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베트남 전쟁 특수부대 출신인 전직 군인 “존 람보”는 옛 동료를 찾아 시골 마을로 향한다. 그 곳에서 보게 된 것은 이미 고엽제 후유증으로 사망한 옛 동료였다. 실의에 차서 마을을 걸어다니던 도중 그를 수상한 인물로 오해한 지역 보안관들의 강압적인 취조를 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떠오른 전쟁 당시의 참상은 그의 정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극한의 상황에서 그는 세상과의 전쟁을 벌이고, 영화의 마지막, 전쟁은 이미 다 끝났다는 옛 상사의 설득에 그는 절규하며 말한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
“힘들어 죽겠다”, “죽을 만큼 힘들다”라는 말들,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이런 말들을 자주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힘들다는 느낌을 내기 위해 “죽겠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반대로 기쁜 일이 있을 때도 “좋아 죽겠다.”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죽겠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다 보니 우리는 그 말을 쉽게 넘겨 버릴 때가 많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큰 의미 없이 쓰는 경우가 많지만, 무심결에 넘겨 버린 그 말이 때로 누군가에는 정말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은 절박함을 품고 이야기한 것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듣는 직업이지만 '이야기를 하러 진료실에 올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 의 이야기만 들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다 보면 대학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접하며 교육을 받는다는 한계가 생긴다.군대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서울 부촌 출신의 유학생과, 운전병으로 나의 출장을 동행하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울을 가본다는 친구가 한 부대에서 생활하는 곳이다. 가정 환경, 사회경제적 상태가 많이 다르더라도 병역의 의무 앞에서는 모두 평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비 오는 날에 헤어진 사람이나 과거의 기억들이 더 많이 생각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비를 보며 느끼는 감성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 오는 날은 더 많은 기억들을 떠올리는 데는 뇌과학의 원리가 작동합니다. 우리 뇌가 비 오는 날에 평소와 조금 다르게 작동하는 이유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겠습니다.비가 오는 날에는 조도가 낮아지고 습도가 높아져서 어둡고 축축한 느낌 때문에 우리의 기분도 어둡고 무거워집니다. 비가 천둥 번개를 동반하는 등 강한 소리와 함께 내리는
정신의학신문 |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올해 서울 전 지역에 첫 폭염특보는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빨라졌습니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발효됩니다. 많은 학자들이 지구 전역에 걸쳐 기후 변화는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요. 전 세계가 점점 더워지는 날씨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여름, 더위는 정신건강과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오늘은 더위와 정신건강 문제의 연관성을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고온의 날씨는 일사병, 열사병 등 신체적 온열 질환을 유발하는데요, 심리적 질병과 자
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마음이 평온해지는 명상’, ‘5분 호흡명상’, ‘생각을 멈추고 마음을 비우는 명상’을 따라해 본 적이 있나요? 아니면 동남아와 같은 해외 여행을 갔을 때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진행하는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해 본 적이 있나요?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은 연예인들이 요가나 명상을 통해 수련하는 모습이 보여지고, 현대인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점차 높아지면서 명상과 관련된 콘텐츠가 증가하고, 이를 즐기는 사람 또한 늘어나고 있습니다.명상은 실제로 치료 현장에서도 많이 쓰입니다
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거듭된 다이어트 실패로 여러 방법을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환자분 중에 식단 관리가 잘 되지 않아 힘들어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 마음먹었던 것과는 달리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식단 조절이 쉽지 않다며 고충을 털어놓으시곤 합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살펴봅시다.다이어트를 결심한 A씨는 팀원들과 함께 맵고 짠 음식을 먹기보다는 샐러드 가게에서 샐러드를 먹기로 결심합니다. 샐러드를 양껏 먹고 한참 일을 하고 난 후 4시가 되자 엄청난 배고픔이 몰려옵니다. 금방이라도 배에서 꼬르륵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얼마 전,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게 된 친구가 괴로운 마음으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이 친구는 이번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기회라는 생각에 밤낮없이 업무에 매달렸다고 합니다. 자료 조사부터 철저히 준비했기에 자신감이 넘쳤지만, 마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제출할 자료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런 대처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허둥지둥대다 겨우 자료를 넘겼는데, 속상한 마음과 함께 후회가 밀려왔다고 합니다. ‘침착하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회사가 밀집된 지역에서 진료를 하다 보니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는 곳이라면,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늘은 직장 내 괴롭힘과 그 유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독일 출신의 스웨덴 임상심리학자인 하인츠 레이만(Heinz Leyman)은 자신의 임상 경험을 통해 직장 내 개인에 대한 소문이나 위협, 고립 등 노동자가 고통받는 문제에 주목하
정신의학신문 | 이규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구가 고령화됨에 따라 더 많은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때때로 지치고 힘든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많은 관심이 돌봄의 대상에 가게 되면서 돌봄을 수행하는 이들의 마음건강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타인을 위해 애쓰고 있는 돌봄을 행하는 분들을 위해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희망을 되찾기 위한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인구가 고령화됨에 따라 비공식적인 간병인의 역할을 수행하며 돌봄을 제공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돌봄을 제공하는 일
