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성 정신의학과 전문의 M/56, 알코올성 간 경변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지내면서 격하게 화를 내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너무나도 다양한 삶의 유형과 심리적인 어려움들을 매일같이 접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감정이 올라오는 상황에서는 한 발자국 떨어져서 감정의 흐름을 관찰하고 치료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배움 덕분이기도 하다. 돌아보면 진료 후에 한참 동안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던 일이 수련 기간 중에 한 번 있었다. 다른 과 병동에 입원하고 있던 환자의 자문 진료였다.대학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들, 특히 신체적 상태가 좋지
[정신의학신문 : 건대 하늘 정신과, 최명제 전문의] 198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신경학자 로저 스페리(Roger W. Sperry)의 제자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컴퓨터 화면에 어떤 글자가 나타날지 예측하는 게임을 한 것이다. 화면에 A라는 글자가 나타날 확률은 75%, B라는 글자가 나타날 확률은 25%다. 이때 참가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매번 A를 예측하는 것이다. 확실하게 75%의 적중률을 달성할 수 있다. B를 선택하는 건
[정신의학신문 : 건대 하늘 정신과, 최명제 전문의] 신년 벽두부터 코스피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1월 7일 종가 기준으로 3000선을 돌파한 지 하루 만에 3150선마저 거뜬히 뛰어넘었다. 이날 상승폭은 지난해 3월 24일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라고 한다. 코스피 상승을 주도하는 건 외국인들의 매수세와 초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팽창, 부동산시장 규제로 인한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기여 등이 거론된다. 이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로 한때 코스피가 3000선을 이탈하기도 했으나, 곧바로 상승세가 이어져 3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해마다 설이나 추석 같은 큰 명절이 다가오면 정부에서 여러 가지 교통과 치안 대책 등이 발표되곤 했다. 금년 설은 엄중한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런데 예년에 볼 수 없었던 특별한 대책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충남 태안해양경찰서에서 설 명절을 맞아 해상 수산물 절도 및 마약사범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설 명절과 마약이 무슨 관계가 있기에 경찰 당국이 정색을 하고 이런 발표까지 하게 된 것일까? 명절에 소비될 각종 수산물이나 어
[정신의학신문 : 구로 연세 봄 정신과, 박종석 전문의] 최근 게임스탑이란 주식에 대한 관심도와 열기가 테슬라나 비트코인을 넘어섰습니다. 여러 매체의 뉴스와 인터넷에서 이 종목의 위험도를 숱하게 경고했지만, 개미들은 오히려 이러한 기사를 보고 뒤늦게 뛰어듭니다.게임스탑(Game Stop)은 미국의 오래된 오프라인 비디오업체 체인입니다. 게임기 시장이 활발했던,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전성기를 달렸지만 최근엔 누가 DVD를 대여하거나 게임기를 사겠습니까. PC와 스마트폰이 게임시장을 장악했는데 말이죠. 이렇게 서서히 망해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중독,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떤 물질이나 대상을 지나치게 탐닉하면서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진 모습이 연상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른바 좋은 중독이다.기부는 대표적인 좋은 중독이다. 기부(donation, 寄附)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선 또는 대의를 위해 재산 등을 내어주는 것을 가리킨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을 가엾이 여겨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나누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쏴, 쏴!”“빨리 눌러 버려!”“휘둘러, 칼을 휘둘러!”“수류탄 던져 버려, 수류탄!”“폭탄을 설치해!”“오케이, 죽었다!”전쟁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초등학생들이 인터넷 게임을 하면서 내뱉는 말들이다. 긴박하게 오가는 대화 내용은 전부 하이톤이다. 중간중간 거친 욕설도 마구 튀어나온다.한 방송국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들어봤다.“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간단히 라면을 먹고 곧바로 게임을 시작해요.”“정말 잠깐만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까
원문 보기 : 손에서 이걸 놓으면 살 수가 없어요 - 스마트폰 중독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예전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요즘과 확연히 다른 광경 하나를 볼 수 있다. 어디서든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다. 시내버스 안에서도 좌석에 앉아 담배를 피웠고, 기차 안에서도 편안하게 담배를 피워 물었으며, 극장 안에서도 영화를 보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인파가 넘치는 사거리 다방 안에는 담배 연기로 가득 차 실내가 안개 낀 듯 뿌열 때가 많았다.적어도 1970년대까지의 풍경이 이랬다. 그렇지만 누구 하나 담배를 피우지 말라느니, 담뱃불 좀 끄라느니 하는 말을 하지 못했다. 성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지난 2006년에 개봉했던 라는 영화가 있다. 배우 김아중과 주진모가 열연하며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평가되는 이 작품의 줄거리는 이렇다.인기 가수 아미를 대신해 노래를 불러주는 얼굴 없는 가수 한나는 몸무게 95kg의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다.