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경희대학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반건호] 아이슬란드는 지질학적으로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곳에 위치하며, 두 대륙판 사이를 잇는 다리도 있다. 다리로 연결된 두 대륙 모두 지구의 일부이지만, 북아메리카와 아시아, 유럽이라는 전혀 다른 지역임을 알고 있다.자살과 자해도 마치 이들 대륙판의 관계처럼 작은 틈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듯이 보이지만, 이 둘 사이의 틈새 아래 무엇이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자해는 자살의 사전 조짐인가? 전혀 서로 다른 행위인가? 수년 전 봄, 소아청소년정신과 외래에 손목
[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결국 제야의 종은 울리지 않았다.매년 12월 31일 밤이 되면 온 가족이 텔레비전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곤 했다. 연예대상이니 가요대전이니 하는 프로들을 배경음악처럼 틀어두고 12시가 되도록 기다리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11시 59분 50초부터는 화면을 꽉 채우는 숫자들이 수많은 군중들의 목소리와 함께 10,9,8,7 하며 카운트다운을 했고, 그러고 나면 어김없이 대여섯 명의 정치인이며 연예인들이 손을 맞잡고 제야의 종을 울렸다. 늘 기대보다 조금 둔탁하던 그
[정신의학신문 : 나종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올해 초부터 지속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블루 (Corona Blues)'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 불안을 비롯한 정신 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코로나 바이러스의 첫 파도가 지나간 올해 6월에 시행된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 (CDC)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 30%는 우울/불안 증상을 경험했고, 13%는 약물 중독 증상이 시작되거나 사용량이 증가하였다고 한다. 또한, 지난 한 달간,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해보았다는 비율은
[정신의학신문 : 반건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취향이 있다. 어두운 회색 계통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노랑, 빨강, 초록 등 원색 의류를 주로 입는 사람이 있다. 소주를 고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맥주만 찾는 이도 있다.정신과 의사를 하면서 힘든 일 중의 하나는 이 ‘취향’이 개인의 ‘선호도’일 뿐인지 ‘편견’인지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정신장애의 진단 기준 중 하나가 ‘상식’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정신병리를 평가할 때도 그렇지만 사회문화 현상에서도 종종 부딪히는 문제이다. 저
[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코로나19 여파로 노인들이 갈 곳을 잃었다.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 노인복지시설 대부분이 감염을 우려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시행되던 공공근로나 아르바이트 자리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래저래 노인들의 시름이 깊어만 간다.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은 종일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집 근처에 있는 공원을 산책하는 게 일과의 전부다. 감염 위험이 크다면서 부모를 위하는 척 아예 발길을 끊은 자식들을 그리워하는 것도 지쳤다. 기르는 강아지나 고양이 재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염지연 전문의] 조남주 작가의 소설을 바탕으로 김도영 감독이 만들어 2019년에 개봉한 영화 은 젊은 여성들의 힘겨운 삶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많은 호평을 받았다. 딸을 키우며 직장에 다니는 서른네 살 워킹맘 김지영 씨는 어느 날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인다. 순간순간 다른 사람으로 빙의해 속에 있는 말을 거침없이 뱉어내는 질환이었다. 남편과 함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게 영화의 줄거리다.영화 속에서 지영 씨가 처음 빙의를 경험하는
