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조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실 때가 있다. 둘러앉아 서로의 고민을 나눈다. 안주는 기름질수록 손이 간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은 일들도 종종 술상에 올라온다. 소주 한 잔에 너의 고난 한 점 하다 보면 위안이 된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 줄 알았는데 내가 힘든 건 힘든 것도 아니었구나. 힘내라. 그런데 조금 서글프다. 고작 더 고통스러운 사람이 있음에, 그것도 내가 아끼는 이가 그러함에 위로를 받는 것이. 그래도 어쩌겠는가. 때로는 내게, 때로는 네게 서로가 위로를 주고받으며 의
[정신의학신문 :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30대 초반 직장인입니다. 할 일이 있으면 해치우고 놀면 좋은데 일단 놀기부터 합니다. 그렇다고 맘 편히 놀지도 못해요. ‘저 일을 언제 하지?’ 마음 한편으로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일을 미루면서 괴로워합니다.약속 시간이 가까워오면, 일단 준비를 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준비해야 되는데... 언제 하지?’ 괴로워하면서 또 미뤄둡니다. 저는 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계속 일을 미루기만 하는 걸까요? 태도를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하기 싫은 일을 미루는 건, 인간의 습성 아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본 내용은 실제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가공된 내용입니다. 내담자의 동의를 얻어 작성되었습니다. 내담자: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특정 학생을 미워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 되뇌지만 그 학생이 너무 신경 쓰이고 거슬려서 자꾸 화가 납니다. 제 감정이 잘 컨트롤되지가 않습니다. 그 학생만 보면 짜증이 나고, 화가 나서 저도 모르게 체벌을 하게 되곤 합니다. 그러고 나면 제 마음도 편치가 않습니다. ‘내가 너무 심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죄책감도 생기더라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스트레스는 모두 없애야 하는 것?현대인의 삶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바로 '스트레스'다. 바쁘고 복잡한 삶에서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몸과 마음의 건강과 직결되어있기 때문이다. 사회와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더불어 복잡 다양해지는 삶의 터전에서, 사람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총량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클 것이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는 스트레스란 두렵고, 무섭고, 걱정되는 지극히 부정적인 이미지의 정신적 스트레스일 것이다. 스트레스는 인간에게 있어 삶을 방해하는
[정신의학신문 : 중독포럼 정선영 호흡기내과 전문의] 혼자서 걸어 다니고 입으로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갈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로 감사한 일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죽는 그 순간까지 이 일들을 스스로 해내며 최소한 평균 수명 이상은 살길 원할 것이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의 사망 원인 중 질병으로 인한 것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폐렴, 당뇨병의 순이다. (그림 1) 이미 눈치챈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망원인으로 언급되고 있는 질병 모두 흡연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늘 하루가 당신에겐 어떠셨나요. 물에 적신 솜뭉치처럼 온몸에 무겁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아니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마음은 아니었을까요? 어둑해질 무렵에, 창밖을 바라보며 세상에 나를 위한 행복은 존재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진 않았을까요? 이 글의 제목을 보고 클릭하신 분이라면 크든 작든 우울감을 겪고 계실 것 같습니다. 최근에 받은 스트레스로 경한 우울 증상을 경험하고 있거나, 만성적인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는 분도 계실 테지요. 어느 쪽이든 지금 현재, 자신의 삶이 그다지 즐겁지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현대인은 스마트폰의 노예다?# 회사원 정 대리의 이야기 새벽 3시 반, 어렴풋이 잠에서 깬 정 대리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맡에 놓인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시간과 메시지를 확인한다. "아직 더 자야 되는데..."하는 생각은 잠시뿐,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뉴스와 스포츠 기사를 읽기 시작한다. 스마트폰의 환한 빛에 잠이 깨고,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이 들지 않는다. 그가 잠을 청할 때면 꼭 스마트폰을 보며 잠이 들고, 어쩌다 스마트폰이 주변에 없으면 금세 불안해지기 시작한다.직장에서도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벌써 9번째 연재네요. 독자 분들의 반응을 보니,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은 첫 번째 이유’는 상대적으로 쉽게 받아들였는데, 두 번째 이유는 다소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연재는 지금까지 연재 내용을 총 정리하고자 합니다. 이번 연재를 읽으시면 첫 번째 이유도 다시 정리가 되고, 두 번째 이유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고, 이 두 가지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없다고 말씀을 드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7번째 연재(링크)에서 ‘내가 한 선택이 내가 한 게 아닐 수도 있어. 내가 모르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수 있어.’를 인정해야 통제가 된다고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그 ‘내가 모르는 다른 무언가’에 대한 답을 드리고자 합니다. ‘내가 모르는 다른 무언가’를 알게 된다면 인생이 좀 더 나의 통제 범위 안으로 들어오리라 생각합니다. 앞뒤 없이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뭔가 사이비 종교에서 하는 이야기 같기도 하네요. 그렇게 느껴지신다면, 앞 연재 내용을 한 번 읽어보고 오시면 이해가 되리라 생각
영어 표현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Do what you love and you will never work a day in your life"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단 하루도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고민하는 시기의 대학생이나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에게 있어 더욱 공감이 가고 또한 고민이 되는 문구일 수도 있는데, 이는 우리가 자신이 진정으로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관심분야 혹은 일을 찾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나아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
