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서호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새 당신은 무엇을 가장 걱정하는가? 육아, 부부관계, 학업, 직장 등등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걱정거리는 무수하다. ‘불안’이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 본능으로써 작동하듯, 걱정 또한 마찬가지다. 적당한 걱정은 우리가 어떠한 사건에 대해 미리 대비하고 준비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불안해할 상황이 아닌데도 지나치게 불안하고 걱정한다면? 범불안 장애, 머릿속을 지배하는 불안과 걱정범불안 장애란 불안장애의 한 종류로, 일상생활에 과도한 걱정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정정엽 전문의] 코로나19의 ‘거리두기’로 인해 모두가 일상에 불편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고생이 크다. 놀이공원, 박물관, 외국 등 아이들에게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것들이 산더미인데, 코로나19가 감염될까 쉽사리 도전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타인과의 접촉 없이 가족끼리만 여행할 수 있는 캠핑장이 인기다. 아이가 있는 가정은 주말마다 캠핑장을 예약하느라 전쟁이다.캠핑은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더라도,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인기가 많았다. 캠핑
[정신의학신문 : 사당 숲 정신과, 최강록 전문의] 내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 외눈박이 사슴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사슴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아주 잘 생기고 시력도 좋은 멋쟁이 사슴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냥꾼이 쏜 화살에 맞는 바람에 간신히 목숨은 구했으나 한쪽 눈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상심이 컸지만, 그래도 그만한 게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하루는 바닷가에 가서 풀을 뜯어 먹었습니다. 풀이 잔뜩 자라있었지만, 아무도 없어 실컷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무서운 짐승이나 사냥꾼이 나타날지 몰라 철저히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출근길은 언제나 바쁘고 정신이 없다. 정신이 없을 때는 지하철을 잘못 타기도 한다. 그러면 조급함에 긴박감이 더해져 스트레스가 배가 된다. 아침에 벌어진 사건은 그날의 기분을 좌우한다. 다행히 나쁜 기분뿐 아니라 좋은 기분도 마찬가지다. 지하철을 잘못 타면 출근 시간이 늦어지고 스스로가 어리고 한심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선 순간, 반갑게 인사해주며 커피를 내미는 동료를 보자마자 기분이 풀리고 안심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기분은 참으로 간사하고 줏대가 없다. 작은 친절
[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아내는 어머니를 대신할 수 없다- 아내에게서 어머니를 찾으려 하는 남편들 결혼한 지 3개월째인 Y 씨는 저녁을 먹다가 정색을 하고 아내에게 말했다.“자기야, 오해하지 말고 들어. 내가 정말 참다 참다 하는 말인데…… 너는 음식 솜씨가 진짜 없는 것 같아. 그래 경험이 없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쳐. 일단 정성이 너무 없잖아. 대충 아무렇게나 하니 맛이 나겠니? 이럴 바엔 앞으로 시켜 먹든가 나가서 먹든가 하자.”아내 M 씨는 입 안에 든 밥알이 튀어나올 뻔했다. 선배가 밥 먹고 가
[정신의학신문 : 삼성 마음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과거에는 ‘정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정신력을 연상했었지만, 현재는 우울, 불안, 집중력, 트라우마, 불면 같은 것들을 연상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가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닌다는 소식을 들은 부모들은 혼비백산할 수밖에 없다. 부모 세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자녀들 역시 부모의 반응을 예상하기 힘들고, 말하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자녀가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닌다는 얘기를 했을 때 부모의 반응은 다양하지만, 크게 세 가지 반응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정정엽 전문의] 지난 여름, 한국으로부터 1만km 떨어진 곳에서 무고한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되고 불태워지는 사건이 있었다. 산불로 황폐해진 마을을 돕기 위해 지역을 방문한 시민운동가이자 자원 활동가인 Djamel Ben Ismai(38세)이 그 희생자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알제리 카바일(Kabylie) 지역의 한 마을에 역대 최악의 산불이 덮쳤다. Djamel Ben Ismai은 마을을 돕기 위해 방문했으나, 낯선 이의 방문에 카바일 시민들은 산불 방화범으로 그를 지목했다. 2021년 08
