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우리 아이가 해당 발달연령에 맞게 잘 자라고 있는지 점검해 보게 됩니다. 이때 행여나 조금이라도 발달 시기가 늦춰질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각종 육아 서적 및 텔레비전 육아 프로그램, 맘카페에 올라오는 육아 정보를 섭렵하는 부모님도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 아이가 ‘평균적인 발달’에서 뒤처지는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하는 부모님이 있는가 하면, ‘때가 되면 다 알아서 하겠지.’라며 한 걸음 물러나서 다소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는 부모님도 있습니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많은 어머님들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라는 질문에 ‘사랑하는 자녀를 낳은 일’이라고 답합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뒤,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를 바라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꿀이 뚝뚝 떨어지던 눈에서 이제는 강력한 레이저가 발사됩니다. 부모 마음도 모르고 속을 팍팍 썩이는 자식들 때문에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옵니다. 물론 진심은 아니지만, 진심에 가까울 만큼 부모 노릇 하는 데 지쳤습니다. 더 절망스러운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부모 역할이
정신의학신문 | 이슬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학령기 아이들이 즐겨보는 도서 가운데 『콧구멍을 후비면』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콧구멍을 자꾸 후비면 어느새 콧구멍의 크기가 주먹만해진다는 내용이지요. 아이들의 생활 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책인데, 유쾌한 내용과 익살스러운 그림 때문에 아이들에게 인기라고 합니다. 손을 빨거나 귀를 잡아당기는 등 책에는 그맘때 아이들이 할만한 행동이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많은 부모가 옷을 씹거나 빨고, 손톱을 깨무는 등 아이의 좋지 못한 생활 습관을 걱정합니다. 어르고 달래 보거나, “안 돼!”라고 무섭게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흔히 부모가 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웃을 때, 처음 뒤집었을 때, 혼자서 일어설 때,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때. 매 순간이 감동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기 버거운 시기가 찾아옵니다. 바로 공포의 ‘왜’ 시기. “하늘은 왜 파래요?”와 같은, 평소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는 것의 원인을 탐구하는 아이 때문에 남몰래 한숨을 쉬게 됩니다. “사실 엄마 아빠도 몰라.”라는 솔직한 고백은 마음 깊숙이 넣어 두게 되죠. 대신 적절한 답을 찾아봅니다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학창 시절 수업 시간 때 재봉틀의 작동원리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가마의 회전과 실채기의 역할, 톱니의 움직임부터 윗실과 밑실이 바늘땀을 형성하는 과정까지. 교과서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해가 되지 않아 난감했습니다. 더불어 재봉틀로 이것저것 만들어 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났지요. 하교하자마자 어머니께 달려가 오늘 재봉틀의 원리를 배웠는데 도저히 모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님은 복잡한 원리를 설명하는 대신 망설임 없이 재봉틀의 나사를 푸셨습니다. 작은 기계 안에 정교히 들어찬 부품을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지식이나 정보인데, 누군가 나에게 그것에 대해 물어오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린 경험 말입니다. 스스로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른 누군가에게 설명하려 하니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면서 정리가 안 되는 거죠. 그럴 때면 스스로에게 이런 의문이 들 것입니다.‘분명 아는 건데…… 왜 설명을 못하겠지?’ 이런 경우, 우리는 정말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일까요? 물론 정말 잘 알고 있는데도 당황해서 일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영화 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본의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으로, 자신의 자녀가 출생 시 병원에서 뒤바뀐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는 두 아버지의 아픔과 성장을 그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똑똑한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성공한 비즈니스맨 료타. 그는 어느 날 갑자기 6년간 키운 자신의 아들이 친자가 아니고 병원에서 바뀐 다른 사람의 아이라는 비보를 전하는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아이가 뒤바뀐 사실을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언젠가 만원 지하철에서 한 노인과 젊은 여성이 실랑이 벌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노인이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여성은 자신이 임산부이기 때문에 서서 가기에 힘들 것 같다고 답했다. 노인은 여성이 괘씸했는지, 배도 안 나왔는데 비켜 주기 싫어서 거짓말하는 것 아니냐며 한마디했다. 실제로 여성의 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임산부의 배처럼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의 가방에는 임산부임을 증명하는 임산부 배지가 달려 있었다. 초기 임산부였던 것이다. 결국 상황을 지켜보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아이는 언제 낳는 것이 좋을까? 결혼 후 신혼생활을 충분히 즐긴 후? 내 집 마련까지는 아니어도 육아 도우미 선생님을 고용할 여력이 생길 때? 임신과 출산에 대한 걱정에 앞서, 아이를 양육하는 시기를 걱정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아이 낳기 좋은 타이밍이라는 게 있긴 할까?30대 기혼 여성 김정은(가명) 씨는 결혼한 지 3년이 흐르니 임신에 대해 고민한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다가, 잘 나가던 커리어도 포기하고 독박 육아를 하고 있는 언니를 보고 있으면 이건 아