[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저는 할아버지에 대한 애착이 큰 편입니다. 갓난아이 시절 조부모님 손에 잠시 커서이기도 할 겁니다. 할아버지께서도 본인이 손수 키웠던 손자라 많은 애정을 주셨습니다. 항상 당당하셨던 할아버지로 기억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2년 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95세의 연세에 중병 없이 돌아가셨기에 주변에서 호상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할아버지께서 6개월가량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시기까지 그 죽음의 과정은 무언가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생의 마지막 시간을 낯선 병원에서 쓸쓸하시지 않으셨을
화가 나 있는 건 불길에 휩쌓인 것과 같다. 분노를 화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다. 이쪽에서 시작된 불이 나를 태웠고, 상대에게 난 불이 나도 태운다. 그렇다고 불을 억지로 누르려다보면 폭발이 일어난다. 세상엔 엄연히 나쁜 사람이 있고, 그들을 향해 화를 내는 건 정당한 일이다.용서를 하는 건 농사를 짓는 것과 같다. 분노로 인해서 다 타버린 땅에 씨를 뿌리고, 적당히 물도 주고 잡초도 뽑아내면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었어도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게 없다. 용서가 행복을 가져다줄지
[정신의학신문 : 중독포럼 김장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날씬한 몸매”가 최근 미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에서 뚱뚱한 몸매를 인물의 부정적 이미지와 연관시키는 것을 보면 살쪘다는 것은 게으름, 능력의 부족, 자기 관리에 실패한 사람으로 느끼게 유도하기도 합니다. “1개월 내 10kg 감량“ 등의 문구로 우리를 유혹하는 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2015년 우리나라 다이어트 시장의 전체 규모가 7조 6천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세부 영역을 보면 다이어트 식품 및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나는 과연 일까? - 일 중독 체크리스트담배, 술, 마약, 도박... 세상에는 많은 유형의 중독이 존재한다. 흔히 중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음침하고 불법적인 그 무엇인가를 과도하게 사용해 눈이 퀭한 중독자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모든 중독 행위의 기저에 동일한 중독 회로(addiction circuit)가 작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난 이후에는, 특정 행위나 물질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필요 이상으로 이를 갈망하는 행동에 대해 '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연재이긴 하지만, 이번 글부터 읽는 분들을 위해 6번째 연재(링크)에서 던졌던 질문을 한 번 더 언급하고 시작해야 할 거 같습니다.6번째 연재에서 제가 던져드렸던 상황은 이렇습니다. 과학자들이 사람들을 모아서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Random으로 나눈 A 그룹에는 ‘슬픈 영화’를 보여주었고요. 또 다른 B 그룹에는 그냥 ‘평화로운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컵 하나’를 들고 가서 ‘이 컵을 얼마 주고 사겠냐?’고 물어본 것이 이 실험 내용의 모두입니다.상황이 어렵지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울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느낌 또는 생각이 누구나 있다. 역설적으로 우울증에 대한 편견은 이 때문에 생긴다. '나도 우울해 봤다' '결국 마음먹기에 달렸다' '힘을 내다보면 극복된다' '의지의 문제더라'와 같은 문장은 그러한 몰이해의 좋은 예들이다.흔히 우울증을 '슬픈 병'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그러했었다.) 허나 슬픈 것은 '병'이 아니다. 슬픔은 인간이기에 자
[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박선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망'이라는 말이 있었다. 대중매체를 통한 의료정보의 보급을 통해, 치매 등을 비롯한 노인정신질환의 기본개념이 일반에게도 광범위하게 전달되어, 이제는 노망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노망이라는 말속에 담겨있는 배격과 두려움의 영향은 여전히 유효한 듯하다. 많은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 중 하나가 괜히 노망이 나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님들은 치매조기검진을 위해 병원에 내원하기까지 불안과 두려움 속에
[정신의학신문 :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결혼이 늦어 중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갓 5살이 된 아들을 둔 어머니"선생님, 산후우울증이 의심돼서 왔어요.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아이를 때리게 되네요. 정말 이건 아니다 싶어 방문했어요. 집안일, 육아, 제겐 너무 버겁네요. 남편은 이런 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이 한 명 키우는 것이 뭐가 힘드냐는 식이죠." ♦ 아이는 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어머니가 힘들어하니 아이도 불안할 것입니다. 그래서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의 아이들을 보면 유난히 별난 아이들이 많습니다.
[정신의학신문 :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우리의 삶을 진정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몰입과 휴식이란 어떤 것인가요?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우리는 소란스러운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말소리, 텔레비전과 라디오, 요란한 광고와 자동차 소음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이란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외부의 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내면의 목소리를 힘을 잃기 마련입니다. “성공해야 되고, 집을 사야 되고, 돈을 벌어야 하고, 좋은 옷과 좋은 차를 사야” 행복해진다는 떠도는
[정신의학신문 : 최정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제가 공황장애라고요? 왜 이런 병이 저에게 생긴 거죠?”비장하기까지 한 표정으로 묻는 A 씨의 질문에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답을 했다.“한 사람 몫만 해야 하는데 두세 사람 몫을 하느라 무리해서 생긴 병이에요. 약을 드시면 빨리 좋아지시겠지만, 재발이 잦으니 앞으로는 한 사람 몫만 하시면서 사셔야 해요.” 지난 2주간 A 씨는 대학병원 응급실을 2번이나 방문했다.“자다가 눈을 딱 떴는데, 갑자기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빨리 뛰면서 숨이 막히고, 어지럽고, 이러다 죽겠구나 생각이 들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