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으나 사람들 앞에 나설 수가 없다. 자신의 음악성을 인정해준 음반 프로듀서 한상준을 남몰래 사랑하지만,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 속 로망일 뿐이다. 매번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상처 받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 사건의 주범인 문형욱과 공범 안승진의 얼굴이 얼마 전 공개됐다. 안승진은 아동 성 착취물을 제작 · 유포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돼 대구지검 안동지청으로 송치되기 전 안동경찰서 앞에서 기자들이 범행동기에 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음란물 중독으로 인한 것 같습니다.”검찰은 최근 KBS 연구동 내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 촬영한 혐의로 구속된 개그맨 박모 씨에 대한 공판에서 징역 5년을 구형하면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혔다.“피고인은
흡연자 중 꽤 많은 사람이 전자 담배를 피운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흡연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전자 담배를 찾는다. 담배 냄새가 덜 나기도 하고, 니코틴을 제외한 타르나 일산화탄소 등 유해물질도 전자 담배가 궐련보다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자 담배가 금연 껌이나 니코틴 패치처럼 금연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2세대 액상형 전자 담배에 한해서는 금연에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의학 논문들을 모아 총체적 분석을 거쳐 그 결과를 발표하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한때 헬스클럽 또는 피트니스센터 붐이 일었다. 건강에 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퇴근 후 직장인들이 이곳으로 몰렸다. 지하철 입구나 거리 곳곳에서 나눠주는 팸플릿 중 상당수가 새로 생긴 헬스클럽과 피트니스센터를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가격은 점점 낮아져 한 달에 3~4만 원만 내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곳까지 생겨났다.그런데 올봄부터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사무실에서도 거리에서도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살게 되었다.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갈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친구가 사이트 하나를 알려줘서 도박이란 걸 처음 해봤는데, 지금까지 애써 모은 돈 50만 원 정도를 잃었습니다. 너무 무섭고 두렵습니다.”“오늘 낮에 친구가 도박사이트 한 곳을 알려줬습니다. 순식간에 친구 돈까지 4만 원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또 하고 싶더라고요. 이번에는 5만 원을 땄습니다. 계속하고 싶네요.”도박과 관련해 인터넷에 올라온 10대 청소년들의 상담 요청 글이다.“돈을 벌 수 있다고 어떤 유튜버가 사이트를 알려줬습니다. 그래서 인생 처음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겠
[정신의학신문 : 구로 연세 봄 정신과, 박종석 전문의] 주식 권하는 사회‘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모두가 주식투자를 하는 시대가 왔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심지어 9월 1, 2일간 있었던 카카오게임즈 IPO 투자공모에는 58조원의 돈이 몰렸다. 2020년 대한민국 국가 예산이 총 513조원 정도였다. 광풍, 과열의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미쳤다.지긋지긋한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해 사람들은 여름휴가도 못 간 채 집안에 고립되었고, 허용된 자유라고는 배달음식과 언택트, 게임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주식이야 말로 얼마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어느 날 버스를 탔다가 뒷좌석에 앉은 두 여중생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아, 씨○! 진짜 빡치지 않냐? 존나 웃겨, 개○○!”“맞아, 걔 정말 개쩐다니까? ○○○○ 미친 ○○라니까.”워낙 목소리가 커서 본의 아니게 듣게 되었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지하철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다. 고등학생 또래의 남학생 여러 명이었다.“그 꼰대 ○○ 재수 없지 않냐? 완전 개○○○야.”“존나 밥맛이야. 그런 ○○는 ○○을 ○○ 버려야 해.”욕설과 비속어가 거칠게 뒤섞인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지하철역 벤치에서 한 남자가 깨어난다. 해리성 기억상실에 걸린 그는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주머니에는 자신을 증명할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다. 그가 한 여자를 만난다. 서하숙이다. 그녀는 라면 전문가다. 라면에 관해 백과사전 같은 지식을 소유한 여자다. 그는 이 여자와 동거에 들어간다. 그러다 그는 그녀를 통해 기억 이식 사이트와 기억 이식 중매자 M을 알게 되고, 기억 이식을 거쳐 이명구라는 새로운 인물의 기억을 가지게 된다. 윤대녕의 소설 『사슴벌레 여자』 줄거리다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이 만들고, 존 쿠색이 주인공으로 열연한 는 2000년에 개봉된 미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레코드 가게를 운영하는 30대 총각 롭 고든에게는 로라라는 아름다운 여자 친구가 있다. 자신의 일상에 큰 불만 없이 지내던 롭에게 어느 날 위기가 찾아온다. 로라가 이별을 선언하고 집을 나간 것이다. 끔찍한 일이었다.그는 번번이 여자에게 차이기만 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이유를 알기 위해 옛 여자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첫 번째, 두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