[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서호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완경과 갱년기여성은 월경, 임신 및 출산, 완경의 큰 시기를 겪는다. 이 세 시기에는 특히 불안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 관리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가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월경과 임신 및 출산은 처음 겪는 많은 사람이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완경 또한 오랜 시간 주기적으로 겪었던 월경이 끝나고 심리적, 신체적 변화를 겪는 시기로 관리가 필요하다. 완경과 갱년기를 노화 또는 질병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쉽게 생각하는
[정신의학신문 :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회사에서 팀장직을 맡고 있습니다.일은 원래도 많았는데 팀장이 되고부터는 챙겨야 할 게 더 많아졌어요. 성격상 누굴 시키느니 제가 하는 게 오히려 마음 편해서 점점 일이 더 많아지는 것 같은데요. 일할 때는 괜찮은데 이상하게 요즘 울컥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운전할 때 특히 그래요. 나중에 생각해보면 별로 화날 일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왜 이러는 걸까요.” 번아웃 증후군, FOMO 증후군처럼 의학 증상이나 정신질환으로 분류되는 용어는 아닙니다. 이 증후군은 주로 직업환경에서 쓰이는
[정신의학신문 :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군 복무 중 대인관계 문제로 힘들어하여 정신과적 증상으로 전역까지 하게 되는 청년들을 종종 만납니다. 여럿이 함께 생활하는 밀도 높은 인간관계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좋지 않은 평가를 할 것을 항상 걱정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선임에게 지적을 받을 때면 앞으로의 생활이 송두리째 잘못되어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고도 말합니다. 제가 놀랐던 것은, 군 부적응을 호소한 청년들의 대부분이 학창 시절 따돌림 피해 경험이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재구성한 진료 사례를 바탕으로, 학
[정신의학신문 : 마인드랩 공간 정신과, 이광민 의학박사] 누구나 암에 걸릴 수 있다 - 암은 왜 생기는 걸까?암은 왜 생기는 걸까?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암을 겪어본 당사자라면 이러한 생각을 해 본 적 있을 것입니다. 주변인의 암 경험, 건강 방송 프로그램 등으로 우리는 암에 대해 익숙하게 들어왔으나, 암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어떻게 발생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합니다. 실제로 본인이 경험하지 않는 이상 와닿지 않으니 당연합니다.‘황배우’씨와 함께 암 경험자의 시선에서 암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왜 발병하는지에 대해 접근해본
[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 동네에선 그 놀이를 오징어라고 불렀다.승리하기 위해서 공격자는 오징어 머리 위의 작은 선 안을 발로 찍어야 한다.이 때, 수비자에 밀려 선을 밟거나 밖으로 나가면.죽는다.그래, 죽는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도입부이다. 나레이션은 향수 어린 리코더 소리와 함께, 그 시절 그 놀이의 룰을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마지막엔 ‘너 죽었다!' 라며 무심히 외치던 그 시절의 말을 빌려 탈락한 친구들의 운명을 무겁게 읊어준다.다시 한번 더 섬뜩하게 내뱉는
[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징어 게임은 비인간화로 가득 차 있다. 참가자들은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린다. 주최 측은 심지어 얼굴마저 가리고 도형으로 구분된다. 얼굴을 드러내기만 해도 사살당한다. 게임을 내려다보는 VIP 들 역시 짐승의 가면을 쓴 채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짐승들의 본능을 운운한다. 그곳은 존재에서 인격과 자아를 지워버리고자 하는 비인간화의 온상이다. 서로가 서로의 관계를 차단하고, 인간으로서의 격을 지워버리는 공간이다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연애경험이 많지 않은 남자가 오랜 노력 끝에 경제적 안정을 이루고 짧은 연애 후 결혼했는데 전업주부인 아내가 자신에게 애정표현을 하지 않고 집안일을 과도하게 떠넘기며 경제적으로도 불평등한 상태에 놓이는 상황을 묘사한 이야기, 일명 '퐁퐁단과 설거지론'이 인터넷을 통해 유행했습니다. 과학적으로 적립된 이론이 아니기 때문에 여성의 결혼 전 연애경험 등 다른 요소에 대해 다양한 논박이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혼인관계에서 남편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한
