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명 인물들 중에는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Syndrome)’이라 여겨지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진단을 받았다기보다는 생전의 생활특성이나 일화를 종합해 봤을 때 아스퍼거가 유추되는 겁니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생전에 ‘괴짜’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대학에서 강의를 마치고 귀가하다가도 연구실로 다시 돌아와 ‘출구를 잃어버렸다’라고 말한 일화나, 이발비가 아까워 스스로 머리를 자른 것이 그의 상징적인 부스스한 머리를 만든 배경이라는 이야기는
[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30세 여성 A는 독특한 성격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타로점을 보거나 손금을 보는 일 등을 하면서 생활한다. 그녀는 큰 별이 그려진 셔츠를 항상 입고 다니고 별모양의 커다란 목걸이를 하고 있다.그녀는 외계 생물체와 텔레파시와 같은 기묘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실제로 외계 생물들이 인간 몰래 같이 살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모임을 갖는다. 이런 모임 말고 외출은 거의 하지 않는데 집 밖에서는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A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지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환자에게 이보다 더 극심한 공포와 불안감을 일으키는 것은 없었다. 그는 자신이 기질적 심장병으로 죽고 말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공포로 몸서리쳤다. 환자의 그러한 생각은 떨쳐버리기 몹시 힘들었는데 왜냐하면 환자의 증상을 불러일으킨 신경증적 상태로 인한 우울과 절망감이 그의 상상을 더욱 부채질했기 때문이다.”1832년에 저술한 심장학 교과서에는 신경성 심계항진을 보이는 환자에 대한 묘사가 실려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최초의 공황발작에 대한 기록은 영국의 심장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480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제이플라, 초통령으로 불리는 헤이지니, 도티, 게임 유튜버 일인자 대도서관 등. 이들의 연수입은 10억을 넘는다고 합니다.1인 창작자로 시작한 이들은 1인 기업이 되었고, 영앤리치, 대중의 찬사와 관심이 뒤를 이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30대까지 학생들과 청년, 취준생의 롤모델, 장래희망 1위 직종이 되었지요. 플랫폼을 타고 도래한 1인 미디어의 시대는 어떠한 장벽이나 유리천장도 없이 자유롭게 전 세계에 퍼졌습니다.오직 자신의 아이디어와 콘텐츠만으로 성공할
[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언제부터인가 ‘인싸’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인싸 아이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마케팅을 하는 일도 흔해졌습니다. 이런 물건쯤 하나 갖고 있지 않으면 또래들과 어울리기 어렵다는 심리를 타고 이런 수식어도 익숙해져 갑니다. 실상 사람들은 무리에 끼어 있지 않으면 불안을 느낍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주류에서 벗어나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 있을 수 있고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되어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는 성숙된 문화
[정신의학신문 : 박지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얼마 전 한 유튜버가 ‘투렛증후군’을 고백한 영상을 올린 것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커져 논란이 됐습니다. 논란을 제기한 누리꾼은 투렛증후군이 어린 시절의 증상경험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 이상하다는 의혹을 표했습니다. 투렛 증후군이라고 하면 생소할지 모르나, 어린 시절에 얼굴을 씰룩거리는 친구들을 본 경험이 있다면 ‘틱 장애’라는 가졌다는 말은 익숙할 수 있습니다. 틱이란 스스로 조절하기 힘든 갑작스럽고 단순하며 반복적인 동작(운동틱)이나 소리를 내는 현상(음성틱)을 뜻합니다. 1,5
[정신의학신문 : 염태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들은 일상에서 친숙하고 익숙한 사람을 더욱 선호합니다. 이를 '단순노출효과'라 부르는데, 미국의 피츠버그 대학교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는 학생들이 자주 보는 사람에 따라 어떻게 친밀함을 다르게 느끼는지 실험했습니다. 여학생 여러 명을 수업에 들어가는 횟수를 0~15회로 차등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노출시켰습니다. 단, 수업에 들어간 횟수 이외의 요인은 차단하기 위해 수업 중 다른 학생과는 아무런 얘기도 나누지 말고, 수업 끝난 후에는 바로 나오는 방식을 취했습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14년 한강에서 이색적인 대회가 열립니다. 바로 ‘멍 때리기’ 대회입니다. ‘망각은 신이 준 선물이다’라는 말처럼 뇌를 쉬게 하는 일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이 대회는 현대인들에게 멍 때리기 대회가 열린다는 것은 ‘과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시간낭비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잊어버리는 행위를 온몸으로 보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대회에서는 가장 평온한 모습을 한 참여자 중에 가장 안정적인 심박 그래프를 보이는 사람이 우
[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전진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강박증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나요?A. 지난번 강박증은 세로토닌과 관련되어 뇌에서 나타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를 사용을 하거든요. 이 약을 SSRI이라고 합니다.‘강박증인데 심리상담 같은 걸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생각하시는데, 약을 쓰면 신기하게도 강박행동이나 강박사고가 줄어들게 되거든요. 그다음에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와 함께 향정신병 약물을 같이 사용을 해서 치료를 하게 됩니다. Q. 그런데 경험에
