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사당 숲 정신과, 최강록 전문의] “아, 그때 그 점포에서 복권을 샀어야 했는데…… 거기서 1등 당첨자가 나왔다잖아.”“엄마 때문에 공대 진학했더니 너무 힘들어. 나는 내 적성대로 의대를 갔어야 했어.”“짬뽕으로 통일하자고 해서 시켰더니 너무 매워. 나는 짜장면을 시켰어야 했는데…….”우리는 매 순간 후회를 거듭하며 살아간다. 울고 웃고 기쁘고 슬프고…… 하루에도 수많은 감정이 우리를 사로잡지만, 후회라는 감정 또한 만만치 않게 우리 마음을 억누른다. 후회란 무엇일까?한자로 후회는 ‘뒤 후(後)’ 자와 ‘뉘우칠 회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고 부장은 회사 안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워낙 일을 잘하고 실적이 좋아 입사 동기 중에서 승진이 제일 빠르다. 동기들은 대부분 과장이고 차장이 몇 명 있는데 혼자서 부장이 되었다. 성취욕이 강하고 추진력도 대단하다. 향후 최고위급 임원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회사에서도 비중 있는 일이 생기면 그에게 맡길 정도로 신임이 상당하다.하지만 부하직원들에게 그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다.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고 완벽주의를 추구하다 보니 그의 마음에 들게
[정신의학신문 : 여의도 힐 정신과, 황인환 전문의] 스트레스 -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 랜터 윌슨 스미스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옛날 페르시아의 한 임금이 신하들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찾아오너라.”신하들은 모여서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임금의 명령이 워낙 어려웠기 때문이죠. 선문답도 이런 선문답이 없었습니다. 밤새 의논한 신하들은 이튿날 임금에게 반지 하나를 만들어 바쳤습니다. 임금은 반지를 살피다가 새겨진 글귀를 읽고는 웃음을 터뜨리며 기뻐했습니다.“This,
[정신의학신문 : 라엘마음병원 이희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번 글에서 인지적 왜곡 중 ‘극단적 이분법적 사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인지적 왜곡에서의 이분법적 사고란, 여러분의 인생, 삶을 평가할 때 성공 혹은 실패 두 가지의 극단적인 방향으로만 평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인이 생각하는 완벽한 형태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그 외에는 실패’라고 간주하는 이러한 이분법적인 사고관은 자기 비난, 자기혐오로 이어지기 쉽습니다.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1. 결과론적 측면에서, 1등 외에는
[정신의학신문 : 구로 연세 봄 정신과, 박종석 전문의] 제일 좋은 상태를 나타낼 때, 우리는 과실과 곡식을 보면서 ‘잘 익었다’라고 한다. 사람에게는 ‘성숙’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렇다면 사람의 경우, 성숙을 판단하는 기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인격적인 성숙이나, 경제적 자립성의 정도, 주변인의 평가나 인품 혹은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측면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할 것이다.심리학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의 성숙을 판단하는 기준은 꽤 다양하다. 자아가 본능을 다스리는 정도라든가, 초자아의 타협을 배우는 법, 정체성의 확립에 근거를 두
[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최재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지우 씨는 우울한 기분과 무기력함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 1년가량 치료를 받으며 우울함이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좀 우울하고 무기력하다면서, 학교 때문에 병원을 바꾸게 되었다고 하였다. 또 짜증이 많이 나고 말실수가 잦아 동기들과도 종종 다투다 보니 마음을 터놓는 가까운 친구는 없고, 요즘은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게 차라리 속 편하다고 하였다. 사실 이런 관계의 문제는 학창 시절 내내 계속되었으며, 그
[정신의학신문 : 강남 푸른 정신과, 신재현 전문의] 공황장애의 인지행동치료란? 공황장애에서 약물치료 외에 대표적인 치료 방법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인지행동치료다. 아론 벡(Aaron T. Beck)이 주창한 인지 치료에, 행동 치료적 요소가 추가되어 오늘날의 인지행동치료로 진화했다. 인지 치료의 원리는 명료하다. 우리가 겪는 상황(situation)과 감정, 행동, 생리적인 반응(response) 사이에는 우리가 잘 인지하지 못하는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림을 참조해보자. 친구와 메신