[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아범아! 추석에 오지 말고 용돈만 보내라.”“아들, 며늘아! 이번 추석 차례는 우리가 알아서 지내마.”“내려올 생각 말고 영상 통화로 만나자.”“불효자는 ‘옵’니다.” 추석을 앞두고 지방 거리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 글귀다. 코로나 사태 후 처음 맞는 민족 대명절에 예전처럼 수많은 사람이 고향과 부모를 찾아 이동한다면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방역망이 무너지면서 다시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어른들이 자손들의 방문을 자제하도록 권면하는 것이다. 눈물겹기도
[정신의학신문 : 구로 연세 봄 정신과, 박종석 전문의] 1. 자신의 투자유형을 알아야 한다.주식투자를 시작하기에 앞서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는데, 대부분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채로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저위험 상품이 맞는지, 리스크를 감수하는 타입인지, 중장기 투자형인지, 단타 매매에 적합한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승부사적 기질이 충만한 도파민형 유형의 사람들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결과를 보고 싶어 하기에 변동성이 심한 고위험상품이나 선물옵션 투자에 관심을 보이지만, 위험회피형 세로토닌 성격의 사람들은 적금처럼 안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여름휴가마저 비 피해까지 얹어져 집을 나서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초등학생인 저희 아이도 여행은커녕 매 여름방학마다 열리던 집 근처 공공 물놀이장이 열리지 않아서 더 많은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반대로 유니스트 캠퍼스에는 방학이 되자 대학생들이 늘었습니다. 봄학기에는 강의는 온라인에서 하지만, 대학원 연구는 방역에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멈추지 않아 캠퍼스에는 주로 대학원생들만 있었습니다. 캠퍼스
[정신의학신문 : 부산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윤경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음압병동에 입원했던 A씨. 경증 환자라 10여일 만에 퇴원했다. 신체적으로는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불안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힘들어했다. A씨는 직장 동료와의 통화에서 완전 주눅이 들고 말았다. “당분간 직장에 나오지 말고 푹 쉬라고 했어요.” 이 말의 뜻은 A씨가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지 모르니 혼자 뚝 떨어져서 지내라는 의미로 해석되었다.불안장애로 통원치료를 해 오던 여성 B씨. 그녀는 A씨와는 정반대 상황이다. 이웃 사람이 확진자로 나오면서 극
[정신의학신문 : 구로 연세 봄 정신과, 박종석 전문의] 주식 권하는 사회‘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모두가 주식투자를 하는 시대가 왔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심지어 9월 1, 2일간 있었던 카카오게임즈 IPO 투자공모에는 58조원의 돈이 몰렸다. 2020년 대한민국 국가 예산이 총 513조원 정도였다. 광풍, 과열의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미쳤다.지긋지긋한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해 사람들은 여름휴가도 못 간 채 집안에 고립되었고, 허용된 자유라고는 배달음식과 언택트, 게임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주식이야 말로 얼마
[정신의학신문 :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본문에는 영화 '배트맨-다크나이트'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 한가운데에 엔진이 멈춘 두 척의 배가 있다. 한 척의 배에는 불길에 휩싸인 도시로부터 떠나는 일반 시민들로 가득 차 있고, 다른 한 척의 배에는 호송 중인 죄수들이 있다. 양측의 배에는 모두 스위치로 작동되는 폭탄이 있다. 폭탄이 터지면 그 누구도 배에서 살아나갈 수 없고, 폭탄이 터지기 전 배에서 탈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시민들의 배에 실린 폭탄의 기폭장치는 죄수들에게, 죄수들의 배에 실린 폭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어느 날 버스를 탔다가 뒷좌석에 앉은 두 여중생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아, 씨○! 진짜 빡치지 않냐? 존나 웃겨, 개○○!”“맞아, 걔 정말 개쩐다니까? ○○○○ 미친 ○○라니까.”워낙 목소리가 커서 본의 아니게 듣게 되었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지하철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다. 고등학생 또래의 남학생 여러 명이었다.“그 꼰대 ○○ 재수 없지 않냐? 완전 개○○○야.”“존나 밥맛이야. 그런 ○○는 ○○을 ○○ 버려야 해.”욕설과 비속어가 거칠게 뒤섞인