3화 아팠지만 나는 몰랐다 - 2 나는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집을 좋아하고, 밖에 나갈 일이 생기면 해야 할 일 들을 빨리 처리하는 마음으로 해치우곤 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흔히들 ‘집순이’라고 부르길래 내가 그런 사람인가 보다 했다. 아무도 있지 않은 집에 홀로 있으면 아늑하고 포근했다. 안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추우면 춥다고, 더우면 덥다고 나가지 않았다. 동시에 나는 집에 돌아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외출 후 집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은 점점 느려져 집 앞에서 종종 멈추곤 했다. 집은 부담이고 긴장이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 산후 우울증은 여자만 오는 것일까?출산하는 여성중 최소 50~70%까지 산후 우울감을 경험합니다. 일시적인 감정 기복, 우울감, 슬픔과 불쾌감, 혼란 등의 이 감정은 2주 정도면 어느 정도 사그라듭니다. 하지만 전체 산모 중에서 10~15%는 이 우울감이 줄어들지 않고 6개월 이상 계속 지속되고 악화되는데 이를 산후 우울증이라 합니다.보통 우리는 산후 우울증을 여성의 문제로 한정 지어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울증에 걸린 산모는 정상적인 육아와 가사활동이 불가능해지는데 이를
[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작년 7월 ‘직장인 괴롭힘 방지법’이 발의되면서 직장 내 갑질 문화를 개선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법안 발의 이후에도 직장 내 괴롭힘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래전에는 비교적 직장 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괴롭힘의 방식은 점차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괴롭힘의 행태가 교묘할수록 대처하는 입장에서는 힘들고 자칫 자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 장기간의 싸움이 되더라도 대응방식을 전략적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클립 한 개를 가지고 물물교환을 거듭해 정확히 1년 만에 캐나다 키플링에서 자가 소유의 집을 마련한 청년이 있습니다. 2005년 25세 청년 카일 맥도널드(Kyle MacDonald)는 ‘비거 앤드 베터(Bigger & Better)’라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말 그대로 더 크고 더 좋은 것으로 바꾸기 놀이를 계획한 것인데, 당시 그는 이력서를 돌리고 있는 무직생활을 1년 간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이 과정을 조금 더 설명하자면 카일은 물물교환을 거듭해 클립을 캠핑 스토브,
2화. 아팠지만 나는 몰랐다 - 1 나는 모르는 일이었다.그저 종종 멍하니 있는 일이 많았고,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다. 늘 두통에 시달렸고, 짜증을 조절하기 힘들었다. 약속을 잡아 두고 당일이 되면 못 나갈 것 같은 두려움이 목을 조르곤 했다. 잠은 늘 새벽에 찾아왔는데, 두 시가 세 시가 되고, 세 시가 네 시가 되더니, 아침 일곱 시로 정착했다. 늘 미지근한 마음으로 살아갔다. 그런 나에게 실망하면서 앞선 것들을 되풀이했다.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대체 언제부터 이랬을까? 매일매일 이렇게 살아서 이젠 몸에도 마음에도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과다 행동 장애는 언젠가부터 대한민국 부모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언론과 방송에서 ADHD에 대해 하루가 멀다 하고 과다한 정보를 토해냈고 사람들은 더 불안해졌습니다. 과다하고 무분별한, 비전문적인 정보까지 뒤섞여 노출되면서 우리는 더 예민해졌는데, 사실 ADHD는 생각보다 상당히 진단하기 어렵고 흔치 않은 질환입니다. “도저히 한 곳에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계속해서 뛰어다녀요. 의
[정신의학신문 : 나종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그녀와 환자-의사로 만난 지는 이제 일 년 반 남짓 되었다. 휴가를 제외한 매주 45분~한 시간 동안 우리는 심리-약물 치료를 병행하였다. 자살 생각으로 내원한 그녀의 치료를 동행하는 초기에는 하루하루가 마치 급한 불을 끄는 소방관이 된 느낌이었고, 그 불씨가 조금 잦아들었을 때부터는, 조금 더 그녀에 대해 깊이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정신과 레지던트로서 나는 매주 다섯 시간을 각각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일대일로 만나 한 주간의 외래 환자들에 대해 의논하고, 조언을 구하고, 가르침
[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전진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강박증의 원인은 무엇인가요?A.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뇌 안에서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있어요. 이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잘못 작용을 해서 강박증을 유발한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치료에도 이와 관련된 약을 사용을 하게 됩니다.또 한편으로는 어떤 사건의 경험이 계속 반복되면서 학습으로 강화가 되어 발병을 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큰 사고를 경험하게 되면 이 사건이 괴로우니까 잊고 싶고 다시 겪고 싶지 않잖아요. 그래서 강박적인 측면으로 가게 된다는 이야기
[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간은 유일하게 타인의 시선을 염두에 두고 결정하는 동물입니다. 타인의 의사에 따라 자신의 의사를 바꾸기도 하는 것은 무리를 지어 사는 생명체들 중에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협동과 생존을 위한 방식이 인간의 특성으로 자리 잡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현대인들의 정신건강은 다소 지나친 경향이 있습니다.SNS에 근사한 레스토랑에 간 사진을 올리고, 내놓을 만한 명함을 갖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뛰어드는 이면에는 ‘남들에게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중요한 척도로 작용하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캘리포니아에 있을 때는 항상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이곳에서, 이 어둠 속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가만히 있다 보니, 내가 그동안 눈에 보이는 것들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폭력을 당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느끼지 않아도 되는 곳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그 여름, 그 섬에서』저자 다이애나 마컴(Diana Marcum)은 자신이 살던 캘리포니아를 떠나 아조레스 섬에 도착해 머무는 동안
1화. 도망쳤지만 실패했다 어스름이 해가 내려가고, ‘오늘도 다 갔구나’ 소리가 웅얼거려질 때였다. ‘똑 똑 똑, 밥 먹자.’런던 가장자리에 위치한 작은 2층 주택, 2층 가장 작은방에 누워있던 나는 당황했다. 취할 만큼 약을 먹었는데 밥을 먹자니… 내가 지금 피아식별이 가능한가? 이어지는 질문들에 확신이 없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열둘, 열셋, 열넷…?’독한 두통에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열네 알을 연달아 먹었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어지러움이 일며 휘청거렸다. 속은 쓰라리고 그놈의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