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재형씨는 며칠 전부터 마음이 너무 불편합니다.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팀장님이 스치듯 했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거든요. “재형씨는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타입이야.” 하는 농담조의 말이었지만, 그간 팀장님이 자신에게 보인 태도를 보면 정말 자신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만 같았습니다.그 뒤로는 매번 팀장님께 보고서를 올릴 때마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주눅이 들고 또 식은땀이 나곤 했어요. 가끔 하는 잔소리, 혹은 조언들도 가시처럼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잠시 눈만 마주쳐도 가슴이 덜컹
1. 상처투성이였던 그 시절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4) 독이 되는 관계가 우리에게 미친 영향들정신의학신문|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선동. 타인을 부추김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일이나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행위입니다. 선전을 뜻하는 ‘propaganda’의 동사형인 ‘propagate‘는 원래 종교를 전도하다는 뜻에서 나왔습니다만 근현대에 와서는 점차 오염된 이념과 사상을 전도시키는 것으로 변질되어 갔습니다.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칼럼니스트 최성환 선생님은 말합니다. ‘좋은 선동은 불가능하다. 다른 걸 비하하거나 깎아내리지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친구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편인가요? 언젠가부터 친구가 나에게 고민을 말하지 않거나, 대화를 멈추었다면 어디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A라는 친구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친구 A는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속상해하며,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얘기하려고 할수록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엄마가 너를 싫어해서 그런 건 아닐 거야. 나도 엄마랑 이야기하면 꼭 싸우게 되더라. 예전에 너랑 비슷한 상황인 적이 있었는데, 엄마한테 먼저 사과했었어."친구의 이야기에 공감해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야!”A는 요즘 엄마와 대화할 때면 이 말을 수차례 속으로 삼킵니다. A의 엄마는 최근 직장 동료들과의 큰 다툼 뒤 일을 그만뒀습니다. 처음에는 금방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공백기가 길어지자 점점 불안해했습니다. 이제 A의 엄마는 퇴사를 후회합니다. 유일한 낙은 A에게 자신이 얼마나 우울한지 토로하며 이전 동료들의 뒷담화를 하는 것입니다. 엄마의 기분이 좋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던 A는 어느샌가 구직활동도 그만두고 불평불만만 하는 엄마가 부
1. 상처투성이였던 그 시절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3) 절대적으로 나쁜 관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2)정신의학신문|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 사람에게 독이 되는 영향을 미치는 관계. 한 사람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그 사람의 정신을 병들게 만들고, 다른 사람의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관계. 나의 불행의 원인이 되는 이 독성관계를 알아차리고 여기서 떠나거나, 이 관계의 영향력을 벗어나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제가 이 강의를 개설한 목적입니다.이러한 관계는 다음 두 가지 특징 때문에 알아차리기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직장동료가 상사에게 꾸지람을 들은 것 같은 상황이라면, 위로를 건네야 할까? 모르는 척 해야 할까? 긴 시간을 함께해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편하게 대할 정도로 친밀감이 크게 형성되어 있다면 고민 없이 위로의 커피를 건넬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충분한 신뢰가 구축되지 못한 직장동료라면 꽤 고민해야 할 것이다.'괜히 아는 척했다가 민망해하지 않을까?''상대는 기분이 상하거나 힘들지 않은데 내가 지레짐작하는 걸까?''위로나 아는 척을 안 하면 내가 매정한 동료로 느껴지려나?'수많은 걱정을
최근 엄마들에게 화제인 드라마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린마더스클럽입니다. 이 드라마는 초등커뮤니티를 둘러싼 엄마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학부모들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이요원(이은표 역)은 가방끈이 긴 엘리트이지만, 불의의 사건에 휘말리면서교수직에서 밀려납니다. 한편 교육열이 높은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자녀 사교육 커뮤니티에서는 도통 자녀 교육에는 관심 없어 보이는 신입맘 취급을 받게 되지요.그리고 자녀와 같은 반 친구의 엄마이자, 동네에서 최고의 핵인싸 타이거맘인 추자연(변춘희 역)과의 첫
1. 상처투성이였던 그 시절의 나에게 우리는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2)정신의학신문|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자신이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 믿었던 청년이 앞으로 자신을 바꾸려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관계를 내면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잘못해도 주먹이 날아오는 대신 타이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말해주는 따뜻한 관계. 혹은 굳이 그런 이상적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들이 늘 당연하듯이 겪어왔던 보통의 관계만 유지해도 나쁜 관계로 인해 망가졌던 마음은 조금씩 변하기
