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여의도 힐 정신과, 황인환 전문의] 전쟁 중에도 사랑을 합니다. 근사한 결혼식은 올리지 못하더라도 반지 하나 끼워주며 미래를 약속합니다. 아기도 태어납니다. 큰 전란 후에는 출산율이 올라가 베이비붐 세대가 생겨납니다. 사랑의 힘은 이토록 위대합니다. 어떤 고난과 역경도 인간의 본능인 사랑의 힘을 이기지 못합니다. 사랑은 죽음 같은 광풍도 견뎌낼 만큼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겪어야 할 어려움은 하나둘이 아니지만, 사랑을 만들고 키우고 이어가기가 힘들어졌다는 사실은 정말 안타
[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최재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인기에 처음으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DHD로 진단되는 경우, 처음부터 ADHD 증상을 주문제로 내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개 우울, 충동 조절의 어려움, 불안 등의 증상이 심해서 내원했다가 ADHD도 함께 진단되는 경우가 더 흔하다. 대체로 성인 ADHD에서 다른 진단이 동반되는 경우가 약 8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참조: 성인ADHD의 동반질환] 성인 ADHD에서 흔히 동반되는 진단들에 대해 살펴보자. 1) 주요우울장애 Major Depressi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이비지 대리는 다음 주부터 휴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휴가를 앞두고 그녀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스마트폰 안에 적어둔 일정표를 들여다보니 어느새 빼곡하다. 그동안 밀린 영어 공부도 해야 하고, 회사 다니면서 병행 중인 대학원 석사 논문도 써야 하고, 한참이나 만나지 못한 친구들도 봐야 한다. 그밖에 또 뭘 해야 좋을까 틈틈이 궁리 중이다. 그녀는 항상 바쁘다. 회사 출근할 때는 물론 휴가 중일 때도 마찬가지다. 바쁜 건 그녀의 일상이다. 그녀 사전에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 집 냉장고 야채칸에는 늘 조그만 초록색 청양고추가 있다. 한 열 개~열다섯 개 정도 든 고추 가격은 990원. 월급 빼고 다 오르는 물가인데 고맙게도 이 가격은 학교 다닐 때 자취 때 보다 큰 차이가 없다. 라면을 끓일 때 이 고추를 넣고 안 넣고 에서 국물의 시원함과 칼칼함은 극명히 차이가 난다. 라면을 끓일 때면 우선 넙적한 구이용 냉동만두와 냉동 대파(있을 때)를 적당히 바닥에 깐다. 커피포트에 끓인 물(그래야 속도가 빠름)을 냄비에 붓고 건더기 스프와 라면 스프를 먼저
[정신의학신문 : 한명훈 광화문 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술이라는 것의 효과는 주로 술의 주 성분인 에틸알코올에 의해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에틸알코올은 뇌의 작용을 억제하는 억제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술을 마시면 졸리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억제제인 에틸알코올(술)을 마시면 흥분을 하고 기분이 들뜨는 등의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전두엽에서는 평상시에는 하지 않을, 과도한 뇌의 작용을 억제하여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억제 작용을 술이 억제하여 탈억제(disinhibition) 반응이 일어나게 되는
[정신의학신문 : 마인드랩 공간 정신과, 이광민 의학박사] 성숙한 방어기제란?예술이 당신 마음에 어떤 힘이 되고 있나요? 여러분 중에는 예술을 가까이 접하는 분도 계실 테고, 가끔 즐기는 분도 계실 테고, 조금은 멀게 느끼는 분도 계실 겁니다. 예술은 위안과 휴식이 될 수도 있고, 삶을 표현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술의 영역을 넓혀서 생각하면 소소한 우리 삶의 부분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말이든, 글이든, 노래든, 그림이든, 몸짓이든 전부 예술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정신의학이나 심리학에서는 방어기제라는 단어를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대한명상의학회 박용한 부회장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Q: 자식이 있으니까 엄마의 마음이 생기고, 친구가 있으니까 친구의 마음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런데 나란 존재는 계속 있었는데, 나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이건 무엇 때문인가요? A: 생존하기 바빴겠죠. 