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애가 시집을 갈 때 저는 서운함보다는 고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혼 적령기를 놓친 골드미스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 애 먹이지 않고 제때 시집을 가주니 고맙지요.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밖에서 씩씩하고 활달한 발자국 소리가 들릴 적이면 현관 쪽을 바라보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딸애가 꼭 그렇게 남자애처럼 걷거든요.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딸애가 쓰던 현관 옆방을 무심코 보았습니다. 녀석이 쓰던 책상이며 피아노가 그대로 다 있습니다. 갑자기 왜 그렇게 억울하던지요. 왜 그렇게 허허롭던지요. 목 밑으로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서로의 마음이 통하고함께 시간을 보내고수줍게 손을 맞잡습니다 처음 손을 잡던 날을 기억하시나요 이러다심장이 혹시 터져버리는 게 아닌가 그 따뜻한 체온이온전한 내 손바닥 안으로 전해오면세상 전부를 가진 듯가슴이 뿌듯하게 차오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것은뜨겁지고 차갑지도 않은36.5도의 체온 속에 담긴 사랑입니다 이시형(정신의학신문 고문) **화평길게 얘기하기보다는 간결하게 얘기하기가 더 어렵다.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직접 다 말해야만 좋은 것이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통하고 속으로 고여 넘치는 정이
법정스님이 주장하신 '무소유'는아무것도 가지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꼭 필요한 만큼만 가지라는 말이지요.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은맨손입니다.날개에 조금이라도 무게가 실리면새들도 자유를 잃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도 매 한가지.우리는 내 발에 채워진 이 족쇄가,이 무거운 마음이다 누군가 때문이라고 불평을 합니다. 마누라 때문에,남편 때문에,자식 때문에,친구 때문에,,, 그러나 홀가분해지기 위해 끊어내야 할 것은사람이 아닙니다. 내 마음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욕심입니다.더 가지고 싶고,더 잘되고 싶은 나의 욕심이
회사원 '나화나'씨는 결혼 3년차이다. 아내와 관계도 좋고, 회사에서도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그에게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갓 돌이 지난 아기의 울음소리를 못 참는 것이다.’ 아기가 너무 심하게 울어대서 짜증을 내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이가 우는 것을 보면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저 놈 바보 아니야? 모자란 것 아니야?’라며 아내에게 소리를 지르고, 아기를 잡고 훈계를 하기도 했다. 아내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남편이 집에 들어올 때가 되면 우는 아이를 얼른 다른 방으로 숨겼다.
허전한 삶 돌아볼 틈이나 있었던가또 바람이 인다 거친 바다 위를낙엽 같은 배로 지나려면다른 생각은 할 틈이 없습니다 우리 세대의 지난 삶이 딱 그랬습니다거친 세파를 해쳐가기에만 바빴지요 얼마나 먼 길을 왔는지우리에게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이 바다를 건너가고 있는 걸까 그 순간다시 바람이 일고너울이 거세지면급히 방향타를 다잡고파도와 맞설 궁리로 바빠집니다 삶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이시형최근 사는 게 허무한 느낌이 든다. V내가 덜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V내가 좋아
뒤만 보고 살면세월은 흘러가버리는 것이지만앞을 보고 살면세월은 나를 향해 흘러오는 것입니다 살아버린 날들은 덧없지만살아갈 날들은 아직도마지막 회가 한참 남은 드라마입니다 나는 벌써 80년의 세월을 써버렸지만앞으로 흘러올 세월도 넘칩니다 하고 싶은 일도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내 몫의 세월을 어떻게 살 것인지는아직 나의 선택으로 남았습니다. 이시형 *화평한 줄의 선으로도 큰 우주를 담을 수 있다.선은 곧 작가의 내공의 힘이다.
외가로 가는 샛강다리 위엔 엄마의 설은 발자국이 지금도 남아있다 엄마는5대 종손의 맏며느리로 시집을 왔습니다. 막 여문 꽃봉오리 같은 나이열여섯이었습니다. 외가는우리 집 대청마루에서 서쪽으로까치발을 하면 보이는그리 멀지 않은 동네에 있었습니다. 징검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는 그 길이왜 그리도 어렵던지엄마는겨우 짬을 내어 친정 나들이를 갔다 올 때마다발이 퉁퉁 부었다고 했습니다. 아픈 것이 어디 발뿐이었을까요. 그 징검다리 위에는지금도엄마의 눈물 젖은 발자국이 선연합니다. 이시형
겨울은쑥스러운 풋연인들도가깝게 만드는 응집의 힘이 있습니다. 겨울바람이 매섭고 차가울수록사람은본능적으로 서로에게 더욱 다가서게 됩니다. 아무리 세상 모든 것이 얼어붙는 겨울이라도너와 함께라면내게는 더없이 따뜻한계절입니다. 이시형
더이상 비만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체질량지수 (BMI) 25를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의 비만 인구는 대략 30% 정도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꽤 오래 전부터 의학계에서는 각종 신체적, 심리적 문제를 유발하는 비만에 대해 주목해왔고, 다양한 치료 방법을 내어놓았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해결책에는 필연적인 단점들이 뒤따릅니다. 약물 치료에는 (상대적으로 간과하기 쉬운) 부작용들이 있고, 투약을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위 밴드를 비롯한 몇몇 수술적 방식은 고 신해철씨의 사례를 떠올릴 때, 합병증
극장에서아무리 슬픈 영화를 봐도행여 옆 사람이 눈치 채면 어쩌나억지로 눈물을 꿀꺽 삼킵니다. 집에서는행여 가족들 앞에서주책없이 눈물이라도 뚝 떨어지면 어쩌나텔레비전을 같이 보는 것도조심스럽습니다. 세상 그 어디에도마음 놓고 울지 못하는아버지라는 자리,참으로 딱한 신세입니다. 이시형 최근 사는 게 허무한 느낌이 든다. V내가 덜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V내가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나를 떠나거나 버릴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V나의 정신건강 점수는? Total= /27► 정신의학신문 무료마음건강검진 받으러 가기http