1. 상처투성이였던 그 시절의 나에게우리는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1)정신의학신문|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기 두 명의 청년이 있습니다. 첫번째 청년은 화목한 집에서 관대한 부모님께 사랑받으며 자랐죠. 이 청년의 부모님은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너는 소중한 사람이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청년이 뭔가 잘못한 일이 있었을 때도 꾸중을 할지언정 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을만한 존재라는 점을 계속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었죠. 반면에, 다른 두번째 청년은 불우한 집에서 자랐습니다.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는 자신의 인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다양한 괴롭힘 관련 폭로 소식이 들려옵니다. 운동선수에서 연예인으로 번진 학교폭력이나 간호사의 직장 내 괴롭힘 뉴스가 대표적입니다. 영국 왕실에서 태어날 아기의 피부색을 언급하며 차별을 받았다는 인터뷰를 수천만 명이 시청했습니다. 코로나 영웅으로 인기 높던 미국의 주지사가 연이은 성희롱 폭로로 수사 대상이 됩니다. 위 사건들처럼 서로 아는 사이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상황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한 번의 만남에서도 큰 상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제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정정엽 전문의] 겨울 스포츠의 꽃인 배구계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쌍둥이 배구 선수로 유명한 이재영과 이다영 자매가 학창 시절 배구부 동료 선수들에게 잔인한 폭력을 오랫동안 행사했다는 내용의 폭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 행해졌던 학교 폭력에 대한 폭로는 남자 배구를 거쳐 스포츠계 다른 종목으로 이어지면서 연예계로 퍼져나갔고, 이제는 사회 일반으로까지 일파만파 확산 중인 추세다. 얼마 전 자신이 당한 성범죄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일어났던 것처럼 자신이 예전에 겪은 학교 폭력 사실을 폭로
[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저는 대인기피증이 있어요."진료실을 찾는 환자분들에게 자주 듣는 표현 중 하나는 바로 '대인기피증'이다. 명확한 의학 용어는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정신질환과 관련하여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대인(對人). 즉 사람을 대하는 것을 기피하는 증상을 통틀어서 막연히 대인기피증이라고들 표현한다.사람을 피하는 이유에는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불안하기 때문에, 너무 우울해서 기력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연재기사 [퀸스갬빗 -1편]에서 이어집니다. 1950년대 캐나다의 뇌과학자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러는 동물 실험을 통해 뇌의 '행복'회로를 찾고자 했다. 그들은 실험용 쥐의 뇌 속 시상하부에 전극을 삽입한 뒤, 쥐들이 버튼을 누를 때마다 전류가 작동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었다. 실험 결과 쥐들은 버튼을 누르는 데에 중독되어 버렸다. 어떤 쥐들은 먹고 마시는 것도 잊고 버튼을 누르다 죽기도 했다. 심지어 버튼을 누르면 발에 전기충격을 주는 고통 장치를 함께 설치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친구, 가족, 직장동료 등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막막하고 우울해지는 경우, 신경이 쓰여 불안해지는 경우 등 결과는 다르지만 인간관계가 시작점이 되곤 합니다. 상대가 악한 마음을 먹고 있다면 대화로 풀려고 해도 어렵겠지만, 같은 목표를 가진 관계에서도 계속 오해가 쌓인다면 이것보다 안타까운 것도 없습니다. 최근에 아내가 수년간 준비한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아이와 일주일 정도 만나지 못하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에게는 엄마의 일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폭언을 듣고 자랐습니다. 다혈질인 성격이라 아빠 기분에 따라 집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예를 들어 "아빠 기분이 안 좋다." 하면 말을 함부로 하기 때문에 동생과 저는 튀는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방을 나가지 않는다던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척을 한다던가 아빠 기분을 맞추려고 애를 썼고 성인이 된 지금도 아버지 눈치를 보면서 살고 있습니다.방에 노크 없이 들어오는 건 당연하고요. 아빠가 기분이 안 좋으면 외출은 당연히 금지. 안 나가는 이유는 나갔다 들
원문 보기 : 효과적으로 부탁하고 응답받는 4가지 기술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여대생입니다. 저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항상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중학생 때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저와 성향이 맞지 않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무시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너무 힘든 나머지 울면서 부모님께 힘들다, 전학을 가고 싶다 등의 이야기를 했는데, 덩치도 큰 게 왜 못 이기냐, 너도 잘못한 것이 있으니 그러는 것 아니겠냐 등의 말이 지금까지도 엄청난 상처로 남았습니다.이후에도 외모적으로나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