마인드풀니스에서는 ‘두잉 모드(Doing Mode)’라고 표현하잖아요? 우리는 그냥 나 자체로 온전히 있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거예요. 뭔가 해야 하고, 관계 맺어야 하고, 사회생활을 통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백화나 과장은 지난해 이직을 했다. 익숙한 것과 결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몸에 익은 출퇴근길, 손에 익은 업무들, 눈에 밟히는 사람들, 뒤돌아서기 허전한 마음……. 그렇지만 이 모든 걸 포기하고 새로운 일터를 찾아 나설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도저히 함께 일할 수 없는 사람이 있었다. 업무상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옆 부서 팀장과의 오랜 갈등 때문이었다.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사정도 해보고 자존심 꺾고 굽히고 들어간 적도 있지만, 매번 커다란 벽
[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죠. 큰돈이 오가는 범죄도 있지만 계약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든지 처음에 설명한 것과 다른 성능을 가진 제품을 인도받는 등의 사기도 있습니다. 알면서도 당하는 이런 사기 어떻게 해야 될까요?A : 재미있는 실험이 있습니다. FBI의 사기 전담 수사관을 대상으로 한 실험입니다. 일반인과 사기꾼 사진을 보여주고 누가 사기꾼인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는데요. 사기 수사 전담하는 수사관들이 모두 틀렸다고 합니다. Q : 전문가들도 속일 정도라는 거네요. 얼마나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 진단명 중에는 신체 추형(이형) 장애라는 질환이 있습니다. 타인이 잘 알아볼 수 없는 작은 결함에 대해 걱정을 반복하거나 타인과 비교하는 것이 주증상입니다. 이로 인해 사람을 만나지 못하거나 일을 할 수 없게 될 때 치료의 대상이 됩니다. 우울증, 불안장애 등을 동반하기 쉽고 심하면 자살에 이르기도 합니다. 인구의 0.7~2.4%가 경험하며 대개 청소년기에 시작됩니다. 스스로 정신적인 부분에 도움을 찾기보다는 성형외과, 피부과를 찾기 때문에 정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한국적 정신치료의 2세대로 불교정신치료의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있는 전현수 박사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정정엽: 몸은 눈으로 볼 수 있는데, 마음은 어떻게 해야 볼 수 있을까요? 전현수: 몸도 눈으로 다 볼 수는 없죠. 우리 몸의 세포는 눈으로 볼 수 없지만, 현미경을 통해서는 볼 수 있잖아요? 우리가 삼매를 닦아서 지혜의 눈이 열리면 현미경처럼 볼 수가 있어요. 현미경은 물질적인 것만 봐요. 하지만 삼매를 통해서 얻은 지혜의 눈은 궁극적인 어떤 물질과 정신적인 것도 볼 수 있어요. 인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김인수 전문의] 잠자는 동안 우리에게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낮동안의 기억이 통합, 강화되고, 손상되었던 신체조직들이 재생되며, 다양한 내용의 꿈들을 꾸기도 한다. 이외에도 수면 중 일어나는 특이한 현상으로는 가위눌림이 있다. 통상적으로 인구의 40%가 살면서 한 번 이상 가위눌림을 경험한다고 한다. 고대에서는 이 현상이 초자연적인 존재, 즉 귀신, 마녀, 악마 등에게 씌었을 때 일어난다고 생각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가위를 눌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가슴 부위에 무언가가 앉아있는 듯한 압박감,
[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모든 폭력은 나쁘다. 악하다. 선한 폭력이란 있을 수 없다. 이른바 ‘사랑의 매’조차도 매를 드는 사람의 시각에서 나온 말이다. 그 매를 맞는 사람 관점에서 보자면 ‘사랑의’ 매가 아니라 ‘고통의’ 매일 뿐이다. 우리가 속한 모든 공동체 안에서는 크고 작은 폭력이 일어난다. 그러나 가정 폭력과 다른 공동체 안에서의 폭력은 양상이 조금 다르다. 학교 폭력은 마땅히 근절되어야 하지만, 여러 가지 예방책과 사후 조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가해자를 징계할 수 있고, 피해자가 전학을 갈 수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아, 이번 신입사원 중에 그 친구가 참 똑똑해 보였는데,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버렸네.” “마케팅팀하고 영업지원팀에는 지원을 잘해주면서 왜 우리 부서에는 지원이 시원찮은 거야?” “1분기 실적이 비슷한데, 옆 부서는 성과급 50%를 주면서 우리는 왜 30%밖에 안 주는 거지?” 강 대리는 오늘도 권 부장의 푸념을 들으며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느라 오전 내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권 부장은 이른바 ‘프로불편러’다. 별것도 아닌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매사 불평불만을 늘어놓아 부정
