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 "꼭 1등 해야 돼, OO 한테 꼭 이겨야 해."아이는 그 자체로 부모에게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입니다. 인격과 기질이 아직 완성되지 못한 미숙한 상태에서는 외부 자극에 무척 나약하고 예민한 성향을 보이는데 이럴 때 가장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자극이 ‘비교’입니다. 내가 다른 아이보다 공부를 못하면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열등감과 경쟁에 대한 공포를 심어줍니다. 아예 시합에서 시도도 못하고 도망치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지요.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우리나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비행기를 탈 때 무척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흔히 비행공포증이라고 불리는 이 증상은 비행에 대한 지속적인 불안이 있고, 이로 인해 비행기를 안 타거나 비행 기간 내내 극심한 불안을 호소합니다. 비행 공포가 심한 어떤 분들은 미국까지 배를 타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증상은 성인의 8%가 경험해 본 적이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입니다. 미국에서는 2500만명이 비행공포증을 가지고 있고 이 중 20%는 비행 중 술이나 신경안정제를 복용합니다.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많이 관찰되고 어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임이 신입 여직원에게 일을 가르쳐준다는 핑계로 개인적인 만남을 요구하거나 늦은 시간 사적인 카톡을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중하게 불편감을 표시하거나 남자 친구가 있다고 명확히 거절해도 계속 호감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법의 기준에 걸릴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언어적인, 혹은 시선으로 성희롱을 하는 경우, 딱 고발당하기 직전에서 멈춥니다. 정색하고 화내면 ‘예민한 신입’ ‘사회생활 못하는 직원’이 돼버립니다.허울뿐인 성희롱 담당부서에 도움을 요청해봤자 “웬만하면 그냥 좋게 좋게 넘어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모든 여성의 75%가 생리통을 경험했으며 1/3은 매달 주기적인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합니다. 또한 전체 여성의 5~10%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한 통증을 호소하지요. 가슴 부위의 압박통증과 복부 팽만, 오심, 부종, 두통, 소화불량, 짜증과 우울, 불면증까지. 그 불편함을 따지자면 정말 끝이 없습니다. 몸이 붓고 소화 안 되고 밥맛도 없는데 슬프고 잠도 안옵니다. 누가 건드리면 그야말로 폭발할 것만 같지요. PMS의 원인은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혹은 세로토닌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영업 1부 김과장에게는 별명이 있다. 김꼼꼼, 김삼삼. 10년을 근속하는 동안 지각, 결근, 조퇴가 전혀 없었다. 철저한 FM으로 융통성이 없기로 유명해서 김답답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별명 부자이다.김삼삼이란 별명은 왜 생겼을까? 모든 일을 3일 전부터, 3번 이상, 최소 3명이서 함께 확인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김과장은 후배, 동료, 상사 모두에게 인기가 없다.얼핏 생각하면 상사들은 좋아하지 않을까? 일처리 하나는 똑 부러질 거 같은데, 왜 그럴까? 박 부장: 1부 김과장? 아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섭식장애는 올바르지 않은 식사 습관을 보이고, 체중이나 체형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흔히 거식증으로 알려진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나 폭식증으로 알려진 신경성 대식증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에 많이 시작되며 20대 초반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20배나 많이 관찰됩니다. 전체 여성의 1%가 발생할 만큼 흔한 질환으로 무용이나 모델, 발레리나, 연예인들에게서 특히 집중적으로 관찰됩니다. 식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욕구 중 하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엔 미남미녀들이 넘쳐나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일 때가 많지요. 우리는 인스타그램 속 사진들이 사실은 수백 장 중에 사진 1, 2장을 장시간의 포토샵과 보정을 통해 ‘만들어진’ 사진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눈은 여전히 외적인 것에 쉽게 현혹되며 다른 사람의 외모와 피부, 체형을 자신과 비교하며 우울해합니다.이런 분들이 예전에는 주로 성형외과만 찾아다녔다면 요새는 정신과도 같이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이 아무리 잘되어도 더 예뻐지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흔히들 허언증을 단순히 허풍이나 과장이 심한 경우 또는 의식적으로 거짓말을 반복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정신과적으로 공식적인 진단명은 뮌하우젠 증후군, 공상 허언증이라고 합니다. 정상인이나 사기꾼이 어떤 의도(잘난 척, 자기 과시, 금전적 이득이나 회피)를 가지고 과장이나 거짓말을 하는 것과 달리,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는 자신이 왜곡한 사실을 스스로 진실이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거짓말을 실제로 믿게 되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공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부연설명을 지어내기도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나 심리상담소에서 실제로 하는 검사 중에 로샤(Rorschach)검사란 것이 있습니다.“이 그림을 보시면 무엇이 떠오르세요?”좌우 대칭인 데칼코마니 그림 10장을 피검사자에게 보여주고 답변을 듣는 것입니다. 로샤 검사에서 쓰이는 그림들은 특정한 사물이나 모양을 나타내지 않기에 백 명이 검사를 받는다면 백 가지의 제각각 다른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정답이란 게 없는 것이지요.성격이나 심리상태에 따라, 같은 그림이라도 서로 다르게 인지되고 저마다의 생각과 무의식을 거친 후 나온 답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감스럽게도 치매는 아직 완치방법이 발견되지 않은 질환이며 최근 각광을 받았던 베타 아밀로이드 이론을 토대로 한 치료법들도 많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치매에 대해 봄, 여름,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듯이, 자연의 법칙이며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현재까지는 예방하고 조심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인 치매.우리는 어떻게 하면 치매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요?최근 10년간 치매에 대한 신경과와 정신과 논문 2만여 편의 빅데이터 자료의 요점을 정리해본 결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직장에서의 나르시시스트들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자면 허세충, 잘난척쟁이로 말할 수도 있다. 