정신의학신문 |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격을 잘하는 팀은 경기에서 승리하지만, 수비를 잘하는 팀은 우승을 차지한다.”라는 스포츠계의 격언이 있습니다. 장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화려한 공격력 못지않게, 오히려 그보다 더, 안정적인 수비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이겠지요. 얼마 전에 있었던 강의에서 지능 지수와 사회적 기능이 비례하는지, 또는 행복한 삶과 연관관계가 있는지 질문을 받고서 답변을 생각하던 중에 이 격언이 떠올랐습니다.생각해 보면 병원에 내원하여 종합심리검사 결과를 듣는 수검자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항목은 IQ 입
정신의학신문|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봄의 시작을 알리는 4월.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답게 이 즈음엔 수많은 ‘시작’이 존재합니다. 첫 출근, 신입생, 새학기, 새로운 교실. 그 시작의 설렘이 가득한 곳은 단연 학교입니다. 학교생활에서 놀이는 중요한 영역입니다. 아이들은 쉴 새 없이 놀이를 지속합니다. 방과 후 놀이터의 풍경은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해가 어둑해지고, 엄마의 저녁식사 시간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아이들은 놀이의 종류를 바꿔가며 끊임없이 뛰어 다닙니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러한 ‘놀다’를 ‘재미있
[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연) 대략 3개월 정도 전에 딸아이가 저에게 와서 소중한 곳에 자꾸 손이 간다고 했습니다. 아픈 건지 간지러운 건지를 묻자 나는 안 만지려 해도 자꾸 만지면 좋다며 손이 간다고 해요. 아이는 그걸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듯했습니다.그 이야기를 하기 몇 개월 전 잠시 피아노학원에서 TV를 보며 놀고 있도록 했는데 선생님과 함께 찾으러 간 방에서 혼자 바지를 벗고 그곳을 만지는 딸아이를 보았어요. TV는 그냥 만화가 나오고 있었고 저도 모르게 순간 뭐하니!! 하며 당황했고 선생님은 처음이시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정정엽 전문의] 응급실로 긴급 이송된 정인이는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자신을 향한 양모의 가혹한 학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입양된 지 271일 만에 세상과 쓸쓸히 이별하고 만 것이다.여기서 만약에, 극적으로 정인이가 살아났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우선 손상된 장기와 부러진 골절 등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치료하면서 여기저기 생채기가 난 몸을 잘 돌보고 아물게 하는 일이 급선무였을 것이다. 동시에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만 한다. 아울러 양
[정신의학신문 : 김종길 신경정신과의원, 김종길 전문의] (요즘 세간에는 잔인한 모성의 문제가 회자되고 있다. 대부분의 모성은 건강하지만, 사회 변천에 따른 여성 심리의 변화가 있음을 부정적으로 왜곡하는 시각도 생길까 걱정이 된다. 인간 최초의 사랑 체험, 모자간의 사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짧은 글이나 독자들에게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되어, 십 년 전에 써놓은 글이지만 요즘 세태에서 참고할 내용이라고 생각되어 소개드린다.) 얼마 전에 유아를 관찰하는 내용의 좋은 다큐를 보았다. 나는 세 아이를 키웠다. 아이들은 장성하여 집을 나갔고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정정엽 전문의] 1.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씨가 최근 일본에서 정자은행에 보관돼 있던 이름 모를 한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자발적으로 비혼모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달 초 3.2kg의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한 그녀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당하게 비혼모로 아들을 키우며 살아갈 것을 선언했다.“아기를 낳길 원했지만, 출산만을 위해 급하게 결혼할 사람을 찾거나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하기도 싫었기에 고심 끝에 결혼하지 않
[정신의학신문 : 삼성마음그린 정신과, 최정미 전문의] 학부모님들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정미입니다. 요즘 어떠신가요? 아이들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 힘드시죠? 아이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더 친밀해져서 좋다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같이 보내는 시간은 많아도 막상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어색하고 소통이 어렵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많으신 것 같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습니다”라면서 외래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되는데요, 그래서 라는 주제로 말씀드려보려고 합니다.
[정신의학신문 : 반건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 사태가 예상외로 길어지면서 사람들마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자녀가 있는 모든 가정에서는 아이들 교육 문제로 애를 먹는다. 맞벌이 부모는 더 힘들다.아이들은 올 한 해 거의 대부분을 온라인 학습으로 채우고 있고, 코로나 공포 때문에 집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한다. 아이들을 집 안에 잡아두기 위해 그동안 통제해 온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 같은 스크린 노출시간을 늘려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스크린을 통해 아이들에게 유익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고