[정신의학신문 : 아주편한병원, 장기중 전문의] 할머니는 진료실에 들어올 때면 종종 나에게 요구르트를 하나 꺼내 주셨다. 그리고 같이 온 아들이 얼마나 효자인지, 집에 있는 남편이 얼마나 자신을 챙겨주는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느리지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 내가 중간에 말을 끊고 이제 내 이야기도 하자고 엄살을 부렸다. 그러면 할머니는 빨리 집에 있는 남편 저녁 해 주러 가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이 온 아들은 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 상황을 보고 있자면 처음 할머니가 진료실에 방문했을 때가 떠오른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 사건의 주범인 문형욱과 공범 안승진의 얼굴이 얼마 전 공개됐다. 안승진은 아동 성 착취물을 제작 · 유포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돼 대구지검 안동지청으로 송치되기 전 안동경찰서 앞에서 기자들이 범행동기에 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음란물 중독으로 인한 것 같습니다.”검찰은 최근 KBS 연구동 내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 촬영한 혐의로 구속된 개그맨 박모 씨에 대한 공판에서 징역 5년을 구형하면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혔다.“피고인은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나라의 많은 가정에서는 아이를 어느 대학에 입학시킬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드라마 SKY캐슬의 흥행에는 이러한 공감대가 밑바닥에 깔려있습니다.같은 반, 혹은 학원에서 항상 보는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학교와 학원의 시간표에 맞춰 지식을 습득하고 ‘시험’을 잘 보고, 성적에 맞춰 갈 수 있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만 잘 되면 대학생이 됩니다.이 과정을 잘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대견한 일입니다. 학생들도 지긋지긋한 입시만 끝나면 행복한 세상이 열릴 것이
[정신의학신문 : 구자섭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구자섭 전문의] ‘내가 분노조절장애가 아닌가요?’ 라며 찾아오는 분들을 가끔 만납니다. 사연인즉, 오늘도 운전 중에 난폭하게 바뀐 내 모습이 어색하고 당황스럽다고 합니다. ‘난폭 운전, 그러고 싶니?’, 함께 점검해 볼만한 주제입니다. 운전 중의 내 모습을 돌아봅시다. 1) 다른 운전자를 화나게 하려고 속력을 낸다.2) 상향등을 번쩍거리거나 경적을 심하게 울린다.3) 상대 운전자가 나한테 한대로 똑같이 해준다.평상시 평범하고 온순하던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거칠게 변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정신의학신문 : 구로 연세 봄 정신과, 박종석 전문의] 혹시나 지금 이 순간, 끝없는 좌절과 실패로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분들을 위해 3가지 조언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당신은 게으르거나 무능하지 않습니다.시험이나 면접에 여러 번 떨어졌을 때, 사업에 계속 실패할 때 자존감은 바닥을 칩니다. 주변에서는 그 사람이 남들보다 게으르거나 진심으로 노력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핑계 대지마", "더 이 악물고 노력해라"라는 식의 말로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하지만 아무리 노력하려고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고,
이오시프 이바노비치.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가다.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있어도 언뜻 그의 작품이 뭔지 떠올리기 쉽지 않다. 루마니아 군악대장 출신이라고 하면 더 아리송하다.하지만 그가 작곡한 대표적 왈츠 ‘도나우강의 잔물결’을 들으면 누구나 “아, 저 음악을 만든 사람이구나.” 하며 무릎을 칠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너무도 친숙한 멜로디인 까닭이다. 전주곡 부분은 간결하고 경쾌하다. 영어로 다뉴브, 체코어로 두나이, 루마니아어로 두너레아로 불리는 도나우강은 약 2,850킬로미터에 달하는 긴 강이다. 알프스 북부 슈바르츠발트 산지에서
보통 비만치료라고 하면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미용 목적의 진료과를 먼저 연상하시기 마련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비만으로 유발될 수 있는 대사성 질환들로 인해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떠올려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위밴드 수술과 같은 초고도 비만 환자에 대한 수술적 접근을 위해 외과를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반면 정신과에서 비만치료를 한다고 말씀드리면 고개를 갸우뚱하실 수 있습니다. 왜 정신과에서 비만치료를 할까요? 비만에서 벗어나는 방법에는 수술적 방법을 제외하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알고 계시듯 운동과 식
