이 도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그런데 최근 코로나 집단감염이 더욱 늘어나면서 마침내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나홀로 님은 무난하게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꼼꼼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타입이라 일과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없다. 중요한 회의에서 프레젠테이션 할 때도 떨지 않고 늘 당당하며, 자기주장도 분명하다. 상사들 사이에서 일 잘하는 직원으로 평가가 좋은 편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남다른 고충이 하나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힘든 것이다. 어느 직원과도 진솔하게 사적인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다. 그가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상대도 없을뿐더러 그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직원도 없다
[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학창 시절 저희 어머니는 다소 강압적이고 간섭이 많은 어머니였습니다. 저는 그 부분이 힘들 때가 많았고 성인이 되면서 어머니와 거리를 두고, 제가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는 게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올인하던 자식이 자신을 멀리한다고 느껴지는 것과 자신의 권위가 흐려진다고 느껴지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하신 적이 있었습니다.제가 취업을 아직 못했고 경력을 쌓기 위한 활동만 계속하는 중입니다. 즉 어머니가 마음을 놓진 못하고 저는 계속 바쁘고 힘들어하는 상황인데
[정신의학신문 : 여의도 힐 정신과, 황인환 전문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 전반부입니다. 한국인이 가장 애송하는 시 중 하나죠. 1952년에 발표되었다가 이듬해 출간된 시집 『꽃의 소묘』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시가 쓰이고 발표된 시기가 참혹한 전쟁 기간 중이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는 부분에 생각을 집중해보았습니다. 이름을 ‘잘’ 불러주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