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노잼 시기’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SNS를 비롯한 온라인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으로, 무엇을 해도 재미나 만족이 없고 인생이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시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노잼 시기’라는 단어로 검색해 보면 다양한 이유로 인생의 재미를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연, 그리고 이런 노잼 시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관한 글들이 넘쳐납니다. 이렇게 ‘노잼 시기’라는 말이 생겨나고 유행처럼 쓰이는 이면에는 인생의 즐거움이나 목적,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반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기, 두 명의 여성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사이입니다. 유독 자기 주관이 뚜렷했던 A는 원하는 전공의 대학에 진학한 뒤 짧게나마 유학을 다녀왔고, 결국 꿈꿨던 분야에 취업해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오랜 연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반면, B는 그런 A를 늘 부러워했습니다. 부모님의 뜻대로 취업이 잘되는 학과에 진학했던 B는 평범한 대학 시절을 보내고, 평탄하게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할 때쯤 당시 교제 중이던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새해를 어떻게 맞이하셨나요? 보신각 타종행사에 참여하신 분도 있을 테고, 일출 명소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거나 사랑하는 사람, 가족들과 함께 집이나 추억의 장소에서 새해를 맞으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새해가 되는 것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저 어제와 같은 하루, 연속적인 시간 속에 살아간다고 느끼면서 말입니다. 이렇게 각자 새해를 맞는 법이나 마음가짐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에게 새해가 새로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복수’. 지금 이 단어를 듣는 순간,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평화주의자인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분도, 한때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던 테마였다고 회고하는 분도, 아직 현재 진행형으로 여전히 날카로운 복수의 칼날을 갈고 계신 분도 있으실 겁니다. 한평생 끓어오르는 분노나 이글이글 타오르는 복수심으로 가득 차서 오로지 복수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분들은 별로 없으시리라 짐작됩니다. 그러나 누구든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는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30대 여자입니다. 작년에 보디프로필을 찍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52kg에서 42kg으로 감량했습니다. 성공적으로 보디프로필을 찍었지만 그 후 다시 요요가 왔고 18kg가 쪘습니다. 살을 뺐을 때는 사람들이 모두 다 저에게 대단하다며 멋있다고 해 주었는데 급격하게 다시 체중이 늘자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졌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외출도 하지 않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무기력증이 찾아왔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면 나아지리라는 것을 알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제가 아직 아이였을 때, 지팡이를 짚은 꼬부랑 할머니와 흰 수염이 지긋하게 난 할아버지를 보면서 노인이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상념에 잠겼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어른조차 되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노인의 삶이란,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 하늘 위의 뜬구름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어찌됐든 간에 허리가 고사리처럼 구부정해서 거동이 쉽지 않을뿐더러 무슨 말을 해도 한 번에 알아듣기가 힘들었던 할머니를 곁에서 지켜보며 나이가 든다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고 서글픈 일이 아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교육 전문기업 ‘휴넷’은 지난 3월, 직장인 942명을 상대로 자존감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자신의 자존감에 점수를 매겨 보는 것이었죠. 그 결과, 평균은 5.7점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번아웃(심신 소진)’이나 슬럼프를 겪어 봤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90%에 육박했습니다.자존감(Self-esteem)은 단어 그대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고, 자신의 능력을 신뢰하며, 노력에 따라 삶에서 성취를 이뤄 낼 수 있
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 사람 성격 진짜 좋더라.”처음 만난 사람을 평가할 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입니다. 상대의 매너나 대화하는 방식, 표정, 리액션 등 많은 요소가 그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되지요. 그런데 그 ‘좋은 성격’이란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마냥 친절한 사람? 혹은 유머 감각이 좋은 사람? 이처럼 좋은 성격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때가 많습니다.성격의 구조적 특성을 나타내는 이론 가운데 ‘빅파이브 모델(Big-Five Model)’이 있습니다. 50년 이상 요인분석을 통한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느 날 도로 한복판에서 한 남자가 차를 세운다. 그는 갑자기 눈이 멀어버렸다. 그는 병원을 찾아가지만, 원인을 찾지 못한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앞이 보이지 않는 정체불명의 이상 현상은 이후 전염병처럼 모든 사람에게 급속하게 번져 간다. 눈먼 자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정부는 그들을 병원에 격리해 수용하고, 이 병의 최초 발견자인 의사와 그의 부인도 그 수용자에 포함된다. 남편을 지키기 위해 눈먼 자처럼 행동하는 의사 부인은 유일하게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이다. 눈먼 자들이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은 여러분과 닮은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있으신가요?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제가 아는 사람이랑 닮으셨어요.”