[정신의학신문 : 여의도 힐 정신과, 황인환 전문의] 불안과 걱정 – 나는 나를 불안케 하는 것들과 함께 살아간다: 박상천의 ‘5679는 나를 불안케 한다’ 커피숍에 들어갔습니다. 손님이 별로 없어 자리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유독 맨 귀퉁이에 있는 가죽 소파에 가서 앉습니다. 어딜 가든 맨 귀퉁이 자리를 먼저 찾고 이왕이면 가죽 소파에 앉는 게 편하기 때문입니다. 일하려고 책상 앞에서 컴퓨터를 켰을 때 책상 위에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 모나미 볼펜과 흰색 노트가 나란히 놓여 있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습니다. 책상 위 풍
[정신의학신문 : 아주편한병원, 장기중 전문의] 나쁜 치매 vs 착한 치매"벽에 똥칠하는 병.""의심 많아지고 화내는 병이요.""잠 안 자고 집 밖으로 돌아다녀 가족들 힘들게 하는 병이요."치매에 대해 물었을 때 과거에는 이런 이미지를 쉽게 떠올렸다. 내 부모, 배우자, 주위 친척들이 보이는 부적절하고 기이한 행동들이 너무 강렬히 기억됐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요새는 다르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병’,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병’, ‘해마가 망가지는 병’처럼 치매 증상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이는 치매를 진단하는 의학 기술이
[정신의학신문 : 부산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윤경일] 스스로는 내성적이라고 생각하는데 타인들은 외향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부분을 고치려고 노력하다 보니 사람들 눈에는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또 동일인이라도 상황을 대처하는 방식이 일관되지 않는 것은 불안정한 심리상태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기 때문이다.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장르 중에는 영화가 있다. 역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를 보면 정신의학적 문제를 연기한 배우가 많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본다. 예상 밖의 기묘한 상황을 설정하고 그 배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에서 진단을 내릴 때는 불안, 우울 같은 증상 외에 사회적 기능, 직업적 기능 등 주요 기능에서 발생하는 장애가 있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유해물질이나 다른 신체 질환에 의한 것이 아닌지를 판단합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독성물질에 노출되거나 몸이 아파 움직이기 힘든 것이 아닌데 공부나 일을 할 수 없다면, 혹시 정신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것이 아닌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능의 장애를 평가할 때는 주로 ‘일과 학교’, ‘사회생활’, ‘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일을 시작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 오늘 할 일을 생각하다가 문득 설거지 안 한 게 떠올랐다. 주방으로 가서 아침 먹고 난 그릇을 설거지했다. 이제 일해야지 마음먹고 뜨거운 커피 한 잔을 타서 책상으로 갔다. 지난주 미처 하지 못했던 빨래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다시 나가 세탁기를 돌렸다. 내친김에 손빨래도 몇 가지 했다. 베란다에 빨래를 다 널어놓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점심때가 다 됐다. 이제 정말 일해야 해, 다짐하고 의자를 당겨서 앉았다. 전화벨이 울렸다.“어머, 미영이구나?
[정신의학신문 : 사당 숲 정신과, 최강록 전문의] 코로나로 인해 불안감이 일상이 된 가운데 느닷없이 독감 공포가 몰려오고 있다. 유통업체의 부주의로 국가 인플루엔자 백신 무료 접종이 중단되면서 백신 부족 사태를 우려한 접종 대상자들이 대거 유료 접종으로 몰리는 과열 양상이 빚어진 것이다. 이른바 독감 공포다. 영유아나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아니면 독감백신을 접종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워낙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보니 건강한 성인들까지 서둘러 독감 유료 접종을 받으려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무료 접종이 언제 재개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