[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어린이날을 맞아 청와대에서 열린 ‘어린이날 꿈 나들이’행사에 참석하여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 그리고 꿈이 이루어진다’라고 이야기했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 나오는 대사이기도 한 이 문구는 대통령의 입을 통해 2015년 상반기를 흔든 유행어 중 하나로 인기를 끌었다. 물론 그 인기의 배경에는 실책 없이 부진한 정치 경제적 상황 속에서 근거 없는 무속적 희망으로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는
인생은광야를 질주하는 거침없는 야생마와도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합니다. 산다는 것이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벅찬 괴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수록 나는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진 가장 확실한 것은새롭게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가 전부이니까요. - 이시형
꽃이 피면마치 하늘이 시샘이라도 하듯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가 내립니다.그래서화려하게 피어나는 꽃들의 짧은 한 때가더욱 아름답고 아쉬운 것입니다.그러나굳이 바람의 손을 빌리지 않더라도꽃의 명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그 누구도때가 되어 꽃이 지는 것은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크리스마스,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방영된 11세 소녀의 이야기는 수많은 사람들을 눈물 짓게 했고,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분노를 피어오르게 했다. 친아버지에게 감금과 폭행을 당해온 A양은 아버지의 처벌을 원하냐는 질문에 힘없는 얇은 입술을 움직여 분명한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했다.A양은 지난 12월 12일, 영하의 추운 날씨에 반바지에 맨발로 돌아다니는 가냘픈 여자아이의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슈퍼마켓 주인의 제보로 알려졌다. 취재진과 경찰의 조
[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모든 욕구가 만족과 쾌락의 보상을 찾아 꿈틀거리듯, 가장 원초적인 욕구인 성적 욕구의 본능은 성적쾌락을 찾아 역동한다. 그러나 인류가 성행위를 감추고 성적 쾌락의 무분별함을 억압하고 재단해야 함의 필요성을 깨달은 이후로 성(性)의 영역은 오랜 세월 음지의 성장을 이어왔다. 빛이 닿지 않는 곳의 생태계는 그 어두움에 숨어 의식과 초자아의 눈을 피해서 본능의 욕구를 마음껏 배설하며 진화해왔다.진화적 동물로서의 성에 대한 본능은, 말초적 쾌락의 욕구에 대한 본능과 분
언젠가 그런 글을 쓴 기억이 납니다.행복이란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고요.공기처럼, 화단 잔디 사이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이름 모를 꽃들처럼.행복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항상 있습니다.찾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요.그런데 내 눈에도 그게 늘 보이는 것은 아니랍니다.- 이시형 -
[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 (2) (3) (4) 낙인(Stigma)이라는 단어의 유래는 찌른다(sting)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 바늘로 찔러 새기는 문신이나 흉터자국은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전과자나 노비에게 낙인을 찍는 형벌의 일종으로 사용되었다. 낙형은 쇠를 달구어 몸을 지져서 대역죄인이나 노비의 죄를
의사 면허를 발급받고 의사가 되었을 때, 법적으로 할 수 있고 직종으로서 하게 되는 특수한 행위가 여럿 있다. 그 중 하나는 사망선고이다. TV 프로그램, 책, 블로그 등 수 많은 매체에서 의사들이 사망선고를 하는 모습에 대한 묘사가 많이 있다. 사망선고, 죽음을 확정한다는 것은 의사들 각각의 마음에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다른 모든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첫 사망선고의 기억은 깊게 남는다.나의 첫 사망선고는 인턴이 시작되었을 때이다. 그 때 나는 비뇨기과 인턴이었고, 부족한 비뇨기과 전공의 숫자 탓에 인턴이지만 주치의 역할도
세상에 이왕 태어났다면 우리에게 그 순간부터 생을 유지해야 할 어떠한 책무나 명분 따위가 있을 것이다. 즉 ‘생에의 의지’가 필연적으로 동반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죽음에의 의지’ 즉 자살은 인간의 생육과 번식 측면에서만 보자면 이해하기 어렵다. 과거 리처드 도킨슨 같은 학자처럼 ‘이기적인 유전자’의 논리에 따르자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여전히 생존하고 번식해야 할 우리들은 그러한 기회들을 내버리고 있는 중이다.자살은 현재 인간의 10대 사망원인 중 하나이다. 이 지구상에서 매일 1,000명씩, 연간 50만 명이 자살로 인생
작년 3월, 국내 한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남학생이 동기 여학생을 4시간 가량 감금·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법원이 ‘가해자의 학업중단’을 우려해 벌금형을 선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SNS 등에 피해 여학생 폭행 녹취록과 의전원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올린 글 전문이 공개되었고, 대학 측은 이슈가 불거지자 가해 학생에게 제재를 가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데이트 폭력(dating abuse)이란 서로 교제하는 미혼의 동반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위협 또는 폭력 그 자체이다. 동반자 중 한쪽이 폭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