라는 말을 들어 봤거나 반대로 그런 말을 해본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심지어 어떨 때는 인종이나 국경을 뛰어넘어 닮은꼴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닮은꼴 혹은 똑같이 생긴 사람을 의미하는 ‘도플갱어’라는 표현도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도플갱어와 관련된 속설로 “닮은 사람 세 명을 만나면 죽는다.”라는 말도 있지요. 여러분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배우자의 불륜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지친 표정, 혹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선 분들은 저마다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곤 합니다. 배우자에 대한 배신감, 상처, 분노 등. 그 일을 잊을 수 없고, 배우자를 용서할 수 없다며 괴로워하시죠. 이로 인해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겪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무 일이 없었던 듯 배우자를 용서한 뒤 가정을 유지하는 것은 신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은 ‘용서의 미덕’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성경에
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상이 무료하고 마음이 허할 때, 당신을 무엇을 찾으시나요? 좋아하는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운동, 공연이나 영화 같은 문화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날리고 새로운 활력을 얻기도 합니다. 이렇듯 사람마다 스트레스 상황이나 반복적인 일상에서 탈출구를 찾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방법 중 사람들이 쉽게 선택하는 것이 바로 ‘쇼핑’입니다. 2009년 출간된 소설 『쇼퍼홀릭(원제: Confessions Of A Shopaholic)』에서는 쇼핑중독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실현 역사다.” - 카를 구스타프 융 스타를 꿈꾸는 한 여자가 있다. 캐나다의 스윙 댄스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여자는 배우로서의 화려한 삶을 꿈꾸며 할리우드에 도착한다. 영화 오디션장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영화감독과 또 다른 여자와도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체할 수 없는 배신감과 치욕감에 휩싸인 여자는 청부업자를 시켜 사랑하는 여자를 죽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괴로워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돌이킬 수 없는 길을 떠난다. 이 지독하게 섬뜩한 애증(愛憎)의 굴레. 여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모르는 길을 찾아가며 헤맸던 경험, 모두 한 번쯤은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지도 어플리케이션이나 네비게이션으로 실시간 안내받을 수 있는 요즘은 조금 덜할지 모르겠지만 그 옛날 종이 지도 한 장 들고 생전 처음 가는 길을 찾아가야 했던 시대에는 그 불편함과 막연함이 얼마나 컸을가 싶습니다. 이 길인가 싶어서 가 보면 막다른 골목이고, 저 길인가 싶어서 가보면 엉뚱한 곳이 나올 때 참 당황스럽고 땀이 삐질삐질 나곤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초행길도 쉽게 찾고 한번 간 길은 잘 잊어버리지 않는
불안함이 스며들면 온 세상이 휘엉청 기울어 온다. 온 장기가 바드르르 떨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내가 두 발을 제대로 왔다갔다 하며 걷고 있나 실감하려고 하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실현해 있는 어떤 것을 보며, 들으며, 걷고 말하고 먹고 그리고 쉰다. 나에게 불안은 아주 많은 정보치를 요구하는 감정이었다. 불안할 때마다 뇌는 많은 정보를 요구했는데, 그때마다 여기저기 사이트, 외국 갤러리 사이트(초고화질의 작품사진을 무료로 볼 수 있다.)들을 둘러보곤 했다. 실물의 어떤 것을 무형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특히 식물을 담은 그림은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통신과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모든 것이 밀접하게 연결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초연결 사회란, 사람과 사물, 공간 등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 공유, 활용할 수 있는 사회를 일컫습니다. 얼마 전 일어났던 한 메신저 서비스의 장애로 야기된 전국민적인 혼란과 불편은 우리가 이런 초연결 사회 속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습니다. 메시지 전송 및 수신 불가로 인한 약속
어릴 때부터 피서를 가지 않았다. 여름이면 늘 도심 한가운데 집에 박혀 더위를 조금이라도 덜어 보겠다고 노력했다. 그 덕에 수박은 내 소울메이트였으며, 이쯤 나오는 말랑한 복숭아는 복날이면 먹는 귀한 과일이었다. 그런 나에게는 피서라는 게 무언가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움직이라는 생각을 했다. ‘더운데 왜 바깥을 돌아다니지?’ ‘가만히 집에 있는 게 가장 시원한 것 아닌가?’ 라고 말이다.그때는 여름에 집에 있는 게 너무나 당연해, 내가 너무도 영리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조금만 지나면 가을바람이 불 텐데, 여행은 그때 가야 사람도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목자들이 들판으로 양을 치러 나갈 때는 점심때 먹을 음식들을 챙겨 갑니다. 그런데 아무 데나 놓아두거나 잘못 보관하면 어떤 짐승이 몰래 훔쳐 갈지 모릅니다. 그래서 목자마다 자신이 즐겨 이용하는 은신처가 있게 마련입니다. 나무 안에 눈에 잘 띄지 않는 큰 구멍이 나 있다면 음식을 숨겨두기에 안성맞춤이겠죠. 어느 날 목자들이 양 떼를 몰고 들판으로 나가면서 커다란 참나무에 난 구멍 안에 빵과 고기를 숨겨두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말이죠. 하지만 여우 한 마리가 몰래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봤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은 어떤 노래, 어떤 냄새, 어떤 장소와 조우했을 때 특별히 떠오르는 기억이 있으신가요? 누구나 특정한 장소나 사물에 노출되거나 감각이 자극받을 때 유독 기억나는 과거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그 기억은 그때 느꼈던 감정까지 함께 소환하곤 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유독 어떤 기억은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뭘까요?우리가 경험으로부터 기억으로 저장하거나 배우는 것들을 ‘일화기억(episodic memory)’ 또는 ‘사건기억’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대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살면서 우리는 많은 확률 게임을 합니다. 1등 당첨을 통한 인생 역전과 대박을 꿈꾸며 복권을 사기도 하고, 명절에 가족들이 둘러앉아 윷놀이 하며 가벼운 내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매일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며 살아갑니다. 우리가 하루에 하는 선택이 평균 150회에 달한다고 하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선택을 하며 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확률 게임에서는 성공과 실패가 중요합니다. 복권에 당첨되거나 꽝이 나오거나, 청약에 당첨되거나 떨어지거나, 내기에 이기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