[정신의학신문 : 통통샤인 정신과, 이상수 전문의] BTS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음원, 다이너마이트Dynamite 뮤직비디오(이하 뮤비)가 공개 하루 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뷰를 기록하고 이어서 최단시간 2억뷰 갱신을 달성했다.뜬금없지만, 이 소식을 듣고 누가 가장 행복해했을까를 생각해 봤다. 정국? RM? 제이홉? 진? 지민? 뷔? 슈가? 아미팬? 방시혁 대표? 작곡가?필자는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Alfred Nobel,1833-1896)이 생각났다. 기적이 일어나 무덤에서 노벨이 뮤비를 볼 수 있다면, 왠지 흐뭇해하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올해 2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한 살배기 아이를 포함한 네 가족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유서나 사건현장의 정황으로 미루어 가장인 A씨가 가족들을 죽인 뒤 자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한의사였던 서른네 살의 가장은 병원경영에 어려움이 있어 아내와 자주 갈등을 빚어왔다고 알려졌습니다. 유서에는 “아빠가 잘못된 결정을 해서 미안하다”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과 의사 주디스 허먼(JUDITH HERMAN)은 “반복적인 자해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연휴 교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격리 중인 해외 입국자 부부가 확진 판정을 받고 다음날 한 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마침 서울의 대형 집회와 교회로부터 시작된 전국 확산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꼈던 울산과 교내의 분위기도 어수선해졌습니다. 특히나 부부의 경우 확진 이전에 무단이탈을 했기 때문에 방역당국의 조치만 기다릴 수 없었던 학교는 연휴 내내 비상근무로 대응했습니다. 다행히 교내 추가 감염은 없었고 방역당국에서 필요하지 않다는
[정신의학신문 : 심리툰 작가 팔호광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편견은 생존에 필수적입니다.편견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지만,기존의 경험에 빗대어 새로운 것의 위험을 평가하는 것이 편견의 순기능입니다.무의식 과정으로 위험했던 비슷한 상황을 피하게 도와줍니다.편견에 가장 가까운 감정은 공포입니다.왠지 모를 불편함, 불쾌함 같은 감정들은,논리적인 생각이나 지식과는 관계없이 내 마음에 파고듭니다. 다들 이야기합니다.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없애야 한다고.위험하지 않다고.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안전은 국가의 책임이라면서요.편견은 홍
[정신의학신문 :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뺨을 손바닥으로 맞을 때 ‘짝’ 소리가 난다는 말은 허구이다. 그것은 때리는 사람과 맞는 사람이 합을 맞춘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가능하다. 실제로는 때리는 사람의 손목도 맞는 사람의 목도 굳어있기 때문에 둔탁한 ‘퍽’ 소리가 나게 된다. 나는 그렇게 바닥을 굴렀다.뺨이 바닥에 닿아본 것은 유년기 이후 처음이었다. 뺨으로 느낀 바닥은 의외로 차갑기보다는 미지근했고, 입속에서는 피맛이 났다. 웅크린 등을 한 번 더 걷어 채인다. 뼈를 통해 전달된 머릿속 진동이 진정되자 나는 그제서야 폭력의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한국 청년들이 군대에 가는 시기를 결정하는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학업계획에 맞춰 시기를 정하거나 일정 자신이 원하는 자격을 갖추고 특정한 직위에 지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는 뚜렷한 목표가 없어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듯이 군 입대를 결정하거나 가족들이 결정을 내려서 군에 입대하기도 합니다.20대는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나이지만 한편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군 복무를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또는 자신의 인생에서 어
[정신의학신문 : 정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제 부산의 50대 정신과 전문의가 환자가 휘두른 칼에 찔려 사망했다.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의 칼에 목숨을 잃은 지 1년 반 만이다. 그때도 지금도 그 칼이 내 몸을 관통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가해자는 담배를 병원에서 피우는 등 문제 행동에 주치의가 퇴원 결정을 하자, 불만을 품고 외출해서 휘발유와 칼을 구해 가지고 와 의사를 칼로 찌른 후 휘발유를 온몸에 끼얹고 자살 소동을 했다고 한다. 더 큰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