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0대는 인생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두루 살필 수 있는 시기라고 합니다. 연령의 중간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중년이 겪어내는 심리적, 생물학적 변화는 청소년기에 경험하는 사춘기에 비해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오늘은 사춘기의 중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합니다. '마흔의 사춘기'는 중년기의 특정한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는 비유적인 표현입니다. 사춘기는 보통 청소년기의 변화와 발전을 나타내는 단계로 알려져 있는데요, 40대가 되는 시기에 많은 사람들
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잘 참다가 갑자기 분노가 폭발한 적이 있나요? 정말 심각한 문제들은 잘 참아 왔는데, 정말 사소한 문제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사람들에게 분노를 표출한 적 있나요? 이러한 경우의 분노를 '잠재적 분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신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천천히 누적되다가 결국 바깥으로 표출됩니다. 주로 특정 개인 혹은 자신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모임이나 집단을 향해 분노가 장기적으로 쌓였을 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이 불공평하다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성격과 기질을 혼동해서 사용하곤 합니다. “그 사람은 기질적으로 나빠.”라던가, “그 사람은 성격이 못됐어.”와 같은 표현을 흔히 들어 봤을 것입니다. 미국 심리학자 클로닝거(Cloninger)는 10여 년의 종단 연구를 통해 성격과 기질의 차이를 발견했는데요, 오늘은 함께 그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합니다. 최근 성격과 관련된 생물학, 유전학과 같은 인접 학문이 발달하면서 한 사람의 정체성은 개인의 성격과 기질이 상호작용한 결과라는 관점이 대두되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Welcome on board!” 비행기나 배에 올랐을 때 탑승 환영의 의미로 하는 말입니다. 이렇게 ‘on board’는 새로운 여정의 출발을 의미합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조직에서는 구성원 환영 및 조직 적응 프로그램을 ‘온보딩 프로그램’이라고 부릅니다. 조직 비전이나 가치, 문화와 규범, 소통하고 일하는 방식을 익힐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조직에 잘 융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소프트 랜딩(soft landing)’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직장에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완연한 봄기운에 괜스레 마음이 들뜨는 요즘입니다. 비록 미세먼지다, 황사다 대기 질이 좋은 날은 손에 꼽히지만 꽃놀이 가는 부모님도, 야외 활동을 즐기는 분들의 모습도 어느덧 낯설지가 않습니다.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멈춰 있던 시간을 생각해 보면 무척이나 반갑고도 소중한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듯 코로나19 이전으로 일상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켠에 안도감과 함께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코로나19 펜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일상이 거의 마비되는 지난한 시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펜싱선수 박상영이 경기 중 이 말을 끊임없이 되뇌는 장면이 방송되며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당시 그는 상대 선수에게 4점 차로 뒤처진 상황이었는데, 주문을 외듯 자신감을 불어넣는 이 말을 외치며 멘탈을 관리한 그는 연속 5득점을 기록하며 에페 경기 금메달, 역전극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당시 박상영 선수는 세계 랭킹 21위, 상대였던 헝가리의 제자 임레 선수는 3위로 객관적으로는 이기기 어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검진을 하다 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학기 첫날 아침에 핸드폰으로 병리 검사 결과가 악성이니 재방문하라는 문자를 받은 것입니다. 양성 결절일 거라 생각하며 여름에 연수를 나가기 전에 확인하려는 마음으로 받은 추가 조직검사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급히 수술 일정을 알아보고 다른 일정을 조정했습니다. 병리학적으로 암이지만 예후가 좋은 편이고, 수술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건강 상태나 생존율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입니다.하지만 ‘암’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는 여전히 무겁습니다. 특히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은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는 따뜻한 기운을 기다리는 분들이 특히나 많을 것입이다. 우리는 또다시 봄을 맞이합니다. 매서운 바람이 잦아들고 영상의 온도를 되찾으며,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위한 마음 대청소에 대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우리 나라는 예로부터 24절기 중 첫째 절기인 입춘(入春)을 맞이하는 시기에 다양한 의례를 행해 왔습니다. 입춘 양력 2월 4일경에 해당하는데 새해의 첫째 절기이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 이후로 의료 최전방에서 시민들을 위해 발로 뛰는 상황에서 의료진들이 겪어 온 어려움에도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국가들의 의료 체계와 역량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지요. 오늘은 의료진들의 노고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에 대한 대처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받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쉬지 않고 발로 뛴 의료진들의 노고가 함께 했습니다. 의료 현장에서의 부족한 인력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스크 착용의 의무가 사라진 요즘, 마스크를 벗는 일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감정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릴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달라 불안감을 느끼거나 마스크를 벗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착용해 온 마스크를 벗는 것에 대한 마음의 이야기를 나눠 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되었는데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교에서의 마스크 착용 규정이 자율화되면서, 많은 십 대들은 복잡한 감정을 호소하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