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불변의 진리로 여겨지는 속담이다. 온갖 생명체는 번식을 통해 종족을 보존한다. 모든 종은 자신과 같은 형태와 성질을 가진 종을 생산한다. 사자는 사자를 낳고 토끼는 토끼를 낳는다. 민들레 씨앗을 심으면 민들레꽃이 피고 장미 씨앗을 심으면 장미꽃이 핀다. 이것이 유전의 법칙이다. 생명공학이 발달하면서 유전자를 변형시켜 종과 종 사이의 이동이 가능해졌다고는 하나 일부 영역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 종족 보존은 같은 종 안에서 이루어진다.“이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이 대리는 요즘 박 대리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동안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흉금을 털어놓고 지내는 사이라 해도 이건 좀 심하다 싶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업무와 관련된 건 그렇다 치고 개인적인 것까지 서슴없이 부탁하는 걸 보면 정말 어이가 없다.“이 대리, 나 내일부터 휴가거든? 나 없는 동안 이 일 좀 대신 처리해줘. 부탁해.”어제는 버럭 화까지 낼 뻔했다. 박 대리가 휴가를 가면서 자기 일을 이 대리한테 떠맡긴 것이다. 대체업무 지정자가 따로 있는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저는 1남 2녀 중 가운데 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차별을 많이 받았다고 느끼며 자랐어요. 어머니는 조용하고 소심한 언니나 동생에 비해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저를 통제하기 힘들어하시며 항상 부산스럽다, 나댄다며 핀잔을 주셨어요. 어머니께 이쁨 받는 유일한 방법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동생이나 언니에 비해 월등히 잘해도 칭찬보단 왜 더 잘할 수 없었냐는 훈계를 더 많이 들었어요. 저는 사춘기를 지나며 사랑받으려는 노력을 멈추고 집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았어요. 유학 후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고 부장은 회사 안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워낙 일을 잘하고 실적이 좋아 입사 동기 중에서 승진이 제일 빠르다. 동기들은 대부분 과장이고 차장이 몇 명 있는데 혼자서 부장이 되었다. 성취욕이 강하고 추진력도 대단하다. 향후 최고위급 임원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회사에서도 비중 있는 일이 생기면 그에게 맡길 정도로 신임이 상당하다.하지만 부하직원들에게 그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다.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고 완벽주의를 추구하다 보니 그의 마음에 들게
[정신의학신문 : 서울 숲 정신과, 염태성 전문의] 사연) 저는 아부를 못하는 성격이에요. 짧은 인생의 경험상 꼭 그런 말로 다가오는 사람들은 뒤통수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어릴 때부터도 사실 나는 물론이고 사람들에게 잘 관심이 없었어요. 그 결과 이런저런 핑계로 사교적이지 않고 사회생활에 서툴러요. 제가 말하면 정적이 흐를 정도로요. 이전 직장은 대부분 수평적 구조라 그런 제 단점이 상대적으로 덜 드러났는데 극보수적인 직종으로 바꾸니까 이런 점들이 여러모로 힘드네요.제가 어릴 때부터 사귄 친구들은 그냥 제가 제 일을 묵묵히 하고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노고립 대리는 쾌활한 성격이다. 회사에서도 대인관계가 워낙 좋다 보니 인기가 많다. 퇴근 후는 물론 주말이나 휴가 때도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고, 이 모임 저 모임에 참석하느라 쉴 틈이 없다. 말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술도 잘 마시는 터라 그가 빠진 모임은 흥이 나질 않는다.그런 노고립 대리가 요즘 들어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종일 집에서 일해야 하니 누굴 만난다거나 모여서 회식을 한다거나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선선한 바
[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중산층이란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세웠을 때 가운데 위치한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75~200%까지의 소득을 가진 계층을 가리킨다. 그 이하는 빈곤층, 그 이상은 상류층이다. 빈곤층이 많은 사회는 갈등이 끊이지 않고, 상류층이 많은 사회는 빈부격차로 사회 통합을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중산층이 많은 사회가 안정적이고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여름휴가마저 비 피해까지 얹어져 집을 나서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초등학생인 저희 아이도 여행은커녕 매 여름방학마다 열리던 집 근처 공공 물놀이장이 열리지 않아서 더 많은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반대로 유니스트 캠퍼스에는 방학이 되자 대학생들이 늘었습니다. 봄학기에는 강의는 온라인에서 하지만, 대학원 연구는 방역에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멈추지 않아 캠퍼스에는 주로 대학원생들만 있었습니다. 캠퍼스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우리 회사는 다음 주부터 긴급요원을 제외하고 전부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어.”“와~ 정말이야? 부럽다 부러워. 그런데 우리 회사는 왜 아무런 말이 없는 거야?”얼마 전 친구로부터 자기 회사가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너무 부러웠다. 콩나물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오랜 시간 출퇴근하지 않아도 되고, 돌이 얼마 남지 않은 딸내미를 종일 볼 수 있으며, 육아에 시달리는 아내의 집안일도 틈틈이 도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그런데 최근 코로나 집단감염이 더욱 늘어나면서 마침내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나홀로 님은 무난하게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꼼꼼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타입이라 일과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없다. 중요한 회의에서 프레젠테이션 할 때도 떨지 않고 늘 당당하며, 자기주장도 분명하다. 상사들 사이에서 일 잘하는 직원으로 평가가 좋은 편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남다른 고충이 하나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힘든 것이다. 어느 직원과도 진솔하게 사적인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다. 그가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상대도 없을뿐더러 그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직원도 없다