[정신의학신문 : 당산 숲 정신과, 이성찬 전문의] 이번에도 아닌 것 같다.모처럼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만났다 싶었는데,연락이 오지 않는다.참다 참다 SNS로 메시지를 보냈지만,답장도 오지 않고 아무런 반응조차 없다.또 헛물을 켠 것일까?나 혼자 김칫국부터 마신 걸까?그러면 그 남자는 왜 나를 보고 웃었던 걸까?왜 내게 관심 있는 것처럼 이것저것 캐물었던 것일까?사랑은, 왜 꼭 나만 비켜 가는 걸까?불안하다.다시는 사랑을 하지 못하게 될까 봐.걱정스럽다.이렇게 모태 솔로로 살다가 허무하게 늙어갈까 봐.지금 맛있는 밥을 먹으면서도다
[정신의학신문 : 삼성 마음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가족이라는 정글 속 등불 - 취향수풀이 우거진 정글, 귀여운 초식 동물이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평화는 잠시, 깊은 어둠 속에서 나타난 포식자가 달려들어, 이리저리 도망치는 초식동물을 사냥해 버립니다. 정글은 잠시 소란했다가 다시 깊은 침묵에 잠깁니다.이런 약육강식의 생태계는 정글뿐만이 아니라 가족 안에서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기분이 좋지 않아 어머니에게 짜증을 내고, 어머니는 가족 중 가장 약자인 자녀에게 짜증을 내는 패턴은 어릴 때도 쉽게 눈치챌 수 있고, 그래서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정정엽 전문의] (이 글은 넷플릭스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신이 인간 세상에 직접 간섭을 시작한다. 천사가 나타나 정확한 사망 날짜를 제시하고,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예언을 하는 것이다. 누가 언제 죽을지에 대한 예언은 법원이 결정 사항이나 명령을 당사자에게 알리듯 ‘고지(告知)’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무표정의 천사는 아무런 예고 없이 인간들의 삶에 나타나 이렇게 고지한다. ‘너 ㅇㅇㅇ은 00년 0월 0일에 지옥에 간다.’ 고지는 곧 ‘시연(試演)’으로 이어진
[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서호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많은 여성이 출산 후 몇 달씩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심한 불안감을 보이거나, 불안장애의 여러 가지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산후우울증 때문이다. 출산에는 신체의 고됨에 따른 스트레스, 출산 후 정서적인 변화가 따라온다. 또한 출산이란 응당 기쁘고 축복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관점으로 인해, 우울증을 경험하더라도 표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출산 후 찾아오는 정신건강 악화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번 회차에서는 산후우울증의 원인
[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우리는 종종 자기 안에 살고 있는 어린아이를 마주친다. 두려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 당황스러움을 느꼈을 때 등등. 잊고 싶거나 숨기고 싶었던 어린아이가 튀어나오고 마는 것이다. 어른스럽지 못하게 상황을 대처하거나 감정을 숨기지 못한 경우에 우리는 자신의 어린아이가 나와 버렸다고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내면 아이’는 이와 비슷하면서 다른 면이 있다. 조금 더 내밀하게 나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지점이 그러하다.‘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는 육아 전문가들이 모여 육아법을 코칭
[정신의학신문 : 나종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 할아버지와 손자가 음식점 옆 테이블에 앉았다. 음식점에서 흔히 보는 조합은 아니어서 사이가 엄청 좋은 조부-손자인가 보다 생각했다. 웬걸, 자리에 앉은 순간부터 둘은 한마디 대화 없이 스마트 폰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식사를 마친 후 자리를 뜰 때까지 두 사람은 한마디 의미 있는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국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하여 락다운에 이르기까지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한 여러 사회 정책들을 시행하였다. 이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