이들은 항상 말이 많다. 과장된 표현을 좋아하고 어떤 일에 대해 확대 재생산하거나, 극적으로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사실 병적인 자기애와 건강한 자기애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한민국처럼 비교당하기 쉽고, 열등감에 취약한 곳에서 살아가는 동안 어느 정도의 자기애는 꼭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건강했던 자기애가 병적인 시점으로 바뀌는 시점을 알아채는 것이라 하겠다. - 자기애적 인격성향의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반사회적 인격성향을 언급할 때 우리는 흔히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를 떠올린다. 그러나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반사회성을 의심할 만큼 양심 없고 뻔뻔한 이들은 우리 주변, 직장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공감 능력이 전혀 없고, 공감할 의지도 전혀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홍보 부서 책임자인 A 과장은 홍보 예산으로 책정된 예산 중 3억을 횡령하여 자녀들의 유학비용과 유흥비, 주식투자금으로 사용했다. 몇 개월 뒤, 감사팀에서 이를 추적하자 A 과장은 아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군 인격성향 중에 분열성(schizoid)과 분열형(schizotypal) 인격성향이 있는데 (편집증 인격성향에 대해서는 이전 칼럼에서 언급하였습니다.) 이 두 가지는 유사하면서도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분열성 인격성향의 사전적 정의는 대인관계가 대한 욕구가 전혀 없고 타인을 기피하며 자신의 감정 표현이 거의 없는 극도로 내성적인 사람을 의미한다. 또한, 이들은 공상에 사로잡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남들이 자신을 칭찬하건 비난하건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한다.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가정 폭력이란 가족 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정구성원은 배우자와 과거 배우자였던 사람, 직계존비속, 동거하는 친족까지 다양한 대상군을 포함하는데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여성과 남성, 청소년, 아동과 노인 등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모든 종류의 언어적, 신체적, 성적 폭언과 폭행을 포함한다. 가정 폭력은 구성원의 사회적응력을 낮추고, 인권을 위협한다. 가정 폭력에 대한 처벌법이 1998년부터 시행되었으나 여전히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저는 환자들에게 상실에 대한 애도반응을 언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천천히, 그리고 사려 깊게’라고 이야기합니다. 얼마 전 우리는 한 사람의 일을 언론에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녀를 유명인 혹은 연예인으로 지칭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배려라고 여깁니다.제 의견이나 글을 쓰지 않고 조용히 애도하는 것이 그녀와 유가족에 대한 당연한 배려라고 생각했기에 ‘연예인 자살’이니 ‘아이돌 우울증’ 같은 자극적인 주제의 칼럼과 인터뷰는 송구스럽게도 대부분 거절한 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보통의 사고와 이해 범주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캐릭터의 사람들을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다. 사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번아웃은 어느 정도, 얼마만큼 힘들겠다는 계산이 서는 범위에 있지만, 사람으로 인한 황당함과 분노는 도저히 예측하기 힘든 것이라 이직이나 퇴사를 결정케 하는 중요한 트리거가 되기도 한다.‘도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러지?’라고 생각할 만큼 성격이나 행동이 이상한데도, 버젓이 직장에 잘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의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직장인들은 괴롭습니다. 너무 괴롭지요.항상 지금보다 발전해야 하는 게 당연시되고 연봉과 고과, 실적으로 숫자로 끝없이 평가됩니다. 삼성전자에 일하면서도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을 따야 하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함에도 중국어 능력이 부족하다며 핀잔을 듣곤 합니다. 강제적인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만 하고 지금 일에 허덕이면서도 일을 더 잘할 준비를 미리 해두어야 합니다. 인터넷을 보면 직장 일을 완벽히 해내면서도 몸짱이며, 재테크 역시 매번 성공하는 사람들이 넘쳐납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두산의 역전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8월 15일 기준으로 두산은 3위였다. 1위 SK와는 무려 9게임 차이가 났었다. 프로야구 현장에서는 3게임 차를 뒤집으려면 최소한 한 달이 걸린다고들 한다. 30경기를 남겨두고 9경기 차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두산이 21승 9패를 하는 동안 SK는 12승 18패를 했어야만 한다. 두산이 7할 승률을 거두는 것보다 SK가 4할 승률에 그친다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전문가는 물론이고 두산팬들 중에서라도 역전 우승을 예상한 이가 한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저는 작년 12월의 마지막 날,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들었습니다.20여 년간 환자들을 위해 헌신해온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문자였지요. 저는 선생님과 그리 자주 뵙진 못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기간이 짧았기에 항상 바쁘셨던 선생님과 몇 마디 나눠보지도 못했지요. 하지만 선생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를 전해 들었을 때 저는 부끄러움과 황망함, 가족을 잃은 듯한 감정을 느꼈습니다.조현병이란 말을 검색하면 아주 많은 기사가 나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묻습니다. 조현병 환자와 상담하는 게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건강한 직장생활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Hammer와 Zimmerman 등 많은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이 수십 년간 연구한 결론은 일과 삶의 균형, 소위 말하는 워라밸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합니다. 업무 지향적인 회사보다는 가족 지향적인 회사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복지제도는 직장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 급여 이상으로 중요한 기준이 되었지요. 워크 & 라이프 밸런스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시간과 기회비용입니다. 일에 몰두하는 만큼 가정과 삶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