[정신의학신문 : 사당 숲 정신과, 최강록 전문의] 중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가면 반가운 얼굴도 있지만, 껄끄러운 얼굴도 있다. 즐거운 추억과 함께 씁쓸한 기억도 공유하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야, 걔 말이야. 이번에 개발한 제품이 대박 나서 돈 엄청나게 벌었다던데?” “그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도 막아야 한다면서 돈 빌리러 다녔었는데…….” “학교 다닐 때 공부도 지지리 못하던 애 아냐?” “운이 좋았나 보지 뭐. 언제까지 갈지 두고 봐야 아는 거야.” 성공한 친구 이야기가 나오면 격려와 덕담이
[정신의학신문 : 장기중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노벨상 문학상을 수상한 앨리스 먼로의 단편 소설 '곰이 산을 넘어오다 (The bear came over the mountain)'는 치매에 걸린 아내라는 상황을 통해 기억과 사랑에 대한 담론을 우리에게 던진다. 대학교수였던 남편 그랜트와 그의 아내 피오나는 50년을 함께 한 부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랜트는 온 집안 여기저기서 아내가 적은 '식기, 행주, 칼'같은 기억을 상기시키기 위한 메모들을 발견한다. 피오나의 기억력 문제는 악화됐고 점점 그녀 답지 않은 의외의 행동을 보였다
[정신의학신문 : 여의도 힐 정신과, 황인환 전문의] 생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일해야 합니다. 국가와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쟁 대열에서 뒤처지거나 낙오하면 다시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쓰러질 때까지 달려야 합니다. 지금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하루 24시간이 근무 시간인 셈이죠. 이렇게 매일 같이 자신을 하얗게 불태우다 보면 실제로 다 타버려 소진된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상태를 번아웃 증후군(Burnout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김꽃잎 씨는 사회 초년생이다. 회사에서는 신입사원, 팀 내에서는 막내로 불린다. 한창 혈기 왕성하게 일하면서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만들어야 할 재기 발랄한 새내기다. 회사는 물론 일도 마음에 들고 월급이나 사원 복지도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이라서 모든 면에서 만족하게 일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김꽃잎 씨는 출근하는 게 두려워졌다. 입사 2년 차인 박 대리 때문이다. “꽃잎아 바빠?”늘 이렇게 시작한다. 박 대리가 그녀 자리로 다가와 바쁘냐고 말을 붙이면 실제로 바쁘든 그렇지 않든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19 이후 ‘거리두기’라는 말이 익숙해졌습니다. 감염 전파를 막기 위해 접촉을 줄여야 되니 외롭고 쓸쓸해지기도 합니다. 만남을 줄이지만 목소리나 화상통화로 마음의 거리를 가깝게 두자는 캠페인도 있었습니다. 만나지 못해 마음이 멀어지는 것도 힘들지만 가깝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닐 것입니다. 장기간 재택근무를 하던 직장인에게 온라인 부서 회식비가 지원이 되어 화상회의로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카메라로 집안을 자세히 보여주게 될 때 난처한 느낌이 들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환자분으로부터 인상적인 표현을 들었다. 생각으로 머리가 마치 풍선처럼 부푸는 느낌이라고 했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과 불안이 찾아온 분이었는데,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고 또 곱씹는 것으로 인한 고통을 이야기하셨다. 단어와 단어가 넘칠 듯이 차올라서, 심할 때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고통스럽다고 하였다. 부풀어 오른 풍선에서 바람이 새어 나오듯, 환자분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시작은 프로젝트를 망쳐서 윗사람에게 크게 혼났을 때부터였어요. 질책하는 말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