[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학창 시절 저희 어머니는 다소 강압적이고 간섭이 많은 어머니였습니다. 저는 그 부분이 힘들 때가 많았고 성인이 되면서 어머니와 거리를 두고, 제가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는 게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올인하던 자식이 자신을 멀리한다고 느껴지는 것과 자신의 권위가 흐려진다고 느껴지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하신 적이 있었습니다.제가 취업을 아직 못했고 경력을 쌓기 위한 활동만 계속하는 중입니다. 즉 어머니가 마음을 놓진 못하고 저는 계속 바쁘고 힘들어하는 상황인데
[정신의학신문 : 여의도 힐 정신과, 황인환 전문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 전반부입니다. 한국인이 가장 애송하는 시 중 하나죠. 1952년에 발표되었다가 이듬해 출간된 시집 『꽃의 소묘』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시가 쓰이고 발표된 시기가 참혹한 전쟁 기간 중이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는 부분에 생각을 집중해보았습니다. 이름을 ‘잘’ 불러주어야겠죠
[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저는 수년 정도 직장생활 경력에 현재는 한 기업에서 팀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시작은 직장생활이지만 우울증 증세가 심해지면서 전반적인 인간관계와 가족관계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주로 증세는 편안할 때는 이상 없다가 문제가 발생하거나 혹은 기억력이 점점 안 좋아져 블랙아웃이 오거나 다시 문제가 발생하면 당황하며 혼나고 우울하고 화나고 남 탓하고 이 사이클이 계속 반복입니다. 억울하고 분하고 그런 감정들이 심해지면서 그런 상황에 닥치면 대처하기보다는 눈물부터 나고 외롭고 감정이 닫
[정신의학신문 : 구로 연세 봄 정신과, 박종석 전문의] 요새 직장인들은 바쁘다. 직장업무와 자기계발, 운동, 퇴근 후 힐링에 SNS 활동까지 잘 해내야만 슬기로운 직장인, 인싸 소리를 듣는다. 이렇게 여러 가지 과업을 한꺼번에 잘 해내지 못하면 왠지 남들에게 뒤처지는 것 같고, 혹시 내가 성인 ADHD 가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한다.그러면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수행하면서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멀티 태스킹 능력은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그리고 이 능력이 부족하면 과연 나는 문제가 있는 것일까? 보통 우리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염태성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네이버 포스트를 통해서 우연히 들어오게 되었습니다.한 친구와의 문제로 거리를 두고 있는데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혹시나 알게 된다면 참고가 될 것 같아서 알려 드리는데요. 저는 성인 ADHD와 범불안장애 진단 후 치료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고민을 여기 털어놓는 이유는 아직 병원에 가려면 한참 멀었는데 너무 힘들어서요.친구는 불안장애라고 했는데 유형은 모르겠어요. 아 그리고 둘 다 대학생이에요. 그리고 평소에는 같이 있으면 엄청 유쾌하
[정신의학신문 : 논현동 마인드랩 공간 정신과, 이광민 전문의, 의학박사]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는 투명합니다. 때로는 직설적이고 날카롭게 이야기할 때도 있지만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죠. 이는 아이들의 생각에 비교적 선입견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체면을 차리거나 예의상 해야 하는 말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체면치레나 선입견이 없는 어린아이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더라도 금세 친해지고 사소한 일로 다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같이 지냅니다. 그런 아이들도 자라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기고 사회적인 정보가 쌓여감에 따라
[정신의학신문 : 시청역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진료 예약이 되어 있는데도 매번 20~30분가량 일찍 와서 기다리던 환자가 있었다. 그렇게 빨리 와서 한참을 기다려 놓고는 진료실에 들어오면 오히려 상담 시간 내내 죄송하다는 말을 계속했다. 이런 것까지 여쭤봐서 죄송해요, 말이 너무 장황해서 죄송해요, 시간이 자꾸 길어져서 죄송해요, 이런 식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남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선생님, 날씨도 추운데, 종일 환자들 진료하느라 정말 힘드시죠?”몹시 춥던 어느 날, 그분은 진료실로 들어서면서 이렇게 따뜻한
[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일찍 좀 들어와라. 허구한 날 늦게 들어오면 되겠니?”“아이, 또 잔소리. 그만 좀 해.”엄마의 말을 딸아이는 잔소리로 받아들인다. 딸이 방문을 쾅 닫고 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면 엄마와 딸의 대화는 중단된다. 엄마는 딸과 대화를 하고 싶어 말을 건넸던 것이고, 말의 뜻인즉 너를 그만큼 사랑한다는 거였다. “아버지, 잡수시고 싶은 것 말씀하시면 사 갈게요.”“올 것 없다. 길도 많이 막힐 텐데, 명절 때나 오려면 오든가…….”아들은 아버지가 오지 말라
[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성인이 되어서도 힘이 드네요.. 어린 시절 부모님 불화로 가정은 항상 시끄럽고 불안했어요.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왕따를 겪기도 했었고요. 학창 시절 오빠는 조금만 화가 나면 아버지처럼 폭력을 해서 저는 부모님께서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집에 들어가야 했습니다.아버지는 거의 결혼 생활 내내 외도를 하셨고, 내연녀의 남편이 엄마를 찾아온 적도 있었습니다. 항상 의심하는 어머니와 그 의심에 항상 가정폭력을 하는 아버지. 아버지는 조울증으
[정신의학신문 : 심리툰 작가 팔호광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바야흐로 음식의 시대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쉐프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유행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TV에서도, 유튜브에서도, SNS를 봐도 어디서든 먹는 영상과 음식 사진들이 넘쳐납니다. 맛집을 전문으로 소개하는 블로거는 물론이고 맛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알려진 맛집 앞에는 언제나 긴 줄이 늘어섭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음식을 먹기 전, 그것을 기념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습니다. 휴대폰이 대중화되고 나서 생긴 현상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